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손목을 돌리면 안 되는 이유
브런치 스토리에 지속적으로 골프에 관한 글을 올리고 있는데, 단연 가장 많은 조회수를 기록한 글이 릴리즈와 로테이션에 대한 이야기다. 처음에는 이해가 안 됐는데, 다른 토픽의 글을 써서 올리면서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주제가 따로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앞으로는 내 브런치를 찾아주는 사람들이 궁금해하고 관심 있어 하는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써보려고 한다. 내가 아는 한 자세히, 치료 경험과 스윙 이론에 입각해 최대한 구체적으로 쓰려고 노력할 것을 다짐한다.
다운스윙에서 임팩트, 팔로스루에 이르는 과정에서 릴리즈와 로테이션이 어떻게 일어나는지에 대해 궁금해하는 골퍼가 많다. 유튜브에도 수많은 이론이 떠다니고, 그중에 내 스윙에 대한 답을 찾았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했다면 정보의 홍수에 떠내려와 망망대해에서 몇 개월, 몇 년을 헤매게 될지도 모른다. 7년을 헤맸던 나처럼. 구력 7년이 넘어감에도 백돌이를 면치 못했던 내 골프의 원인이 바로 릴리즈와 로테이션에 대한 잘못된 답에 있었다. 정확하게는 내 스윙에 맞지 않는 답, 내가 할 수 없는 동작에 대한 답이었다.
클럽 헤드의 로테이션은 임팩트 이전에 일어날까? 아니면 임팩트 이후에 일어날까? 이 질문에 대해 우리가 내리는 답이 내 골프 스윙의 대부분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임팩트 시의 클럽 페이스의 모양이 구질을 결정하고, 그것이 내 골프 스윙의 많은 부분을 결정해 버리기 때문이다. 열려 맞으면 닫으려고 온갖 노력을 다하게 될 것이고, 닫혀 맞으면서 훅으로 고생하는 골퍼는 어떻게든 공을 오른쪽으로 보내기 위해 온몸 비틀기를 하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클럽 페이스의 움직임을 어떻게 이해하는지에 따라 골프 스윙의 많은 부분이 이해되고 결정될 수 있다.
나는 9년의 구력 중 8년을 슬라이스로 고생했던 골퍼다. 그나마 죽지 않는 공을 치게 된 요즘도 여전히 공은 오른쪽으로 휜다. 필드에서는 여간해서 왼쪽으로 가는 공이 나오지 않는다. 연습장에서 간혹 왼쪽으로 가는 공은 손목을 털어칠 때 발생하는 실수의 산물이며, 필드에서는 절대 나오지 않는 공이므로 신경 쓰지 않는다. 내가 얼마나 로테이션을 해보려고 용을 썼을지 상상이 되는가. 손목을 X자로 붙여보고 오른 손목을 감아보고 오른팔 한 팔 스윙을 500개씩 하면서 로테이션을 느끼려고 무던히 애를 썼었다. 그래도 안되는 걸 어쩌겠는가. 손목을 털어치면 돼지꼬랑지 훅이 나오는 것을. 하이드로우 샷은 적어도 이번 생에는 내게 허락되지 않은 구질이었다. 지금도 그렇다. 드로우 연습을 하기는 하지만 그것은 오른쪽으로 너무 많이 휘는 공을 치지 않기 위한 반대 스윙의 개념일 뿐 실제로 필드에서 드로우를 구사할 생각은 꿈에도 없다. 안되니까.
