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대낮의 사진전
나의 일상의 여행에 많은 시간을 함께 해준 그녀.
언니이자 친구가 되어준 그녀가 제안해 준 전시를 보러 떠나게 되었다.
구의역 그라운드시소이스트홀.
조나단 베르탱과 알렉스 키토 사진전시를 보러.
아침부터 울려대는 폭염경보 속에서 지하철을 타고 환승 두 번을 하는 동안
냉동실 고기처럼 얼었다 녹았다 반복하다가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다.
처음으로 와보는 동네라 신기해서 출구에서부터 이어진 투명한 통로로 걸어가는 동안
천천히 걸어서 둘러보았다.
푹푹 찌는 공기에 숨이 막혔지만, 새로운 공간에 대한 호기심과 어쩐지 두근대는 설렘은
참 오랜만의 것인지라 잠시간 견뎌낼 수 있었다.
천천히 걸어서 이스트홀 건물로 들어가자 쾌적한 공기에 숨통이 트였다.
언니는 도착하기까지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고 해서 천천히 오라고 답을 보낸 후
홀로 천천히 건물을 돌며 가게 구경도 하고, 다음 달에 생일인 친오빠에게 줄 작은 선물도 샀다.
탁 트이고 넓은 공간이 구조적으로도 미적으로도 시원하고 예쁘면서 예술적인
공간으로 와닿아 쇼핑과 문화를 함께 즐기기 참 좋은 장소라는 생각을 하며 둘러보았다.
이렇게 새로운 장소에 오는 일은 어쩐지 기쁨을 선사해 주어서,
며칠간 고단했던 마음을 살짝 토닥여주는 듯도 한 기분.
드디어 도착한 언니를 마중하러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며 다시 입구로 나가자
정오가 된 시간이라 조금 전보다 더 후끈해진 열기가 다가왔다.
천천히 숨을 내쉬며 휴대폰 카메라를 들어 브이로그처럼 동영상을 찍기 시작했다.
약간의 지각생이 된 언니를 놀리려 장난꾸러기가 되어
평소에 잘하지 않는 짓임에도 어색한 입을 움직여 주절주절 하는데 저쪽에서
황급히 빠른 걸음으로 걸어오는 언니가 보였다.
그런 그녀를 찍으며 영상을 마무리하고 우리는 다시 건물 안으로 들어왔다.
점심때라 에너지를 충전하기 위해 웨이팅이 없는 가게에서 점심을 먹고,
짐 보관소에 짐은 모두 넣어둔 채 가볍게 휴대폰만 챙겨서 우선 베르탱의 전시부터 들어갔다.
인상주의적 사진을 찍는 프랑스 출신의 조나단 베르탱 작가의 사진에는 빛이 가득했고,
특별하지는 않은 그냥의 일상에서 포착한 그의 빛.
그것과 어우러진 사람들 중 유난히 신사적인 노인의 모습이 많았는데 그런 부분에 어떠한 의미가
있을까 궁금해지기도 했다.
한 파트에서는 모네의 그림을 좋아한다는 작가의 사진에 어쩐지 익숙한
지베르니 정원의 수련 연작과 같은 것들이 햇빛을 받으며 일렬로 생생한 풍경을 자랑하는 모습으로 있었는데,
사람의 모습보다 풍경의 모습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꽤나 마음에 드는 공간으로 인상깊게 남았다.
찬란찬 색상, 그것에 더 강렬한 색채를 주는 눈부신 빛.
작가로서 많은 노력과 고민을 담아 연구한 그의 작품 여정을 보여주는 다큐 공간에서 그 내용에 공감하게 되었고,
서울을 돌며 그의 시선이 담긴 사진 곳곳에서는 한국인으로서의 뿌듯함도 잠시 올라왔다.
바로 옆에 있는 알렉스 키토의 전시를 보기 전 잠시 커피를 마시며 숨을 돌리고,
우리는 두 번째 전시로 입장하게 되었다.
미국 출신이라는 알렉스 키토의 사진에는 자연이 가득했다.
관람 중 무언가 다르다고 느껴진 것은 어쩐지 영화에 나올 법한 판타지적이고 꿈의 나라 같아서
실제로 저런 곳이 있다고?
놀라움,의문,호기심과 감탄을 일으키게 되었고,
어쩐지 일러스트레이터가 만든 느낌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가 실제로 자신이 찍은 여러 사진을 배치하여 만든 사진들이 테마로 존재했었고 그 부분이 새롭게 다가왔다.
'이 세상에 없는 곳'
그러한 테마가 얼마나 적절했는지!
감탄하면서 참신하고 재미있는 생각이라고 여겨졌다.
자연 풍경이 주는 위압감, 고요함과 그림과는 다른 실제의 자연이 주는 사진의 느낌은 보다 강렬하게 다가와서,
차고 기우는 달과 어우러진 그라데이션으로 물들어 있는 보랏빛으로 해가 지는 노을의 풍경.
이러한 풍경이 어떠한 소리와, 촉감 같은 감각으로
느껴지기도 해서 전시를 보는 동안 편안한 느낌으로 감상할 수 있었다.
미국의 50개 주를 모두 돌아 카메라에 담고 싶어 배낭 하나를 메고
숙소와 비행기 예약만 해서 여행을 떠난다는 작가에게서 느껴지는 자유로움.
그 자유가 꿈 같아서 저런 삶을 살아보면 어떨지, 멋지다는 생각과 동경의 마음이 작은 바람으로 불어왔다.
각기 다른 스타일의 사진을 담는 두 작가.
자신의 일을 좋아하고 끊임없이 노력하고, 무엇보다 즐겁게 임하는 모습들.
난 살면서 한번도 가져보지 못한 것이지만, 추구하는 삶의 방향성은 어딘가 그들의 결의 한 부분 정도는 닮아 있다는 생각을 했다.
특별한 것이 아닌 일상을 담고자 하는 그들과 나.
이번 평일 대낮의 전시는 그러한 일상에 한 페이지로 스며들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