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문지방에 머물다

by 김호섭


계절이 사람을 닮아간다

사람이 계절을 닮아
봄날 버선코처럼 조신하게 오고
여름 비키니처럼 뜨겁게 사랑하다가
가을 갈대와 숲의 낙엽처럼 충분히 익도록 기다리면
겨울 너른 바다 위에 맑은 이슬 한 방울 맺혔는데
그래왔는데

계절이 사람을 닮아간다

봄보다 여름이 앞서니 미소보다 말이 앞서고
여름 뒤에 지친 가을은
당장 11월의 조바심이다
겨울은 바다에 이르기 전에 도착할 테니


도무지
방 문을 열지 못한다

내가 알던 계절은 잃어버리고
안다고 믿었던 사람이 낯설다
이쯤 되면 알고 싶다
계절의 속마음
사람의 속얼굴

비약과 생략이 과다하니 억지스럽고
상징과 은유가 본개념을 뒤 흔드니
계절은 시마저 빼앗으려나
시마저 사람에 끌려가려나
내 옆구리에 화들짝 밤비 쏟아지 듯


도대체
방 문을 닫지 못한다

어떻게 사람이 변해
그렇다고 계절이 사람을 닮아가

변해야 생존한다 하니
변하지 않는 건 없다 하니
명치끝 뻐근한 열기 훼스탈 두 알로 씻어 내리고
두 발로 안되면 네 발로 가야지
내가 먼저 웃어줘야지
거울 속의 나에게

배꼽에서 피어오르는
하얀 연기
그것은


한 줌의 호흡


#문지방 #경계 #호흡 #계절 #사람
#계절틈새 #변화 #문학소년 #시
#당신의 #계절엔 #어떤 #호흡이 #머물고 #있나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