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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사람에게 굽신거리는 게 '생존'이라 생각했던 나에게

by 마음풍경

내면의 소리를 찾아, 햇빛 한 줌 없는 컴컴한 지하감옥 같은 방들의 복도를 헤맵니다.

듬성듬성 켜져 있는 백열등으로 어둑하고 복잡한 복도를 걷고 또 걸었습니다,,

나 여기 있다고, 알아달라고, 만나달라고 이야기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걷고 또 걸었습니다.

거기에는 엄마아빠에 대한 그리움조차 자라지 못한 채, 커버린 작은 남자아이가 있었고,

그 친구는 누구를 어떻게 그리워해야 하는지보다, 누구에게 어떻게 잘 보이는 것이 생존에 유리한지를 한참 계산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계산기인지, 모니터가 꺼진 고장 난 컴퓨터인지 뭔지 모를 기계를 하염없이 두드리며,

나를 쳐다보지는 않고, 내가 해야 하는 말과 행동이 잔뜩 적힌 리스트를 건넵니다.

이거라고, 이렇게 하라고, 이렇게만 하면 죽지 않고 살아남는다고 이야기합니다.

그 친구는 그렇게 갇혀 있는 철창 안이 좋은지, 아니면 문 밖을 나가본 일이 없어서 그런지,

나가야 한다는 생각조차 하고 있지 않지만, 나는 말합니다. 내가 이제 너 있는 곳을 안다고,

나는 이 컴컴한 방에서 알 수 없는 계산만 늘어놓는 네가 어디 있는지 안다고,

우리 자주 만나자고, 내가 찾아오겠다고, 가능하다면 나의 방에서 여기까지 환한 형광등을 달아보겠다고,

언젠가 네가 나와서 마주할 바깥세상에서 나는 생존보다 이제 누구를 어떻게 그리워할지가 더 중요한 사람이 되었다고,

마음 놓고 충분히 그렇게 해도 괜찮아졌다고 알려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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