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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암 Nov 15. 2024

C49.9 - Myxoid Liposarcoma

Episode 22 | 2차 항암

약 2주전에 2차 항암을 힘겹게 마쳤고 지금은 3차 항암을 기다리고 있다. 확실히 두번째 항암이 힘들다. 약이 몸에 쌓여있었을 때문이기도 하고, 약길(?)이 터져서 그런지 몸에 약이 더 잘 들었을 때문이기도 하겠다. 어쩌면 1차 항암 때와 그 강도는 비슷했지만, 그때는 미쳐 경험해 보지 못한 두려움이 약의 힘겨움을 지배해서 못 느꼈을 수도 있다.


어쨌거나 2차 항암은 1차의 그것보다 힘들었다. 특히 오심과 어지럼증은 최고였다. 목구멍 깊숙이서 느껴지는 텁텁함과 건조함이 매분 매초 느껴졌고, 뭔지 모를 지글지글함? (표현하기 어렵다)이 입안에서 꾸준히 올라왔다. 지글지글함이라는게 항암약이 올라오는건지, 구강세포들이 죽어나가는건지 알 수 없다. 날숨에서는 화학약품 냄새가 계속 느껴졌다.


혀는 두꺼운 젤(?)들로 코팅이 된 느낌이였다. 대부분의 음식들이 본연의 맛을 느끼기 어렵고, 일부는 역한 맛으로 변형되어 구토를 유발했다. 특히 밤이나 고구마의 단맛들은 나에게 역한 맛으로 변했다. 그나마 매운맛이 입안에 두껍게 형성된 그 젤들을 깨주는 느낌이다. 매운 음식을 먹고나면 잠깐이나마 뭐든 잘 먹을 수 있다고 느껴진다.


항암 투약 후 4~5일 정도까지 항오심제를 거의 6~10시간 단위로 복용했다. 항오심제가 없으면 구토를 억제하기가 불가능했다. 다행이도 한번도 구토를 하지는 않았으나 목구멍까지 넘어온게 수십번이다. 한번 시작하면 습관적으로 구토를 한다기에 최대한 목구멍에서 꾹꾹 눌렸다. 침대 머리맡에 3~4병의 생수를 항시 준비하여, 수시로 구토를 누르거나, 텁텁하고 마른 입안을 적셨다. 때문에 밤이건 낮이건 2~3시간 간격으로 화장실을 다녀왔다. 양치도 조심히 하지 않으면 구토가 나왔다.


어지럼증과 두통은 몸의 전체적인 컨디션을 떨어뜨렸다. 집중을 길게 하기 어려웠고, 쉽게 피로해 졌다. 원래 하던 취미 루틴 (에피소드 20) 중 대부분을 거르고 집에서 할 수 있는 한두개만 하는둥 마는둥, 대신 최대한 잠으로 어지럼증을 눌렸다.


위의 상황은 투약 후 1주일 간이다. 그 고비를 잘 넘기면 오심과 어지럼증이 서서히 없어진다. 2주 차는 백혈구수가 최저점을 찍는 주간이다. 이때 감염을 조심해야 한다. 백혈구 수치를 매 주마다 체크하지는 않아서 몸으로 느껴지지는 않는다. 다소 피곤한감이 있지만 그 외에는 내가 감염에 취약하다고 몸에서 나타나지 않는다. 그저 상처나지 않게끔 항시 조심하고, 내부 감염이 안 되길 바랄 뿐이다. 다행이도 2차 항암은 큰 문제가 없었다. 탈모도 계속 일어나는데 이미 빠진 상황이고 빡빡 밀어놓은 덕에 더 진행되도 큰 차이가 없다. 이번 차수에는 콧수염, 턱수염이 모두 빠졌다. 아직 눈썹은 괜찮다.


3주 차는 컨디션이 거의 정상으로 돌아온다. 언제 부작용으로 고생했나 싶을 정도로, 몸도 마음도 건강해진다. 평소에 하던 루틴을 그대로 소화 가능하다. 때로는 입원이 미뤄져서 건강한 컨디션으로 몇 일 더 생활하는것이 고맙기도 하다. 커버 이미지에 그래프를 그려보았는데, 내가 느낀 3주간의 긴 항암 차수 여정이다.


2차 항암 입원

다시 시간을 거꾸로 돌려 2차 항암 입원을 적어보자면, 입원은 예정보다 4일 미뤄졌다. 1차는 8일 미뤄졌는것에 비해 짧아졌지만 여전히 매일매일 입원 문자를 기다리며 대기하는 것은 쉽지 않다. 4일째 입원가능 문자가 도착했고, 바로 병원으로 달려갔다. 빠르고 입원 수속을 마치고 능숙하게 환자복도 갈아입고, 병실 배정을 받았다. 역시나 5인실이고, 병원 정책이 바뀌어서 이제부터 4인만 채워 넣는다고 한다.


