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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물꽃 Jan 12. 2024

새해 계획

킵 고잉

소설 쓰는 강의를 새로 신청했다. 오프라인은 이미 미감이라 어쩌다 보니 줌강의로 수강하게 됐다. 1월 말부터 시작할 예정인데 매주 과제가 있어 수업이 시작하고부터는 조금 바빠질 거 같다. 강의를 기다리는 동안 채용공고를 살펴보다 괜찮은 곳들을 발견했다. 수업은 온라인으로 들을 예정이고 일단은 글 쓰는 것과도 병행할 수 있는 일들 같아 오랜만에 자소서를 쓰는 중이다.


새해부터 여러 일들을 준비하느라 다소 정신이 없지만 브런치 연재만큼은 늦어지더라도 왠지 휴재를 하고 싶진 않아서 무리하게 된다. 미리 써두면 좀 편해지겠지만 계획형이라고 해도 아직 즉흥적인 면이 많이 남아있나보다. 일단은 마음 가는 대로 하되 지나치게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잘 이끌어보려고 한다.


서론이 길었지만 본격적으로 새해 계획을 생각해보면 크게는 두 가지였다. 글 쓰는 걸로 돈을 버는 것과 집에서 나와 독립하는 것. 아마도 1년 안에 해내기엔 조금 어려운 부분들도 있어 3년을 두고 장기적인 계획으로 세운 거였는데 이걸로는 새해 계획하고 조금 거리가 있지 않나 싶기도 하다. 일단은 계획을 세워두면 움직이게 되니까 가장 원하고 바라는 일로 목표는 잡아두려고 한다.


이외에는 정말로 딱히 떠오르는 게 없긴 했는데 생활하다 보니 불쑥불쑥 떠오르는 일들이 생겨났다. 우선은 보육원 봉사를 꾸준히 해보려고 한다. 사실 예전부터 어른이 없는 아이들이 항상 마음 쓰였다. 내가 어렸을 때 도움이 필요했던 순간 나를 지켜줄 어른이 없었다는 사실이 늘 힘들었기 때문인지 어린아이들이 그 감정을 겪지 않길 바랬다. 하지만 아무래도 내가 일정상의 이유와 감정의 문제로 꾸준히 하기 어려울 거란 걱정에 용기를 내지 못했다. 


계속해서 관계를 쌓아나가야만 힘이 되어줄 텐데 중간에 그만둔다면 아이들에게 오히려 상처를 주게 될까봐 두려웠다. 하지만 나와 비슷한 또래가 모여있는 봉사단체를 발견했고 혼자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함께라면 도움을 받아가며 잘 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 내가 무언가를 꾸준히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이제 믿게 된 만큼 용기를 내보기로 했다. 단 한순간이라도 자신의 곁에 있어주는 사람이 있다고 느끼게 해준다면 정말 좋을 것 같다.


다음으론, 사랑이 하고 싶어졌다! 연애가 아니라 사랑이다. 첫 연애로 인생의 지혜들을 배우고 나서 한동안은 마음이 닫혀있었지만 이젠 정말 준비가 됐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연애하는 관계로 발전한다면 정말 좋겠지만 지금으로선 꼭 연애가 아니어도 좋을 거 같다. 혼자 사랑하게 되더라도 누군가를 사랑하는 감정을 제대로 가져보고 싶다. 아직까진 사랑이라는 감정을 제대로 느껴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올해 그렇게 빠져들만한 누군가를 만나면 좋겠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어떤 식으로든 완성된 글을 계속 이어나가고 싶다. 사실 지금 새로 강의를 듣게 된 건 그런 고민이 있었기 때문이다. 트라우마를 직면하고서 글을 쓸 준비가 됐다고 생각했지만 이야기를 시작해도 끝을 내질 못했다. 어떻게 이어나가야 할지, 끝을 내야 할지 손에 잡히지 않는 느낌이었다. 


또, 글을 쓸 때마다 한 가지 공통된 감정을 이어나갔는데 바로 죄책감이었다. 처음엔 이게 나만의 색깔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으로 계속 발전시켜보려 했지만 요즘엔 내가 쌓인 감정을 해소하는 형태로 글을 쓰다 보니 제대로 이야기가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본인의 경험을 이야기로 녹여 잘 풀어내는 작가도 많고 그게 취향인 사람들도 있지만 사실 내가 하고 싶은 궁극적인 이야기는 재미있고 빠져들게 하는 이야기이지 내 감정을 들어달라는 호소는 아니었다.


혼자서만 계속 글을 쓰다 보니 자꾸 내 경험과 감정에만 갇히는 거 같아 소설 강의를 들으며 새로운 관점으로 글을 써보기로 했다. 피드백도 받고 다른 사람의 글도 보다 보면 내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더 알아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가져본다. 


언론고시를 준비할 땐 자극적인 소재를 찾아 글을 쓰느라 내 생각을 녹여내지 못했고, 단편영화를 만들고선 내 경험을 이야기로 녹여내는 데에 집중했지만 자꾸 비슷한 내용이 만들어지는 거 같다. 내가 살아온 이야기를 녹여내면서도 이야기로 완성되는 글을 쓰는 건 여전히 어렵긴 하다. 모쪼록 강의의 도움을 받아 단편 소설이더라도 계속해서 마무리를 짓는 연습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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