죽어라 로테이션을 연구한 끝에 내린 결론은, 로테이션은 임팩트 이후에 발생하는 동작이라는 사실이었다. 그럼 다 열려 맞는 거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겠다. 그렇지 않다. 로테이션이 임팩트 이후에 일어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시간은 정말 짧고 로테이션은 순식간에 일어나는 동작이다. 탁구의 드라이브를 생각해 보라. 공에 탑스핀을 걸어 때리기 위해서 온몸을 웅크리고 라켓을 열었다가 있는 힘껏 온몸을 감으면서 공에 탑스핀을 먹여 드라이브샷을 구사한다. 라켓면에 공을 굴려 탑스핀을 먹이는 시간은 순식간이다. 라켓에 공이 닿을 때 라켓면은 열려 있다. 그리고 공이 튀어나가기 전의 그 짧은 시간 동안 라켓면의 움직임에 의해 공에 탑스핀이 걸리고 공은 붕 떴다가 아래로 빠르게 가라앉는다. 가끔 드라이브가 걸리지 않으면 공이 하늘로 떠서 날아가버리는 장면을 올림픽 경기 등에서 보았던 경험이 있으리라. 골프에서도 로테이션은 탁구와 마찬가지로 순식간에 일어나는 현상이므로 로테이션과 임팩트의 순서에 대해 고민할 필요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팩트 이후에 로테이션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공을 치기도 전에 손목을 감으면서 로테이션의 힘으로 공을 치려고 하는 골퍼들이 많기 때문이다. 로테이션의 힘으로는 절대 공을 일관성 있게 띄울 수 없다. 임팩트 이전에 로테이션이 일어나면 클럽 페이스는 임팩트 시 빠르게 닫히게 되고 페이스가 닫힌 채로 공을 타격하면 절대 우측으로 출발해 좌측으로 휘어지는 드로우 구질을 구사할 수 없다. 인아웃 스윙궤도와 닫힌 페이스가 드로우 구질을 만들어낸다는 이론으로 이 현상을 이해하면 안 되는 게, 공이 클럽 페이스를 옆으로 타고 흐르면서 감기는 것이 사이드 스핀을 만들어내는 원리이기 때문이다. 절대 임팩트 순간에 공은 페이스에 점으로 닿지 않는다. 그 순간의 움직임이 사이드 스핀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제 로테이션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로테이션은 왜 임팩트 이후에 일어나는가? 그것은 로테이션의 원리를 이해하면 쉽게 알 수 있다. 다운스윙에서 오른팔의 움직임만 따로 떼서 생각해 보자. 다운스윙에서 오른쪽 어깨가 회전하다 멈추고, 팔꿈치가 그다음으로 움직이다 멈춘다. 팔꿈치가 멈춘 후에 오른팔이 펴지게 되는데, 오른 팔꿈치가 완전히 펴진 이후에 손목의 로테이션이 일어난다. 이것이 핵심이다. 오른팔이 펴진 이후에 손목이 털리면서 로테이션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 순서를 이해하면 임팩트와 로테이션의 순서를 이해하는 게 쉬워진다. 임팩트 시 오른팔은 굽혀져 있는가 펴져 있는가? 굽혀져 있다. 임팩트 시 오른팔을 펴라고 가르치는 레슨 프로는 전 세계 한 명도 없다. 임팩트 시 오른팔은 굽혀져 있어야 한다. 그래서 로테이션이 임팩트 이후에 발생하는 현상인 것이다.
임팩트 이후에 로테이션이 일어난다는 사실은 우리가 골프 스윙을 할 때 손목을 일찍 조작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임팩트 이전에, 또는 임팩트시에 손목을 조작하는 것은 결국 스쿠핑과 낮은 탄도의 훅구질의 원인이 된다. 다운스윙에서 임팩트에 이르는 구간에서 손목의 조작은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 다시 말한다. ‘조작’이다. 손목은 분명 움직인다. 언코킹은 공을 강하게 타격하는 핵심이다. 그래서 손목은 오른팔이 펴질 때까지 돌아가지 않으며, 어너 디비에이션에 의한 언코킹 동작만 일어나게 된다. 이것이 핵심이다.
릴리즈와 로테이션, 임팩트에 대한 이야기를 꾸준히 써보려고 한다. 릴리즈는 조작의 영역이 아니므로 실은 골프 스윙에서 가장 어렵고 가장 중요한 동작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바디 스윙과 컨벤셔널 스윙에서도 손목의 움직임은 조금 다르게 나타난다. 릴리즈와 로테이션의 조금 다른 패턴을 이해하는 것은 골프 스윙의 원리를 이해하고 드로우나 페이드 구질을 구사하는 데 있어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골프, 참 재밌다. 릴리즈와 로테이션에 대해서만 2박 3일을 쉬지 않고 떠들 수 있을 정도다. 얼른 USGTF를 따고 싶다. 좀 더 떳떳하게(?) 많은 사람과 내가 아는 골프에 대해 이야기하고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싶다. 골프는 평생을 바칠 만한 운동임에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