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꾸고 나누는 벗'으로서의 도서관. 추정컨데 그런 의미에서 지은 이름일 테니 예쁘고도 정겹다.
주요 이용객은 초등학생. 내부 벽면 곳곳은 온통 나비, 곰돌이와 어린 왕자의 차지인데 코로나로 인해 아이들마저 출입이 뜸하다 보니 그 아기자기한 그림속에 아저씨 홀로 덩그러니 앉아 있는 모습은 마치 얼큰한 감자탕집에 어린아이 혼자 앉아서 "어우 시원하다"를 연발하는 모습만큼이나 언발란스하다.
코로나 방역이 완화되면서 초등 친구들이 서서히 도서관에 몰려오니 반갑기 이를 데 없다.
그래. 너희들은 도서관이, 아저씨는 감자탕집이 어울리는 모습이겠지.
인터넷 서점이나, 오프라인 서점, 기타 SNS 등을 통해서도 도서정보를 접하고 있지만
주머니 얇은 내 독서의 8할은 꿈벗이 책임져 주고 있다. 참으로 고마운 친구다.
매주 토요일 오후나 일요일 오후에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이곳에 머문다. 특별한 일은 거의 없거나 일어나지 않으니 나는 주말 대부분을 꿈벗과 함께 보내는 셈이다.
거리가 가깝기도 하지만 매주 찾아가는 다른 이유는 짱짱한 에어컨 때문만은 결코 아니다.
다름 아닌 '신간'이다. 도서관의 기존 책들은 거의 읽어 보았고 (그럴 리가?) 또한 그런 책들은 대출 경쟁률이 비교적 낮은 편이니 눈길이 더 가는 쪽은 단연코 신간 코너이다.
그곳에 가면 우선 깜짝 놀란다. 매일매일 세상에 무수히 쏟아지는 신간 도서 속에서, 꿈벗 사서가 책을 고르는 코드가 무척이나 나와 비슷하다는 사실이다.
어쩜 그리 나의 관심사 분야의 책 위주로 쏙쏙 선별해 왔는지. 족집게 1타 사서다.
(사실, 직원들 중에 누가 사서인지는 모른다. 과묵한 탓에 직원들과 늘상 가벼운 목례만 하기 때문이다.
나는 정숙과 조용이 기본인 도서관에 최적화된 인물임에 틀림없다.)
얼마 전, 한눈에 반짝반짝 빛나는 책을 만났다.
제목은 <<아무튼, 술>> 김 혼비 작가의 책이다. 여러 작가가 함께 <<아무튼, 노래>> <<아무튼, oo>> 이러한 기획 아래 출간된 아무튼 시리즈 중 한 권이란다.
술에 대한 작가의 철학과 경험담, 다양한 에피소드와 생각들이 얇은 책 속에 즐비하다.
단숨에 읽어 내려가면서 탄식했다. '아뿔싸, 늦었다'
자칭 타칭, 한 말술 하던 내가 혹시나 나중에 책을 낸다면 반드시 써 봐야지 하면서 푹푹 묵혀두었던 주제 중 하나가 술이었는데... 이렇게 재미난 술꾼이, 섬세한 작가가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본 술 이야기를 참으로 맛깔나게 쓴 책이 이미 세상에 나와버렸으니 이를 어쩌란 말인가.
소중한 주제를 놓쳐버린 허탈감이 책의 재미를 압도한다. (이거 이거, 제법 작가 티가 나는 멘트다.)
술술 (술을 부르는 입술)
쿤타카스 (쿤타킨테 -> 쿤타키스 -> 쿤타카스)
인하대 3대 주당
헬민 200
이슬아빠
주력 40여 년의 이력만큼이나 술과 관련된 나의 별명 변천사도 참으로 다채롭다.
두주불사 번쾌의 주력을 뽐내던 청춘시절에 해당되는 얘기이고, 지금은 한마디로 '알쓰의 허세' 급이다.
할 이야기가 무궁무진하건만, <<아무튼, 술>>이라는 책이 이미 세상에 나와버렸고
심지어 어느 유명 작가는 이름이 아예 대 놓고'이슬아'이다. 심지어 본명이다. (작가의 이름을 지으셨을 그의 아버지가 사뭇 궁금하다. 분명 '천재'이시리라.)
대명사도 고유명사도 상표도 문장도 모두 놓쳐버렸으니,
술과 관련된 나만의 에피소드, 사람, 장소, 이야기, 철학 그리고 사랑...
그 모든 것들은 이제 나만의 흘러간 역사 속으로 "안녕히 계세요. 여러분"하며 사라져야만 하는 운명에 처한 것인가?
그럴 순 없다. 그동안 쏟아부은 돈이, 시간이, 그 빈 술병이, 그 쓰라린 추억이 얼만데 이렇게 순순히 물러설 순 없다.( 물론, 책을 쓰기 위해 미리 옛날부터 치밀하게 기획한 행동이나 의도된 생각은 아닙니다만...)
짧은 글이라도 써보기로 하자.
이미 많은 작가들이 다룬 주제이겠지만, 더 많은 작가들이 더 많이 술 이야기를 하기 전에.
브런치에 올릴 다음 글 제목부터 서둘러 정해 본다.
<어쩌면, 술> 또는 <안녕! 이슬아>
아... 나의 얇디얇고 하염없이 가벼운상상력이여.
고이 접어 나빌레라.
아무튼, 이렇게 모든 것은 도서관에서 시작되었다.
아뿔싸, 이런 말도 이미 책이 나와 버렸다. <<모든 것은 도서관에서 시작되었다>> 윤송현 작가. 2022, 학교도서관 저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