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립백 커피
커피를 내린다.
평일보다 늦은 하루를 시작하는 주말은
이미 오후를 향해가고 있다.
언제든 일어나서 마시는 커피는 나의 작은 루틴이다.
커피 포트 물이 끓자, 컵에 뜨거운 물을 한 차례 붓는다.
차가운 컵이 따뜻하게 데우고 드립백을 뜯었다.
드르륵 절취선을 제거 후 익숙하게 컵에 걸쳤다.
너무 넓은 컵 입구에 거치 부분이 닿지 않아
내용물이 사방으로 튀어나갔다.
다행히 한쪽을 잡고 있어서 내용물이 전부 쏟아지는 것은
막았으나 다소 난감한 상황이 되었다.
한숨을 내쉬며 한 손으로 잡고 마저 커피를 내렸다.
기우뚱. 비스듬히 기운 모양새가 어쩐지 망했다 싶었지만 꿋꿋히 물을 따랐다.
주방 상판에 쏟아져있던 원두 가루를 치워내고
호록 한모금 마신 커피는 너무 낮은 온도가 되어버렸다.
할 수 없지 어쩌겠나 싶어 천천히 즐겨보려던 계획을 바꿔 그냥 털어 마셨다.
미적지근 하던 커피가 못내 아쉬움으로 남아 우물쭈물 거리다
결국 다시 전기포트 물을 끓이기 시작한다.
부르르-부르르- 끓어오르는 소리에 벌써부터 따스함이 전해진다.
졸졸졸 커피를 내리는 향기가 집을 가득 채우고
은은한 향내를 맡으며 뱃속을 가득 채우는 따스함을 만끽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