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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천개 Nov 02. 2019

책 한 권 언제 다 쓰지?

복잡하고 짜증 나는 일 완수하기

"착하게 굴어!

얌전히 있어!"


이 비슷한 말을 하는 사람은 개인이나 조직을 손쉽게 자신의 입맛대로 제어하고 싶어 한다. 틀에서 벗어나면 신경 쓰이고 거슬린다. 자신의 스타일과 다른 사람을 만나면 자신이 100%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불안해한다. 이 말을 하는 사람은 대리일 수도 있고 과장일 수도 있고 사장일 수도 있고 선생일 수도 있고 동료일 수도 있고 연인일 수도 있고 부모일 수도 있다.


이 말을 들은 사람은 스스로 무언가 잘못한 것인 양 자신도 모르게 능력을 감추고 서둘러 겸손해진다. 다른 행동이나 목표를 가진 사람에게 "너는 괜찮을 거야"라고 말해주는 사람은 거의 없다. 



상담을 하면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있다.


"저는 그런 전문성이 없는데요"

"저도 할 수 있다고요?"

"잘난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저 같은 사람이 나서면 욕먹지 않을까요?"


전문성이 없는 사람만 이 말을 하는 게 아니다. 20년 이상 된 부동산 전문가와 박사학위 소지자에게서도 들은 말이다.



처음 책을 쓰던 때가 생각난다. 


"막막하다." 

"언제 다 쓰지?" 

"어디서부터 시작하지?"

"무슨 내용을 쓰지?"

"누구에게 쓰지?"

"내 글이 남들에게 도움이 되기나 할까?"

"비웃으면 어쩌지?"


이 생각들이 앞서 "착하게 굴어, 얌전히 있어"라는 말의 답변 같아 보인다.


전문가라고 인정받는 사람들도 책 쓰기는 못하겠다고 한다. 들어보면 이유는 같다. 전문가는 "나보다 잘난 사람이 내 책을 읽으면 비웃을 테니까"라고 생각한다. 괜히 나섰다가 욕먹느니 중간은 가는 게 편한 듯하다. 이때마다 식상한 멘트를 던진다. "그럼 빌 게이츠 밑으로는 사업하면 안 되고 워런 버핏 밑으로는 투자하면 안 되겠네요."


유튜브 채널이 기하급수적으로 느는데도 유명 유튜버들이 끝도 없이 배출되는 이유는 70억 명의 취향을 고작 몇십 개, 몇 백개의 방송채널이 전부 만족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다양성의 끝은 없다.


잘하는 것을 드러내는 것과 다양한 생각을 드러내는 것은 다르다. 전문가만 책을 쓰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노하우나 테크닉만 상대방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웃음과 재미, 감동도 타인에게 삶의 힘을 준다. 다 좋은 일이다. 


경험해보니 책을 쓸 때 몇 가지 관점을 갖고 있으면 쓰기가 10배는 수월해진다. 개인적으로 이 기준은 다른 분야 다른 목적에도 적용하고 있다.


#대전제: 책은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다

1. 어느 정도 분량은 있어야 한다

2. 판매량이 중요하다

3. 판매량은 중요하지 않다 




-대전제


과도는 사과를 깎아 먹을 때 유용한 도구다. 없으면 손톱이나 이빨로 사과 껍질을 뜯어내어 먹어야 한다. 없으면 불편한 게 도구다. 하지만 과도가 인생의 목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사과 껍질에 영양소는 많지만 농약 같은 유해성분이 묻어있을까 봐 제거하고 먹는다. 


그럼 사과를 먹는 이유는? 건강을 위해서다. 이게 불편함을 감수하게 만드는 '목적'이다. 다른 것들을 참거나 포기하더라도 지킬만한 것들이 대개 목적이다. 건강과 행복은 한 몸과 같은 단어이고 충분히 인생의 목적이 될만하다. 그러나 과도는 어디까지나 수단이자 도구다. 사과도 '목적'인 건강을 위한 수단이다. 


