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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민 May 14. 2023

내 마음대로 살고 싶어.

#스승의 날은 괴로워

어디 가서 자기 직업을 떳떳이 밝히지 못하는 일은 어떤 것이 있을까?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도 울고 갈...


미용실에서 무슨 일 하세요?

물을 때

그냥 회사 다녀요. 얼무어 버린다.


20여 년 전, 갓 교사가 되고 나서 친척 어르신을 뵈면 대뜸

"촌지 많이 받겠네!"

" 요즘 누가 그런 걸 받아요!"

" 무슨 소리~내 주변에 다 주던데!"

늘 카더라 통신으로

촌지 줬다는 사람이 여기저기 출몰한다.

체벌은 또 어떻고.

영화대사처럼 느그 아버지 뭐 하시노하며 부당한 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더 많다.

드라마에서나 소설에서도 교사는 촌지 받고 약자를 괴롭히는 부정적인 이미지로 그려지는 게 대부분이다.


촌지, 체벌  이 두 글자 만으로도 노이로제가 걸릴 것 같아 어디 가서 교사라고 말하지 않게 된다.


사실 내가 막 교사 시작한 2000년 초기엔  가끔 촌지를 불쑥 내밀거나 선물을 들이미는 학부모가 1년에 2ㅡ3분 계셨다.

빵봉지에 끼워 넣거나   책 사이에 끼워서 아이 편에 보내거나 몰래 두고 가는 경우가 있었다.

대부분 문제아 학부모들이었다. 촌지 선물 공세로 1년 자기 자식  잘못해도 눈 감아달라는 뇌물이란 걸 누가 모르겠는가.

앞일을 내다보는 현명한 사람이라면 양심은 둘째치고 그것이 나의 족쇄가 된다는 걸 모를 리 없으므로 정중히 사양하거나 아이 편에 돌려보내면서 기분이 무척 상했던 기억이 난다.


" 날 뭘로 보고 이런 걸로 테스트하는 거야? 그러면 그럴수록 당신 아이는 더 철저히 교육시켜 주마!!"


되게 웃긴 건

그렇게 돌려보내고 나면

다음날부터 존경의 눈빛을 장착하고서

1년 내내 무한 신뢰를 보내고 협조 모드로 돌변한다. 테스트한 거 맞네.. 그럼 그렇지..

나는 아이가 잘못해도 떳떳하게 훈육할 수 있다.


사실 아주 옛날 옛적 촌지가 하나의 관습으로 존재했던 일 있던 걸로 안다. 부끄러운 일이다.

아무리 박봉의 교사일지라도 아닌 건 아닌데..

교육을 가장한 교사들의 감정적인 폭력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편조차 고등시절 이유도 모르고 기합받고 맞았다고 확실한 증거를 댄다.


그 선배들의 업보를 고스란히 후배들이 당하고 있다. 디 가서 교사라는 직업을 밝히기 꺼리게 되고합당한 지도를 하다가 학생들에게 맞았다는 교사이야기가 들려오기 시작했고   되려 교육적 지도를 아동학대로 몰아가고 있으니 이보다 더한 업보가 어디 있을까...


2000년 초기 정도에는 촌지가 많이 근절되었지만 스승의 날에는 교탁 위에 꽃과 작은 선물들이 많이 올려져 있었고 그날만큼은 아이들의 감사함을 거부하지 않았다.

그러나 시대가 변할수록 청렴에 대한 인식이 정착되었고 결정적인 김영란법으로 인해 현재까지 촌지는 물론 커피 한잔도 금지되어서 이제는 감히 청렴한 학교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스승의 날이라도 다가오면

 아이들이 선생님 드시라고 가져온 사 탕 한 알 조차 돌려보내게 되었고 문방구에서 샀다는 꽃 한 송이조차 돌려보낸다. 괜히 오해를 사고 싶지 않아 순수한 동심이 다칠지언정  청렴결백증 환자처럼 원천봉쇄하는 게 맘 편하다.


며칠 전 언니가

"선생님께 꽃 보내고 싶은데 안되지?"

"응..

우리 둘째 담임선생님도 감사한 일이 있어서 스승의 날 꽃이라도 드리고 싶은데 못하고 있는 걸"


오히려 학원강사나 학교  계약직 강사들은 아이들로부터 받은 꽃 사진을 카톡에 올려 자랑을 하기도 한다. 김영란법 적용 대상이 되느냐 안되느냐 차이다.


대부분의 교사들은 스승의 날을 괴로워하고 없애고 싶다고 성토한다.

우선 자신이 스승이라고 존경될만한가 하는 자기 성찰에서 시작하여

예전 촌지체벌악습으로 인해 생긴 교사들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에 대한 트라우마가 남아있고 아이들이 고사리 손으로 내미는 손편지와 과자조각을 받아야 하나 마나 갈등하는 현 세태가 기가 막혀서 일지도 모른다.

 주인공들이 어색해 하는 축하 말보다 말도 안 되는 민원이나 넣지 않는 게 교사를 진심으로 도와주는 길..


스승의 날 파티를 하겠다며 아침부터 들뜨는 아이들에게 차분히 설명한다.


"스승의 날은 너희가 성인이 되었을 때 진심으로 고마웠던 은사님을 찾아뵙고 감사함을 표시하는 날이니 나는 아직 너희들의 스승은 아니란다. 그냥 선생님이지..

자! 수업하자 "


소망하건대

아이들의 기억 속에서 존경하는 참스승으로 강하게 남기보다는  그냥 나쁘지 않았던 선생님이었다고만 어렴풋이 기억이 날듯 말 듯 그 정도로만  기억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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