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느리다
겨울은 어둠이 기니까 밤의 계절.
여름은 빛이 오래 존재하니까 낮의 계절.
두 계절 모두 참 길게 느껴지기도 한데
어쩐지 유독, 여름의 속도감이 느리다는 느낌이 들곤 한다.
오전 5시가 조금 넘은 시간.
떠오르는 해가 방안을 비추기 시작한다.
점점 달아올라 작열하는 열기가 스며들어
참 길게도 머무른다.
에어컨 바람 아래서 차가운 커피를 마시며
책장을 파라락 넘겨보기도 하고,
창 밖의 하늘을 멍하니 쳐다보다가
좋아하는 영상을 본다.
우우웅 하고 모터가 돌아가는 소리.
종이의 사락사락 소리와 질감.
유유자적 지나가던 구름은 그만의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여러 소리가 지나간다.
쉼의 시간에 더해진 여름의 소리들은
평소보다 시간이 느리게 가는 기분이 들게 한다.
달그락 소리를 내며 저녁을 먹고 난 오후 7시가 넘은 시간.
존재감을 뽐내던 해가 지기 시작하면,
방안을 비추던 해가 서서히 느릿하게 사라져 간다.
유독 길게만 느꼈던 햇살이 자신의 일을 다했다는 듯이.
느린 하루가 지나
하루의 마무리가 다가온다.
여름은 느리다.
빠르게 흘러가는 매일, 한 달, 일 년에서
자리한 이 느림의 계절은 잠시간 숨을 돌리고
찬 바람이 불어올 겨울을 견뎌내라는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