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편의점 체인 세븐일레븐의 한국판 로컬 짝퉁인가? 아니다.
대형 오픈마켓 11번가를 표방한 중소 오픈마켓인가? 아니다.
일본 담배 마일드세븐의 한국시장 맞춤형 담배인가? 아니다.
이렇게 셀프 스무고개를 스무 개도 더 할 수 있지만 이만 멈춘다.
세 개가 넘어가면 성질 급한 독자님들은 바로 채널 돌리니까.
자꾸 궁금해진다. 한국어 '마당'과 영어 '일레븐'은 과연 어떤 의미의 조합일까?
오늘은 헤롱의 술역사에서 언급하지 않으면 안 되는 비밀결사대에 대한 이야기이다.
'마당'은, 아주 오래된 동네 인천 송림동 현대상가 주변의 실핏줄 같은 골목골목과 인근 학교 운동장, 시장통 그리고 농산물, 수산물, 동물, 인물들이 오고 가던 깡마당을 두루마리로 둘둘 말아 '마당'이라는 단어로 통합 정의된다.
'일레븐'은 그 마당을 온몸으로 뛰어다니며, 날아다니며 유년시절을 함께 보낸 헤롱의 동네 친구들.
10명이다. 헤롱을 더해 11명이니 일레븐이다. 중간중간에 각자의 친구들을 규합하고 추가해서 마당 써틴, 마당 포틴이 되기도 했다. 좀 어색하다. 역시 그 어색한 네이밍은 오래가지 않는다. 세월이 흘러가면서 원조 성골 멤버 열한명이 남았고 늙수그레한 노땅 아저씨들이 되어 헤롱 아들 결혼식장,
식당 한 테이블에 모여 앉아있다.
하... 속절없는 세월이여. (얼마 전, 청첩장 돌리려 만나긴 했지만) 많이들 나이 들었다.
장난감 가게 아들들(삼형제니까 복수형이다.), 기와공장 아들, 슈퍼마켓 아들, 건어물 가게, 여러 가게 아들이었던 그들은 대기업 임원, 사업가, 시중은행 핵심 임원, 제조업 대표, 냉면가게 사장, 전업 주부, 호텔리어, 지역 유지, 택시 드라이버, 고위직 공무원 등등의 다양한 모습으로 성장하여 대한민국 여러 분야에서 각자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고 있는 어였한 노땅 아저씨들이 되어있다.
참고로, 한복집 아들이었던 헤롱은 문단의 주목받는 작가가 되어...(요건 희망사항임).
요즘과는 다르게 놀 것, 볼 것, 엔터테인 할 것이 한없이 모자라던 시절.
다 낡고 닳은 축구 공하나 만 쥐어주면 하루 종일 신나게 뛰어놀던 아이들이다. 윗동네, 아랫동네 수많은 인근 동네에서 줄기한 도전을 해왔지만, 마당 일레븐을 꺾을 수는 없다. 열한명이니 전경기 모두 선발 출전이다.
벤치를 달굴 후보는 없다. 이들은 좁은 골목골목에서 수년간 정교한 티키타카의 합을 맞춰 온지라
레알 마드리드 버금가는 원터치 패스웍, 월클 손홍민이 울고 갈 아름다운 궤적의 감차 슈팅력을 겸비한 테크니션들이 즐비하다. 관내, 수많은 동네축구팀의 도전을 물리치고 송림동 마당 일레븐은 수년간 인천 동구 챔피언의 자리를 굳건히 지킨다. 수중전, 설중전, 땡볕전 가리지 않는 전천후팀이다.
부동의 스트라이커는 말해 뭐해 헤롱이다. 헤롱은 중앙대 축구부 선수 출신이자, 축구 국가대표 상비군 출신인 아버지의 유전자를 이어받아 아이들 동네 축구팀 마당 일레븐의 수많은 별들 중에서도 빛나는 별이다.
별명은 코라도나. (코 큰 마라도나).
이에 대해 갑론을박 논쟁은 없다. 당시 마라도나는 지금의 메시니까. 헤롱은 팩트만 전할뿐이다.
(하여튼 자랑질도 기가 막히게 풀어낸다. 이 인간. 밉지가 않다.)
축구 얘기는 이만하고,
이들의 대학시절로 가보자.
동네 골목에서 축구라는 운동으로 체력을 키우던 이들은,
머리가 크자 노는 물이 달라졌다. 주점이다. 돈은 늘 없으니 늘 허름한 주점만 찾아다닌다. 그 마저도 어려우면 새우깡 들고 올라간다. 자유공원... 여기서 그들은 옛 추억을 안주삼아 쉴 틈 없는 손목 스냅 운동을 통해 주력을 키운다. 말해 뭐해 술은 이슬이다.
마당 일레븐이라는 비밀결사대의 공식 출범도 이 즈음이다. 무슨 기가 막힌 독립운동이나 학생운동을 하는
단체는 아니다. 그저, 엄혹한 시절에 마음 둘곳 없던 청춘들의 피난처였고, 부모님들의 야단을 피하려면 비밀로 해야 하니까 비밀결사대다.
초대회장은 말해 뭐해 친화력 만렙, 원톱 스트라이커, 압도적인 주력에 빛나는 헤롱이다.
누군가 결사대의 공식 주제가도 만들어 술자리가 끝나면 목놓아 노래 부른다. 주점의 옆자리 손님을 의식할 필요는 없다. 새털같이 흔하던 숱한 음주의 나날들. 그 마지막 마감 손님은 늘 우리였으니까. 하여튼 무지하게들 마셔댔다. 이들과의 에피소드, 술자리 이야기를 A4 용지에 글로 옮기면 5톤 트럭도 부족할 분량이니,
이른바 청춘별곡, 대학 별곡이다. 소설가 김신 선생의 책. <<대학 별곡>>의 실제 모델이 있다면 아마 이들. 돈만 없지 착하고 순수했던 마당 일레븐이리라. 맛보기로 에피소드 하나만 곁들이자.
점점 궁금하지 않은가?
잠시 끊고 가자. 좀 아픈 얘기를 해야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