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두 번째 외출 : 작은 섬 한 바퀴

우도

by 김형우


제주 최고 인기 관광지 중 하나인 우도는, 내 2년간의 제주여행에 있어 최대 숙원사업이었다. 동쪽 끝 섬을 갔다 와야 하니 외출로는 무리가 있고, 외박이나 휴가로 가려고 계획을 잡아두면 번번이 비가 내리기 일쑤였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시도해보자, 라는 생각으로 특별외박 일정을 잡아두었고, 몇 번이고 날씨를 확인하였다. 약간의 비가 올 것이라던 전날까지의 예보와는 달리, 외박 날 날씨는 무척이나 좋았고, 하늘에는 구름도 보기 좋게 흩뿌려져 있었다.


우도로 가기 위해선 우선 제주도 동쪽 끝으로 향해야 한다. 우도로 갈 수 있는 항구는 두 곳, 성산항과 종달항인데 보통 성산항으로 많이 간다. 성산항에 도착하니 거대한 공영주차장 건물, 그리고 그 안을 가득 채운 하, 허, 호 렌터카들은 우도가 얼마나 인기 있는 관광지인지를 실감케 했다. 배편 역시 많아 30분 단위로 배를 탈 수 있었다. 우리 가족은 11시 30분 배를 타고 우도로 향했다.

물살을 가르고 빠르게 달려간 배는 일출봉과는 점점 멀어졌고, 반대편으로 우도 섬이 가까워졌다. 소가 누운 모양이라고 하는데, 솔직히 어디가 머리고 꼬리인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10분 안에 섬에 도착했다. ‘섬 속의 섬 우도’라는 팻말이 우도의 시작을 알려주었다. 배가 도착한 항구에는 사람들로 북적거렸고, 각종 식당들과 렌터카, 전기차 업체도 무수히 많았다.


지도 한 장 들고 무작정 길을 나선 우리 가족은 우선 해안가를 따라 걸어가기로 했다. 아늑한 해안길을 따라 걸어가다 보니 점차 우도의 높은 봉우리로 가까워졌다. 높은 우도봉과 그 밑으로 바닷물이 흐르는, 아름다운 광경이 내 눈을 사로잡았다. 허나 우리가 가던 길은 더 이상 올라갈 수 없는 길이었고, 다른 길을 새로 찾아야 했다.

20190427_120240.jpg 무작정 걸어간 해안길에서 본 우도봉 풍경은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다시 항구로 돌아와, 버스를 타고 새롭게 여행을 시작하기로 하였다. 우도 여행에 이용할 수 있는 교통수단은 다양하지만, 비용과 안전 등을 고려하면 버스가 가장 괜찮은 선택지이다. 버스의 경우 항구에서 일일권을 끊으면 저렴한 비용으로 하루 종일 이용할 수 있고, 배차 간격도 매우 짧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그리고 기사님이 해주는 우도 해설을 들을 수 있다는 점 역시 큰 장점이다.


버스를 타고 처음 도착한 곳은 우도봉이다. 우도봉은 우도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로, 완만하게 경사진 오름이다. 큰 어려움 없이 금세 오를 수 있는 오름이었다. 말 방목지였던 우도의 역사를 보여주듯이 입구로 들어서자마자 말을 기르는 모습을 볼 수 있으며, 등산로 너머 바다 풍경이 기대감을 증폭시킨다. 조금만 걸어 올라가면 전망대가 나온다. 처음 걸어갔던 해안로와 그 뒤로 펼쳐진 숲과 밭, 항구와 민가까지 우도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저 멀리 성산일출봉과 종달리 역시 보이며 제주 본섬과의 거리를 가늠케 했다.

우도봉을 찍고 다시 길을 따라 내려가면, 등대공원의 표지판이 보인다. 우도의 옛 등대가 있는 장소를 중심으로 등대를 테마로 조성해 놓은 탐방로이다. 등대를 향해 올라가는 길에선 세계의 등대, 한국의 등대 등을 테마로 미니어처 전시가 이루어져 있었고, 곧이어 등대 박물관이 나온다. 우도 등대의 역사, 제주의 여러 등대들 등 등대에 대해 여러 지식을 얻을 수 있는 곳이다.

박물관 뒤로는 실제로 오랜 기간 우도 주변의 항해를 지도했던 옛 우도 등대가 나온다. 지금은 우도 신 등대가 만들어지며 은퇴한 등대이다. 우도에는 구등대와 신등대 말고도 곳곳에 크고 작은 등대들이 있는데, 등대를 찾는 재미 역시 쏠쏠하다.

