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두 시, 기상시간이다. 황금 같은 토요일이다. 이부자리를 개고 침대 모서리에 떡하니 걸터앉는다.
육신보다 게으른 김아야의 영혼이 깨어나길 기다린 다음, 책상머리로 다가간다.
(잠이 없어도 너무 없는 아재의 일상 루틴이다.)
의자에 앉으려 허리를 구부리는 찰나, 터졌다. 재채기.
허리에서 등으로 올라오는 짜릿 저릿한 통증.
아야
심상치 않다.
그 녀석이다. 담이 와서 걸렸다.
이 상황을 냉정히 인식하자. 문제를 고립화시켜 더 이상 확산치 말고 최소화시켜 다른 신체기관의 서프라이즈를 차단하라, 고통을 객관화시켜 무엇이 문제이고 솔루션은 무엇인가 신속히 전두엽에서 분석... 은 개뿔.
헉... 그 한 마디 외엔 세상 무쓸모이다.
아이고,
살면서 이런저런 병치레를 해왔지만, 이젠 하다 하다 재채기하다 담까지 걸리다니,
이 하등에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허술한 몸뚱아리여.
앉지도 서지도 못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아프냐? 나도 아프다.라고 말해주는 이 없는.
눈물과 진땀의 시간이다.
5분, 10분... 영겁의 시간이 흐른다.
긴다.
천하의 사나이, 상남자(?) 김아야가 긴다.
아무도 보는 이 없지만 살짝 부끄러워했던 것은 고백한다.
다시 침대로 설설 긴다.
이지경에 웃음이 나온다.
웃는 게 웃는 게 아니다. 기괴하다.
(* 긴다 : 이 내공 깊은 운기 초식은 사실, 해병대 출신 동네 후배 정설설의 전설 같은 이야기가 깔려있다. 청년시절 어느 여름에 놀러 갔던 동해바다. 높은 파도에 흽쓸려 먼바댜로 밀려나간 정설설은 생사의 갈림길에서 깊이 잠수를 감행. 바다 바닥을 기어서 해변까지 살아 돌아왔다는 전설. 믿거나 말거나지만, 이 순간에 번개 같은 혜안을 준 후배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통증은 시간이 갈수록 줄어들기는커녕, 질긴 생명력을 뽐낸다. 아이구 아이구 소리가 절로 난다.
알약에 주사액에 물리치료에 정신마저 혼미하다.
재채기하다가 뼈도 부러진다며 재채기할 때 그만큼 자세가 중요하다느니, 약먹고 잘 치료하면 1주일, 그저 충분히 휴식만 해도 7일 정도면 낫는다는 닥터 한야매의 하나마나한 진료상담에 울컥 소리를 지를 뻔했다.
이렇게.
'아니, 이 양반아,재채기가 무슨 쓰리, 투, 완, 제로 누리호 발사!처럼, 카운트 다운하고 발사하나요?
싸이처럼, 친절하고신나게... 준비하시고 쏘세요 하고 쏘나요?
어떻게 준비자세를 취합니까? 재채기와 사랑은 숨길수 없다잖아요. 갑자기 와서 어디다가 숨길 새도 없는 무의식의 시간에 오니까. 그런데, 자세라니요. 당신 의사 맞아요? 이런 젠장. 자세 잡고 재채기하라는 당신의 말은..... 맞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