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사람을 닮아간다
사람이 계절을 닮아
봄날 버선코처럼 조신하게 오고
여름 비키니처럼 뜨겁게 사랑하다가
가을 갈대와 숲의 낙엽처럼 충분히 익도록 기다리면
겨울 너른 바다 위에 맑은 이슬 한 방울 맺혔는데
그래왔는데
계절이 사람을 닮아간다
봄보다 여름이 앞서니 미소보다 말이 앞서고
여름 뒤에 지친 가을은
당장 11월의 조바심이다
겨울은 바다에 이르기 전에 도착할 테니
난
도무지
방 문을 열지 못한다
내가 알던 계절은 잃어버리고
안다고 믿었던 사람이 낯설다
이쯤 되면 알고 싶다
계절의 속마음
사람의 속얼굴
비약과 생략이 과다하니 억지스럽고
상징과 은유가 본개념을 뒤 흔드니
계절은 시마저 빼앗으려나
시마저 사람에 끌려가려나
내 옆구리에 화들짝 밤비 쏟아지 듯
난
도대체
방 문을 닫지 못한다
어떻게 사람이 변해
그렇다고 계절이 사람을 닮아가
변해야 생존한다 하니
변하지 않는 건 없다 하니
명치끝 뻐근한 열기 훼스탈 두 알로 씻어 내리고
두 발로 안되면 네 발로 가야지
내가 먼저 웃어줘야지
거울 속의 나에게
배꼽에서 피어오르는
하얀 연기
그것은
한 줌의 호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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