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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민 Jun 14. 2023

내 마음대로 살고 싶어.

#중임무황태...

내가 근무하는 학교는 한마디로 열악한 환경의 지역이다.

한부모 가정, 다문화가정도 많고 가정에서 제대로 된 가정교육을 받기 어려운 가정의 아이들도 많다.

그래서 정서불안도 많고 행동이 다소 거친 편이다.

그래도 교묘하게 남을 괴롭히거나 해코지하지 않고 순수하고 약한 자를 도울 줄 안다.


그러나 수업을 이끌어가기에는 힘든 점이 있다.

교과서 내용이 조금만 어려워도 이해도가 떨어지고

주의집중이 안되어서 수준에 맞게 난이도를 재구성해야 한다.

토의토론수업도 제대로 이해하고 따라 올 학생이 적어서 다른 방법을 대체하기도 한다.


이런 아이들에게 그래도 음악교과를 맡은 내가 목표로 정하는 한 가지는  평생  제대로 연주할 악기 1개는 무조건 가르치고 보내자 이다.

대단한 악기를 가르쳐줄 수는 없지만 학교에서 그나마 교육하기에 적당한 악기는 칼림바, 리코더, 단소, 우쿨렐레 등이다.

저렴한 가격이라 학교 예산으로 1인 1 악기를 구매해 줄 수 있는 것이 가장 매력적이다.


코로나가 한창이라 아이들이 학교를 나오지 못할 때 zoom으로 단소를 가르쳤다.

처음엔 머릿속으로만 수업을 구상하면서

그게 가능할까 싶었는데 가능했다.

무엇보다도 열심히 배우려는 아이들이어서 가능했고 zoom이라는 도구는 참 기특한 놈이었다.

단소는 학교예산으로 일괄 구매해 주고 악보는 난이도별로 내가 편집하고 만들어서 배부했다.


아이들은 화면에서 공유되는 단소운지법을 보면서 집에서 따라 했고 학교 나오는 날에는 1대 1 개인지도로 부족한 부분을 보충해 주었다.

단소는 소리 내기가 어려운 악기라 아이들은 금방 싫증을 내는데  소리가 잘 나는 보조피스가 달린 단소를 구매했더니 제법 소리도 잘 나고 아이들도 흥미를 붙이기 시작했다.


그 아이들에게 항상 이야기하길

"지금 뭐 하나 잘 배워놓으면 언젠가 도움 될 날이 있으니 잘 배우도록 해. 중학교 가면 실기시험에도 도움 될 거야..."


그 아이들과 단소를 마스터한 후, 칼림바도 가르쳐주었다.

칼림바는 손가락으로 튕기는 악기라서  코로나 때 각 학교마다 굉장히 인기를 끈 악기인데 칼림바를 우리 학교에 도입한 사람은 바로 나다 ^^


우연히 조카가 칼림바를 배우는 걸 보고 코로나에 마스크를 끼고 할 수 있는 악기라는 점이 딱이다 싶어서 당시 악기 때문에 고민하던 문예체부장에게 칼림바를 사자고 제안했다.


올해 또 6학년 음악 교과를 맡으면서 다시 단소를 가르치고 있다.

이 아이들은 3학년 때 코로나를 겪은 학년이라 리코더를 시작할 나이에 리코더도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올라왔다.

리코더를 먼저 가르칠까 하다가 단소의 맑은 소리가 매력적이라 단소를 먼저 가르치고 리코더는 2학기에 가르칠 예정이다.


이 아이들도 자신이 내는 소리가 음악으로 연주되는 것이 신기한지 열심히 불러댄다.

처음엔 어려워요. 못할 것 같아요. 지레 겁을 먹더니

중임무황태 5음으로 비행기. 새야 새야 파랑새야. 아리랑 등이 연주되는 것에 고무되는 모습이다.


무기력하고 시도조차 하지 않으려는 아이들이

나도 되는구나!라는 걸 느끼고 열심히 배우려는 모습을 보면 그래. 내가 원한 것이 이거지 싶다.


그저 바라는 것은

이 아이들이 언제 어디서든 마음이 스산해질 때

악기하나 꺼내서  자기 마음을 어루만지는 연주를  하는 것...

그리고 더 나아가 다른 악기에도 관심을 가지고 나도 할 수 있다는 경험을 가지고 시도해 보면서 자신의 삶을 조금 더 아름답게 가꾸어 나가는 것..


그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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