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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민 May 17. 2023

 내 마음대로 살고 싶어.

#진상 학부모와 교사 그 사이 어딘가에..

초등학생 둘째가 할 말이 있는지

내 눈치를 보며 우물쭈물한다.

시무룩한 표정으로

학교에서 다른 반 샘께 엄청 혼이 났다고 한다.

이야기인즉은

날씨가 더워 손을 씻다가 친구들과 수돗가에서 물장난을 치다가

교실로 갔는데

옆반샘이 자신들을 부르는걸 못 듣고 올라가 버린 것이다.

화가 난 옆반샘이

딸과 친구를 불러내서 온 교실이 다 들리도록 화를 냈다는 것이다.

"우리 아빠보다 더 무섭게 화냈어."


선생님은 아마도 물장난하는 아이들에게 주의를 주려고 불렀는데

그냥 무시하고 올라가 버리니 순간 욱 했을 것이다.

"우리는 진짜 우리를 부르는지 몰라서 그런 거라고 해도 화를 내시고

다음에 담임으로 만나면 아작을 내겠대..."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다른 친구들도 다 들어서

하교할 때 옆반 친구들이 너 왜 혼났냐고 물어보더란다.

자존심이 유난히 강한 우리 둘째는 너무 부끄럽고

모멸감을 느낀듯하다.

나름 범생이기도 하고 다른 친구들도

평소에 잘하는 친구들이라

선생님에게 혼나는 경험이 낯설고 당황했으리라


나는 둘째 아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감히 우리 아이에게 별 것도 아닌데 화를 냈 말이야

우리 아이가 문제아도 아니고

작은 실수에 뭐? 아작을 내?

교사란 사람이 자기감정 조절도 못하면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게 말이 돼?.................

라는 생각보다도....................


 요즘시대가 어떤 시대인데 몸을 사리지 않고 그 샘 간이 크시구나..

 혹시 다른 학부모 전화 오면 어쩌려고 ㅠ 이건 빼박 아동학대인데...

하고 그 선생님을 걱정하기까지 했다.

엄마이기 전에 같은 동료로서 그를 걱정하는 나는

아니까 느낌 아니까......


솔직히 내가 학교에 근무하지 않는 엄마였다면

마음이 아프고 화가 났을 것이다.

평소에 문제를 일으키는 애도 아니고

물장난 한 걸 가지고, 그리고 애가 모르고 올라갔다잖아.

그게 그렇게 폭언을 들 행동이야?

귀한 우리 아이에게 상처를 줘???

그런 태도로 앞으로 학생들을 가르치면 안 되지.

버릇을 고쳐야 해.

교장실에 전화를 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민원 엄마들의 단골 멘트

" 애아빠가 화가 많이 났어요.." 하면서

담임선생님에게 상담전화를 걸었을 수도 있고


말이 나와서 말인데

왜 엄마들은 민원을 걸 때

" 애 아빠가 화가 많이 났다.."라고 덧붙일까?

본인은 그냥 참고 넘어가려 했는데 애아빠가 화가 많이 나서

그냥 넘어갈 수 없다는 핑계 일까?

아님 여성이 대부분인 교사들에게

남자라는 강하고 위협적인 존재의 등장으로

기선을 제압하려는 의도일까?

나는 그에 대한 답을 하고 싶다.

" 네 네 고객님.,,우리 남편도 이런 일로 힘들어하는 저를 보며 화가 많이 났어요(당신들에게)~~"



하지만 학교와 교사들의 생리를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나이기에

엄마이지만 교사이기에

맴찢을 억누르고

아이와 현명한 마무리를 해 본다.


" 그래,,

그 선생님이 감정적으로 너희를 혼내서

속상했겠다..

엄마도 기분이 좋진 않지만

물장난한 것은 너희들의 명백한 잘못이니 인정하고

그 선생님은 아마도 자신을 무시하는 듯한 너희들 행동에

욱해서 감정을 쏟아내신 듯 해.

그게 좋은 방법은 아니지만 엄마는 한편으로 이해도 될 것 같아.

갈등이나 화내는 걸 극히 싫어하는

엄마도 학교에서 여러 아이들을 가르치다면

감정의 한계를 느끼게 되고

 작은 일에도 성질이 팍 나서 나도 모르게 짜증이 나거나 화를 낼 때가 있어

선생님도 사람인지라 언제나 완벽할 순 없어

때로는 실수도 하고 후회도 하지

때로는 잘못된 방법으로 교육을 하기도 하고.

그리고 그 실수나 후회를 통해 더 나은 선생님으로 성장해 가기도 해.

처음부터 선생님 자격이 충만한 사람은 없을 거야.

너희들을 신체적으로 때렸다면 엄마도 정식으로 항의를 할 거야

물론 정신적인 학대도 요즘은 매우 민감하지만

엄마는 교사니까 좀 더 그 선생님을 이해해 보려 해.

서로 오해가 생겨 빚어진 일이고

앞으로는 조심하고 주의하는 계기로 하자.

그리고 앞으로

세상을 살아가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공부야.

항상 너에게 달콤한 말을 해주고 칭찬만 해주는 사람만 만나지는 않아

이해가 안 되는 사람을 만나기도 하고

나를 오해하는 사람도 만나고

나를 이유 없이 혼내는 사람도 만나고...

그런 사람들을 미리 만나는 것도 예방주사 맞는 것처럼

너를 단단하게 해 줄 거야.


창피했을 텐데

오늘 엄마에게 이야기해 줘서 고마워

너도 이야기하니까 맘이 풀리지?

앞으로도 속상한 일 있음 이야기해 줘."


아이도 그제야 맘이 풀렸는지 다시 깔깔거리는 평소 모습으로 돌아간다.


휴~~~ 나 자신아...공자님 같은 멋진 멘트였다. 맴찢을 숨기느라 혼났네.....


"그런데,, 아빠한테는 말하지 마~~~

욱해서 학교에 전화할라 ~~~"


<출처; 인디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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