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2월이 간다. 유난히 빠르게 흘러간다고 느껴지는 2월.
왜 그럴까. 청년 시절에 물리학도였던 나는 이 이유를 과학적, 수학적으로 증명하고 확언할 수 있다.
"다른 달보다 하루 이틀, 날 수가 적으니 짧고 빠르게 지나간다." 명쾌하지만 당연한 소리고, 유쾌하지만 하나 마나 한 얘기다. 맞다. 똑똑한 척하지만 싱거운 녀석이다.
계절의 여왕은 5월이고, 한가위 같기만 하여라는 9월의 문장이다.
한 달 내내 사랑과 은총이 나리는 달은 12월인데, 유난히 짧고 빠르게 지나가는 2월에 부여된 문장이나 적합한 단어는 딱히 떠오르질 않는다. 주목받지 못하고 환대받지 못하는 달이려나?
엄연한 차별이고 억압이다. 일 년 열두 달, 모두에게 동일한 관심과 사랑을 쏟아야 마땅하거늘, 조금 부족하다고 이럴 순 없다. 소년이 나서야 할 때다.
"2월은 애잔하면서도 강한 달이다." 계절 속에서 들여다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생각해 보시라.
봄에서 여름으로, 여름에서 가을로, 가을에서 겨울로. 이런 간절기 때는 대기 에너지와 자연의 움직임에 그리 큰 운동에너지가 들지 않는다. (역시, 물리학도스럽다.)
자연스럽고 순조로우며 부드럽고 원활하게 계절의 손바뀜이 이루어진다. 사람들 마음의 간절기에도 큰 파동의 진폭이나 몸부림이 덜 하다. 가끔 아련한 눈물과 감기, 몸살이 있기는 하지만. (제법 문학도스럽기도 하다.)
여기에 비해, 2월은 간절기의 끝판왕이다. 꽁꽁 얼다 못해 부서질 듯한 근육의 동장군을 밀어내고 언 땅에 물길내고 생명의 새싹을 틔운다. 이 변화의 움직임에는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다.
숨겨진 힘은 먹먹하지만 치열하다. 눈물 콧물 어쩌지 못해 버거우니, 폭설이 오다가 비가 오며 바람마저 쏟아진다. 한 달 내에, 영하 15도에서 영상 15도를 오르내리며 급변과 진폭의 현기증을 감당해야 하니, 지끈한 몸살과 격한 몸부림이 동시에 일어난다.
부러지고 쓰러지고 기울어져도 서로 이어 붙이고 기대고 붙잡아 주며 어떻게든 살아남으려 버티고 또 버틴다. 이 저항의 힘은 2월이 압도적이다. 겨울의 시련과 기나긴 밤의 고독을 삼월과 사월에 넘기지 않고 오롯이 감당하려 애쓴다. 그러니 애잔하면서도 강한 달이다.
어느새, 나도 2월을 닮아있다. 우리네 생애가 열두 폭의 강을 반복해서 건너는 과정이라면, 나는 지금 2월의 강을 건너고 있으리라.
애잔하지만 강하게.
짠하지만 담담하게.
꽉 차고 넉넉하며 힘찬 정월 대보름달이 빙그레 웃는다.
슬쩍 지나가는 징검다리 달이 아니라, 2월을 온전한 한 달로서 환대하고 송별해야 마땅하다.
이월아 잘 가거라. 삼월이와 사월이 오고 여왕님도 오시면, 모두에게 전하마.
너의 고단한 수고를.
#인천 #2월이 #간다 #수고했어 #걷기 #쓰기 #그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