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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민 Aug 27. 2023

내 마음대로 살고 싶어.

#자폐아를 맡다.

15년 전쯤 것이다.

새 학년 담임 되고 반을 뽑는 날..

제비 뽑기로 반을 뽑고 그 뽑기는 1년의 내 안위를 좌우하는  매우 중대한 행위다.


나는  자폐아가 있는 반을 뽑았다.


자폐가 뭔지 자세히 알지 못하던 때라

막연히 두렵고 불안했다.

자폐아를 실제 본 적도 없고

영화 ' 말아톤'이 그나마 가장 와닿는 자폐의 모습이었으니..


작년 후배 담임에게 물어보는 게 젤 낫다.


"현우(가명)는 어떤 아이야.?"

" 힘들었어요. 뭘 시켜도 무조건 안 하려고 해서.."


열정적인 후배는 현우가 자폐아이지만 친구들이 하는 활동에 동참시키려 매우 노력하였고 나름 끈질기게 현우를 바꾸려 했지만 잘 안되어서 지친 것 같았다. 자기 딴에는 자폐아라는 편견을 깨고 현우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열정 넘치는 교사임을 안다.


현우는 얼굴만 보면 자폐아인 줄도 모르겠고 잘 생기고 모범생 느낌도 났다.


현우는 모든 수업에서 얌전히 앉아는 있었지만 발표를 한다거나 필기는 할 수 없었다.

글짓기를 하는 것을 어려워했고 시험을 보더라도 수학 외에는 제대로 된 답을 찾지 못했다.

뭘 꼭 해야 해.. 하면 안절부절 괴로워했다.


다행인 것은 현우는 어울려 놀지는 않았지만 친구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았다.

낯선 상황이나 뭘 억지로 해야 할 때는 괴로워하고 회피하려 했지만 적어도 친구들에게 피해를 주지는 않았다.

친구들은 현우가 자폐아임을 잘 알고 있고 현우를 항상 도와주려 했고 그 누구도 현우를 괴롭히거나 놀리지 않았다.


상담기간에

현우어머니는 긴 글을 들고 오셨다.

현우가 태어나고 자폐판정을 받기까지의 일을 긴 글로 정리한 글이었고

그 글은 매 담임선생님들에게 갖고 오셔서

상담자료로 보이셨던 것이다.

그 간의 일을 말로 다 표현하기도 힘드실 테고 매년 담임들에게 설명해야 하니 아예 글로 정리해 두신 것 같다.

늦은 나이에 낳은 현우가 자폐판정을 받은 이야기를 읽었고 어머님은 차분하고 온화하신 얼굴로 덤덤하게  집안 내력이 있는 것 같다고 하시며

그저 잘 부탁한다고.. 장애가  있는 아이를 맡겨 송구스럽다고....


나는 현우를 위해  해줘야 할까 하다가....


내버려 두기로 했다.

현우는 어떤 틀을 매우 싫어했다.

이거 해야 돼..라는 것은 심하게 거부했다.


현우를 그냥 놔둬보자.

자기 스스로 하고 싶을 때 하는 걸로..


현우를 내버려 두기로 하니

현우는 하나씩 스스로 뭔가를 하기 시작한다.


체육시간 준비운동을 해야 할 때도 현우는

그냥 내버려두었더니

슬그머니 어설픈 동작으로 구석 어디선가 준비운동을 한다.


현우에게

친구들처럼 너도 이거 할 수 있어.

해봐. 이거 하면서 네가 더 좋아지는 거야.

무심코 현우를 빨리 친구들처럼 할 수 있게 만들려는 욕심이나 조바심이 오히려 현우에게는 독이 되었구나.

강요를 하지 않는 것이 현우를 성장시키는 것이구나.


현우를 그냥 내버려두기로 하면서부터 현우는 점점 친구들이 하는 활동에 조금씩 동참하는 모습이 보였다.


감동적인 일은 운동회에 일어났다.

그 당시 4학년이었던 아이들은 우산무용을 하게 되었다.

평소 틈틈이 무용 연습을 했고 현우도 친구들 맨 뒤에서  이런저런 동작을 조금씩 연습을 했고

나는 현우가 연습을 하든 말든 내버려두었다.


현우를 배려한답시고 현우도 할 수 있다고 친구들 보면서 잘 따라 하라고 억지로 따라 하게 했다면 현우는 분명 거부할 것임을 아니까


솔직히 현우는 무용은 안 해도 그냥 친구들 뒤에서 줄만 서 있어도 고마웠고 운동회날도 기대는 안 했다.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상황을 현우는 부담스러워하고 평소와 다른 낯선 환경이다보니 평소에는 잘해도 운동회날은 여러 변수가 생길 수 있어서

무용하다가 거부하고 나갈까 봐 친구들 맨 뒤에 서게 했다. 언제든 현우가 나가도 지장이 없게...


우산무용이 시작되고

현우는 맨 뒤에서 열심히 어설프게 무용을 했고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그때 현우 어머니의 얼굴을 보았다.

너무 행복한 얼굴로 감동해하시던 얼굴을..

우리 현우도 친구들처럼 할 수 있구나.

친구들이 노래를 부르고 발표를 할 때

현우는 아무것도 안 하고 늘 예외였던 그 모습을 늘 지켜보기만 해야 했던 어머니..

뭐든 거부하고 친구들이 뭔가를 할 때 늘 현우는 안 하고 예외였던 우리 아들이 친구들이 하는 걸 하는구나... 그런 말이 들리는 듯했다.


는 달리기도 했다. 지였지만..


나는 현우어머님이 그렇게 활짝 웃는 모습을 처음 봤다.

표정이 없고 무덤덤한 어머님이 저렇게 좋아하시는 모습을...

그해 김장을 했다며 김치 한통을 들고 학교로 오신 현우 어머님의 김치는 기꺼이 선물로 받았다.


지금도 내 카톡에  부모님 중 유일하게 현우 부모님의 카톡은 존재한다.

다른 부모님의 카톡은 다 차단했지만 현우부모님 카톡은 남겨두었다.

카톡에는 현우와 열심히 이곳 저것을 다니시며 현우에게 세상을 가르치고 현우를 너무 사랑하는 부모님의 사진이 보인다.


20대 청년이 되었을 현우는 아마 분명히 바르고 착한 청년으로 자라나 있을 거라 믿는다.

내가 경험한 바에 의하면 현우 부모님은  매우 겸손했고 지혜로웠고 현우를 너무 사랑하셨다.

현우가 잘 자라지 않을 이유가 없다.


현우는 사람들 좋아할 만한 많은 매력을 가졌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세상을 잘 살아가고 있으리 확신한다.


선생님은 멀리서 늘 현우를 응원한다...


우리 현우에게는 늘 행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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