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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물꽃 Dec 18. 2023

쉬어가기

지금 할 수 있는 걸 하자

오늘만 해도 몇 번을 엎었다가 다시 글을 쓴다. 사실 요새 몸 상태가 매우 나쁘다. 아마도 가장 큰 원인은 생리전 증후군 때문이겠지만 솔직히 정확히는 모르겠다. 그동안 운동도 열심히 해서 체력도 좋아졌고 잠도 잘 자고 밥도 잘 챙겨 먹었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안압이 다시 올랐다. 이번엔 정말 피곤했던 것도 아니라 원인을 알 수 없었다. 안과에 가서 이것저것 물어봐도 이유는 알 수 없었고 대학병원에 가보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피곤해서 생기는 거라고 어렴풋이 알고 있어 최대한 건강한 삶을 유지해보려고 노력했으나 가끔은 그런 노력이 꼭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걸 다시 받아들였다. 


포도막염이 계속 재발할 경우 안과가 아닌 류마티스 내과에 가봐야한다는 것도 이번에야 알았다. 다행히 집 주변에 대학병원이 있어 진료를 알아보니 가장 빠른 게 2월이라고 했다. 일단은 예약을 걸어뒀지만 아무래도 몸상태가 좋지 않았다. 만약 내가 정말로 류마티스 질환이 있어 포도막염에 자꾸 걸렸던 거라면 이건 면역체계에 문제가 있는 거라고 했다. 운동을 하고 잘 챙겨 먹는데도 컨디션이 좋지 않은 건 그런 이유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근처에 종합병원도 있어 알아보니 그곳에서도 진료를 볼 수 있었다. 피를 뽑고 유전자 검사를 하는데 결과는 일주일 뒤에 나온대서 기다리는 중이다. 선생님을 만나 뵙고 그동안 가지고 있던 증상들을 말하는데 아직 결과를 모르니 오히려 더 불안했다. 정말로 어떤 질병 때문에 그동안 내가 아팠던 거라고 알게 된다면 솔직히 좀 후련하기도 하겠지만 막상 병이 있다고 생각하면 또 걱정이 될 거 같았다.


그러는 동안 몸은 계속 좋지 않았다. 우선 날이 추워져서 그런지 잠을 제대로 못 잤다. 자는 동안 몇 번이나 깨느라 계속 피로한 느낌이 남아있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뼈마디가 다 굳어있어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어줘야 했다. 하루의 루틴처럼 차를 마시고, 책을 읽고, 소설을 쓰는 그 일들이 조금씩 미뤄지면서 일과가 변했다.


잘 지켜가던 하루가 변해가기 시작하자 나도 모르게 불안해졌나 보다. 잠에 드는 게 또 걱정되기 시작했다. 정말로 잠에 들 시간이 다가오면 무의식적으로 긴장하게 되는 오래된 습관인데 한동안 잊고 있다가 다시 느껴지고 있다. 아마도 걱정하는 건 자다가 중간에 깨게 되는 거, 그로 인해 하루가 피곤해지고 해야 할 일을 제대로 못하는 것, 그런 나에게 실망하면서 의욕을 잃어가는 것일 거다.


정말 바로 작년만 해도 나는 그런 사람이었다. 잠을 제대로 못 자면 하루하루가 망가지면서 점차 무너져있는 시간이 늘어났다. 하루, 일주일, 몇 달을 축 늘어진 채 아무 힘도 못 내고 잠겨있었다. 그때는 그런 기분에서 어떻게 벗어나야 할 지 몰랐다. 애초에 그런 상태에서 제대로 빠져나와본 적이 없으니 달라지고 싶어도 방법을 몰랐다는 게 더 정확하다.


하지만 다행히 요즘은 달라졌다. 완전히 변화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한에서 노력하는 중이다. 우선은 자기 전 그런 불안함이 들 때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떠올린다. 깊이 자는 건 내가 컨트롤할 수 없으니 받아들이자는 것, 만약 일어나고 피곤하면 좀 더 자도 괜찮다는 것, 하루 일과는 내 컨디션에 맞게 조절하면 된다는 것.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대로 눈을 감고 잠에 들기를 기다리는 것뿐이라는 것. 잔다는 건 무서운 일이 아니라는 것. 


그 모든 걸 받아들이고 숨을 쉰다. 최대한 깊게 들이마시면 나도 모르게 긴장하고 있던 근육들도 좀 풀어지기 시작한다. 그래도 아직까진 다행히 원래 자던 시간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물론 일어나는 시간도 크게 늦어지지 않았다. 걱정했던 것과 다르게 하루 일과들도 원래 하던 시간대에서만 좀 달라졌을 뿐 빠짐없이 해내는 중이다. 꼭 그때에 마쳐야 한다는 강박보다는 내가 할 수 있는 시간에 하자며 여유를 뒀다.


쉬어가기 포스팅을 올리는 것도 비슷한 이유이다. 요 며칠 브런치 조회수가 생각지도 못하게 잘 나온 날들이 있었다. 인정욕구가 높은 성향이 아직 사그라들지 못한 건지 난 그 반응을 신경 쓰지 않으려 해도 사실은 자꾸 챙겨보게 됐다. 그러면서 몸상태가 안 좋은 날에도 그걸 솔직히 고백하기보단 결과물로서 계속 이 기세를 몰아가고 싶었다. 그렇게 나를 증명해내려고 했다.


하지만 제대로 집중하기도 어려운 상황에 더 거창한 말들을 쓰려고 하다 보니 글을 다 쓰고 나서 만족스럽지가 않았다. 이대로면 다들 나한테 실망할지도 모르겠다는 불안함도 있었다. 하지만 내 글을 계속 읽어주던 분들을 생각하면 오히려 조회수가 잘 나왔을 때야말로 드문 상황이었다. 어떤 글을 써도 나를 응원해주고 읽어주던 분들을 생각하면 내가 크게 겁을 낼 필요도 없었다. 


또, 한편으론 맘에 들지 않는 상태로 글을 올리면서 그래 그냥 사람들의 기대를 이참에 깨버리자. 난 결국 이런 거를 쓰는 사람이다. 하고 에라 모르겠다 식의 마음도 먹었는데 쉬어가기를 통해 좀 반성한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꼭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만은 아니었을 텐데 그걸 잊고 있었다. 나는 말보다 글이 편한 사람이다. 감정을 바로 알아차리지 못하고 글을 쓰면서야 나를 발견하는 사람이다. 


글을 쓴다는 건 내가 나랑 소통하는 가장 쉬운 수단인데 나에게 좀 더 솔직하게, 잘 다듬은 말들을 하고 싶다. 이런 다짐 후에 정말 좋은 글을 써낼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스스로 마음에 드는 글을 써냈으면 좋겠다. 글로 말하는 건 내가 가진 가장 큰 자부심이니까. 


쉬어가기 포스팅으로 올리는 김에 다소 두서없이 이야기를 했지만 나한테 더 여유를 두고 컨디션을 잘 관리해봐야겠다. 조만간 검사받았던 결과도 나올 테니 정말로 어떤 문제가 있는지는 그다음에 알 수 있겠지. 미리 걱정하지도 말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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