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일으키자

by 김호섭

지난주, 목·금·토·일. 근 4일을 방구석 침대와 동일체 되어 가료하다가 일요일 늦은 오후,

널브러진 뼈마디 주워 모아 일자 척추 일으켜 공원에 올랐다. 허리 눌려 책상머리에 30분 이상 앉기도 버거우니 독서도, 왼손 필사도, 뭔가를 쓰는 일도 만만치 않다는 건 핑계에 가깝고,

좀이 쑤셔 못 견딤이 통증을 이겨낸다. 이런 면을 보면 아직은 젊은가 보다.




인천 내항에 큰 배가 들어와 있다. 새 차인지 중고차인지를 잔뜩 싣고 나갈 수출선적으로 보인다.

저 배는 어느 나라로 떠나는 걸까. 수출역군의 한 사람으로서 남 일 같지 않다. 잔뜩 밀려 있는 회사일, 더욱더 잔뜩 화나 있을 사장님이 떠오른다. 흐린 하늘이 내 마음 같다.


고개를 좌우로 부르르르 흔들어 스트레스를 털어버린다. 이런 모습은 마치 정글의 왕 사자에 쫓기다 겨우 도망친 사슴이 생과 사의 스트레스 풀려고 온몸을 부르르르 떠는 모습과 비슷하다.

인간도 동물이니까.


공원 어르신들 나무들 새들 냥이들 바람들 광장의 댄서들 (뭔가 하나가 빠진 듯하지만) 모두 그대로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모두가 묻는다. 어디 아팠냐고. 뭐 하느라 코빼기도 안 보였냐고. 허리 삐끗 정도로 무슨 엄살이냐고. 항구의 어머니들. 정겹고 유쾌한 타박이 이어진다.


허리 쭉 펴고, 음악에 맞춰 장윤정 트위스트를 DJ DOC와 함께 추워 본다. 엉덩이 살랑살랑 흔드려 하지만 삐걱삐걱 거리고, 기가 막힌 칼 박자는 엇박자 제멋대로다. 겨우 사나흘 만에 6년간 쌓아 올린 공든 탑을 무너트릴 순 없다. 차츰 리듬을 쫓아가고 꽃사슴 곱고 우아한 춤 선을 다시 그려낸다.

댄스 타임이 끝나갈 무렵 되니 슬슬 몸이 풀리려 한다. 몸으로 체득된 건 이렇게 DNA로 남아 멍들고 아픈 세포들을 달래고 어르고 이끈다.


다시, 산책길로 접어든다. 새들이 냥이들이 나무님들이 반겨 맞는다. 아저씨는 친구들과 일일이 인사하고 묵묵히 발걸음을 옮긴다. 소년은 상념에 잠긴다. 이제야 빠진 퍼즐 조각 하나가 꿰어지니 공원의 톱니바퀴가 비로소 제대로 돌아간다. 어느새 소년도 아저씨도 공원이 되어간다.

인간도 자연이니까.




이제 회복의 시간이다.

천천히.

다시.

일상을 일으키자.

저 멀리 봄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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