시월도 어느새 막바지입니다.
소년 농부, 올해 농사 마감했습니다. 처음 짓는 농사였는데 의외로 대풍년이었습니다.
옆방 어머니도 칭찬해 주셨습니다.
새싹으로 왔던 아이들은 일용할 양식을 소년과 이웃에게 아낌없이 나누어 주었고,
이 허름한 공간을 살아 숨 쉬는 생명의 장면으로 알차게 채워 주었습니다.
신기했습니다. 따고 따고 또 따도 계속 자라니, "씨앗이 품은 건 우주다."라는 말을 실감하는 삶의 현장이었습니다.
소년 농부는 오며 가며 물만 주었고
월미도의 선선한 바람, 작약도의 황홀한 노을과 자유공원 광장 햇살이 어화둥둥 키워냈습니다.
너무 잘 자라서, 새싹 밭이 아마존 밀림이 되던 어느 여름날은 좀 무섭더군요.
창문 너머 방구석으로 넘실넘실 들어오려는 밤에는 잠시 엄마야를 찾았습니다.
엊그제 오후에 옥상 텃밭을 정리하고,
건조한 뿌리와 줄기, 바삭 이는 잎사귀들은 왔던 곳. 자연으로 보내주었습니다.
한 가지 배운 게 있다면,
뭔가를 심고 틔우고 키우고 살찌워 걷어서 나누는 농부의 마음.
뭔가를 생각 속에 싹 틔우고 끄적이고 지우고 다시 쓰고 씨줄 날줄 문장을 직조하여 독자와 나누는 쓰는 자의 마음.
비슷한 마음이겠다 싶습니다.
농작물은 쑥쑥 성장해서 대풍년을 이루었는데,
소년의 문장은 그만큼 성장하고 나누었는가 반성하는 새벽입니다.
씨앗에 좋은 우주를 품어야겠다고 다짐하는 방구석 텃밭입니다.
이렇게,
또 한 번의 매듭은 또 하나의 마디로 시작되고 새로운 매듭을 향해 전진하는 것.작은 매듭의 연속을 이어가는 힘.
농식물도 문장들도 그렇게 자라 숲이 되리라 믿습니다.
다시, 글쓰기 모임이 시작됩니다. (라라크루 6기)
글의 길에서 새로운 벗님들도 만나고 글과 문장의 우주를 만나게 될 터이니 벌써부터 설레입니다.
우주 저 너머의 우주
소실점을 지나면 나타나는 또 다른 공간
가을에서 겨울로 함께하는 힘
선명해지는 꿈
팽창되는 자아
맑아지는 문장
2024 새해에는,
2023 옥상 텃밭처럼 너무 그렇게,
무시무시하게 넘실거리지 않아도 좋으니
방구석 텃밭에 단단한 씨앗 한 개 심을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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