20190427_130517.jpg 우도 구등대. 우도 곳곳에는 크고 작은 등대들이 각자 개성을 뽐낸다.

다음 행선지는 검은 모래 해변이었다. 검은 모래 해변은 짙은 모래 색깔이 인상적인 곳이었다. 암벽에 선명하게 드러난 지층선들이 매력적인 배경이 되어주고 있었다. 고운 모래들이라 발이 푹푹 빠지는 것을 조심하며 깊숙이 들어가 보면, 해안 동굴이 형성되어 있다. 밀물 때라 작은 구멍 하나밖에 보지 못했는데, 썰물이 되면 우도 8경 중 하나인 동안경굴이 모습을 드러낸다고 한다.

20190427_133725.jpg 검은색 모래를 품고 있는 검은 모래 해변은 검멀레 해변이라고도 불린다.

검은 모래 해변이 있는 해안도로변에는 카페가 모여 있어 쉬어가는 관광객들이 많았고, 그만큼 많은 렌터카들이 주차되어 있었다. 이날 우도를 다니며 느낀 인상은, ‘좋은데, 너무 넘친다,’였다. 렌터카, 원동기, 스쿠터... 모든 사람들이 쉽게 운송수단을 빌리고 다닐 수 있다 보니 안 그래도 좁은 섬의 골목이 온통 차들로 가득 찼고, 아찔한 순간들도 종종 생겼다. 넘쳐나는 차량들은 넘치는 우도의 인기를 증명하는 것이겠지만, 안전과 환경을 위해선 적절한 조절이 필요해 보인다.


검은 모래 해변가의 좁은 도로를 지나 향한 곳은 비양도였다. 비양도는 우도 동쪽에 붙어있는 또 다른 작은 섬이다. 그러니까 섬 속의 섬 속의 섬인 것이다. 지금은 육로로 드나들 수가 있어 따로 배를 탈 일은 없었다. 버스기사님에 말에 따르면 이곳 비양도의 끝에도 등대가 있다 해서 곧장 찾아가 보았다. 돌다리로 연결된 길을 따라 등대가 보였다. 특이하게도 검정과 노랑의 조합으로 칠해져 있어 유독 멋스럽게 느껴졌다.


비양도 다음의 행선지는 섬의 북쪽 끝 망루였다. 여기서는 3가지 포인트에 주목하면 된다. 우선, 망루. 바다와 맞닿은 망루는 항구에서 출발해 우도의 절반을 돌았다는 표시가 되어준다. 두 번째로 등대, 앞에서 언급했던 구 등대가 은퇴하고 이곳에 있는 신등대가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하트, 등대 옆으로 난 큼직한 웅덩이에는 물이 하트 모양으로 고여 있었다.


거쳐가야 할 관광지가 많았던 우도 동쪽과는 달리, 망루를 지나 향한 서쪽은 비교적 볼거리가 많지는 않았다. 대신 가장 확실한 한방을 가지고 있었는데, 바로 서빈백사이다. 우도 8경 중 가장 독특하고 유일한 경관인 서빈백사는, 별명만 해도 4가지나 된다고 한다. 우선 산호사 해변. 이곳 해변은 산호가 오랫동안 깎아 만들어진 해변으로 실제로 크고 작은 산호 알맹이들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서빈백사, 우도 서쪽의 하얀 해변을 예찬해 선조들이 지은 이름이다. 홍조 조류가 해안으로 들어와 퇴적된다고 하여 홍조단괴 해변이라고도 불리며, 최근에는 관광객들이 산호 알맹이의 모양을 보고 팝콘 해변이라고도 부른다고 한다.

20190427_152210.jpg 서빈백사는 검은 모래 해변과 대조되는 새하얀 산호해변이다.

서빈백사의 새하얀 풍경에 감탄하는 것을 마지막으로, 우도 한 바퀴가 끝이 난다. 둘러볼 것이 참 많은 우도였고, 제주 본 섬과는 또 다른 매력이 넘쳤기에 역시 인기가 많을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 작은 섬에 너무 많은 사람이 오가니 에너지 과잉이라는 느낌도 분명했다. 에너지가 과하면 더 빨리 지치는 법이다. 적절한 에너지 조절을 통해 이 섬의 매력을 고갈시키지 않고 두고두고 즐길 수 있는 섬으로 만드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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