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 최은영 소설, <내게 무해한 사람>
나는 언제나 사람들이 내게 실망을 줬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보다 고통스러운 건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실망을 준 나 자신이었다. 나를 사랑할 준비가 된 사람조차 등을 돌리게 한 나의 메마름이었다. 사랑해. 나는 속삭였다.
문학동네, 2018, 180쪽
필사적인 문장 공부
002 문학소년 소설, <윤아의 엽서>
윤아는 아무도 만나지 않았고 하루 종일 거의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그런 날들이 꽤 오래되었다. 한 방울 눈물마저 이젠 없다. 정히 답답하면 누군가에게 엽서를 쓴다.
"왜 그랬어?"
수신인이 누구든 똑 같이 한 문장만 쓴다. 그 누구의 답장도 오지 않는다. 어느 날 윤아는 망치로 얻어맞은 듯 후들후들 떨며 주저앉았다. 유일하게 받아 본 철민의 답장을 보고 나서다. 엽서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왜 그랬어?"
윤아는 갇혔다. 네모난 엽서에 갇히고 방에 갇히고 더 네모나고 단단한 성벽에 갇혔다.
윤아는 벌떡 일어나 우체국으로 차를 몰고 달린다.
어쩌면 윤아는 이미 알고 있었고 누군가 이 말을 해 주길 바랐는지도 모른다. 말해줘서 고마워. 철민아. 혼잣말이 차 안에 고요하게 메아리친다. 그날 우체국에서 쓰고 보낸 엽서에는 다른 문장이 쓰여 있었다.
"미안해. 너를 잊고 있었어."
윤아는 그제야 울먹였다. 수신인은 윤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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