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탈이 난 걸까? 연말연초 폭풍처럼 몰려오는 회사업무로 밥 대신 야근을 밥 먹듯이 하거나,
얼음판에 홀라당 넘어지더니….후유증에 골골거린다.
이 계절에 살아가는 일이 해가 갈수록 만만치 않다.
왜 이럴까 따져 묻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나이 먹어가는 쓸쓸함이어라.
안 되겠다. 이럴 때 쓰라고 있는 비장의 카드를 꺼내 들 타임이다. 반차!
우선 살고 보자. 에라 으라차차 반차 쓰고 달린다. 방구석으로.
방구석 문고리에 뭔가 걸려있다. 에휴. 옆방 어머님이 골골거리는 아저씨를 보다 못해 호박죽을 쑤어 걸어 놓으셨다. 아니, 아니…. 내가 반차 내고 일찍 귀가할 줄 어떻게 아신 거지? 참으로 따끈하고 고소하며 기가 막힌 관심법이다.
이렇게 또 신세를 지는구나.
언제나 받기만 하니 이를 어쩌나.
감사의 기도와 함께 몸과 마음 그리고 영혼을 덥힌다.
딸의 전화가 온다.
아빠 뭐 해. 어디 아픈 데 없어? 밥은 잘 드시고 다니는 거예요? 방구석에 웃풍은 안 불어? 외투는 뭐 입고 다니셔? 뭐 필요한 거 없어요? 호박죽 위로 딸의 사랑이 흰 눈처럼 쏟아진다.
노장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반차를 낼 뿐.
옆방 아저씨는 잊지 않는다. 다만 요리를 못할 뿐.
친정 아빠는 울지 않는다. 다만 소리만 안 날 뿐.
으라차차 일어나 다시
산책길에 나선다.
글의 길에 오른다.
한나절의 여유와
한 그릇의 호박죽
한없이 다정한 딸의 목소리가
몸과 마음을 일으킨다.
버거운 일상에도
이 쓸쓸한 계절에도
기꺼이
한 걸음 앞으로 내딛게 하는 힘.
누군가에게 묻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이 계절에도
사랑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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