-어느 정도 분량은 있어야 한다


책 한 권 사려고 서점에 들른 소비자가 볼 때 책 페이지가 100페이지도 안된다면 1만 원 넘게 주고 사기가 망설여진다. 보통 큰 목차 5개에서 10개 정도 설정하고 그 안에 소주제 약 40개 정도 써서 배치하면 200페이지는 넘게 된다. 소주제는 A4지로 2장 내외, 하루에 소주제 1개 쓰면 40일이면 책은 완성된다. 이게 초안이고 초안을 두어 번 읽고 고치면 책이 된다.  브런치에서도 작가 데뷔를 위한 좋은 마련들이 가득하다!


한 가지 천기누설을 하자면, 

목차, 소제목, 내용을 "나도 궁금한 걸 찾아서" 쓰는 것. 

1시간 만에 미국에 가는 방법, 1시간 만에 와인 전문가 되는 법 등이 좋은 예다.

(천기누설을 해도 말한 사람만 나눠주기 조심스러울 뿐 어차피 사람들은 금방 잊어버린다.)



-판매량이 중요하다


"책이 출간됐는데 판매가 안되면 어쩌지?"

이 생각 속에는 "욕먹으면? 나보다 더 전문가도 많은데, 남들에게 도움이나 될까?" 등의 고민이 함축되어 있다. 책을 쓰는 건 유튜브와 다르지 않다. 모두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보다 100명 중 99명은 동의하지 않고 단 1명만 동의해도 결과는 탁월하다. 우리나라 인구가 5000만 명이고 이 중 1%는 50만 명이다. 99명이 욕해도 1명에게 도움이 된다는 건 최소 50만 명에게는 유익하다는 뜻이다. 


잘하는 걸 쓰느냐 아니면 다양한 생각을 쓰느냐의 문제다. 내가 현재 돈 벌고 있는 일이나 타인을 도와주고 있는 일이 있으면 그게 잘하는 일이고 그걸 쓰면 된다. 반면 같은 일이나 현상을 바라볼 때 사람은 제 각각 자신의 눈으로 판단하는데 이걸 쓰면 된다. 에세이나 시가 대표적이다. 특히 시를 쓰려면 전문 지식이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에게 아래 한글을 처음 배운 할머니들이 쓴 시를 소개한다.


출처:구글 검색




출처:구글 검색




출처:구글 검색

 



-판매량은 중요하지 않다 


자신만의 기록도 책이 된다. 자서전이 대표적이고 출판사에 2000~3000만 원 주면 출간해준다. 유명인이 아니라면 판매량은 한 5부 사이쯤에서 결정된다. 가족들은 사주니까. 유시민 작가의 유럽 여행기 책은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됐다. 이쯤에서 이렇게 생각해보면 좋다. 자신이 만약 유럽 여행 가이드라고 가정해보자. "제가 쓴 유럽 여행기 책이 있는데 한 번 시간 되시면 봐보세요"라는 말 한마디에 여행객들은 가이드가 하는 말을 100% 믿고 싶은 심정이 된다. 앞으로의 여행이 상당히 알차고 재미있으리라는 기대감이 활활 솟아난다.  

당신이 7천만 원짜리 벤츠 e-class를 사러 서초동 벤츠 신차 전시장에 갔는데 딜러가 "저는 신차 구매 가이드라는 책을 쓴 이 무명이라고 합니다"라고 명함을 건네준다면? 책은 판매량과 관계없이 얼마든지 유용하다. 자신이 조그마한 지역 TV에 나왔든 구독자 100명짜리 유튜버이든 없는 것보다 있는 게 100배 나은 게 있다. 그중 책은 초면에도 신뢰를 준다는 점에서 강력한 도구다. 


대전제를 포함하여 책을 쉽게 쓰는 방법 혹은 관점이라고 불러도 될 3가지를 소개해드렸다. 참고로 나는 사람들의 성장&발전 코치이지 책 쓰기나 글쓰기 선생이 아니다. 써놓고 보니 괜히 출판사하고 책 쓰기 선생들한테 좋을 이야기만 늘어놔버렸다.   


남들이 어렵고 복잡하고 힘들다는 일들을 좀 다른 시각으로 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인생이 확 바뀌길 원한다면. 책 쓰기도 그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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