첫째 날은 아무런 치료를 하지 않았다. 마치 나이롱 환자같다. 환자복만 입고 병원 여기 저기를 편히 돌아다닌다. 동료들로부터 응원 비디오가 날라와서, 화답 영상을 병원 정원가서 찍었다. 동료들의 응원이 힘이 났고, 날이 화창해서 기분 좋게 영상을 찍었다. 대머리인 모습을 처음으로 보여줬는데, 달라진 외모에 동료들이 많이 놀랐을 것이다.


둘째 날부터 13시간짜리 첫세트를 투약받는다. 항암약은 1차때와 같이 정확히 같은 용량과 같은 절차로 투약된다. (에피소드 21 참고) 시작 전에 케모포트에 바늘을 꽂는다. 여전히 빨간약이 들어갈때는 기분이 나쁘다. 시각적인 효과가 그 기분나쁨을 증가시킨다. 바로 어지럼증이 시작되며 오심도 동반된다. 항오심약을 함께 투약 받는다. 오후에 장인 장모님 방문으로 기분을 환기한다.


셋째 날도, 넷째 날도 같은 루틴으로 총 3일을 투약 받는다. 셋째 날에는 역시나 딸꾹질도 추가로 동반된다. 어머니의 특식인 카레가 그나마 오심을 누를 수 있었다. 오후에 방사선 종양과 교수님을 만나서 방사선 일정을 상의한다. 12월 초부터 방사선을 시작하기로 약속을 잡고, 시작하기 약 10일 전에 사전작업을 계획한다. 사전작업은 방사선을 쪼이는 부분에 선을 긎는데, 방사선 기계가 쉽게 방사선 위치를 잡기 위함이다. 나의 경우 수술부위에 전반적으로 선을 긎기로 한다. 12월 초는 3차 항암을 마친 둘째주 후반 정도 되는데, 그렇게 겹쳐 방사선 치료를 받는것도 크게 무리 없다는 동의를 얻었다.


넷째 날에는 컨디션이 바닥이라 잠만 자고, 최대한 오심을 누르며 버텼다. 어머니의 특식이 그나마 위안이 됬고, 미국에서 한국으로 출장 온 친한 동생의 병문안이 그나마 도움 되었다. 자정에 모든 투약을 마쳤고, 며칠뒤 미국방문을 위해 미국시간에 맞춰 몇 가지 예약을 전화통화로 해 두었다. 특히 스텐포트 암 센터에 병리 슬라이드를 가져다 주는 일정 예약이 중요했다. 병리 슬라이드가 있어야 Sarcoma (에피소드 11 참고) 의사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섯째 날은 드디어 마지막 날이다. 케모포트에 바늘는 아직 달려 있으나 몸에 아무런 호스가 없다. 컨디션은 바닥이나 정신적으로는 개운하다. 두번째 항암까지 무사히 마쳤기 때문일 것이다. 퇴원 수속을 밟고, 미국 방문시 일어날 수도 있는 상비약들을 잔뜩 받았다. 점심때쯤 백혈구 촉진제를 배꼽 주변에 맞고, 캐모포트 바늘을 빼며 퇴원할 수 있었다.


수술 후 두번째 미국 방문

퇴원 후 정확히 3일뒤 미국행 비행기를 타야 했다. 컨디션은 바닥이였고, 오심은 계속 올라왔고, 비행기에서 혹시나 감염이 되지 않을까, 미국에서 아프지 않을까 걱정되었고, 등등등… 많은 난관이 있었지만 가족을 보겠다는 일념하에 최대한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출발 전날 동네 내과에 가서 종합 비타민 주사를 맞았고, 많은 잠으로 컨디션을 끌어 올렸다. 아내는 비행 날짜를 바꾸라고 했지만, 나는 의지가 그날 간다는 의지가 강했다. 무사히 9시간 정도의 비행을 마쳤고, 가족과 행복한 10일을 보냈다. 또한 많은 일들을 처리했다. 예를 들면, 스텐포드 암센터와 이야기 해서 내년초에 의사를 만나기로 했고, 집에 출몰하는 쥐들을 소탕했고, 큰 쓰레기 짐들을 버렸고, 정원을 정리했고, 등등.


이제 다시 한국 돌아가는 비행기 안이다. 돌아가면 3차 항암이 곧바로 시작될 예정이다. 3차도 잘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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