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49.9 Myxoid Liposarcoma

Episode 43 | 네번째 follow-up

by 기암

한번의 값비싼 false positive (에피소드 42 참고​)은 아내와 나에게 트라우마를 남겼다. 네번째 팔로업 MRI일정 몇주 전부터 불안해 지기 시작했다. 하루는 “수상한건 저번에 다 때어 냈잖아. 아무일 없을거야” 하다가도, 또 하루는 “혹시 뭐가 또 발견되면 어떻하지?” 하는 마음이 왔다갔다 했다.


때마침 영상촬영 일정 몇주전부터 회사일이 무지하게 바빠져서 걱정할 시간이 적었다. 덕분에 원래 영상 일정을 일주일 땡기게 되었는데, 평소 찍는 Redwood City 스탠포드 병원이 아닌, 멀리 Berkeley 에 있는 스탠포드 병원에서 약속이 잡혔다. 아내와 한시간 정도 차를 타고 이동했다. 별일이 없겠지 서로 위로하면서, 나들이 가듯 샌프란시스코 시내를 통과해서 버클리에 있는 병원에 도착했다. 처음 방문한 이 병원은 기존에 도서관을 리모델링 한듯한 공간과 인테리어로 매우 쾌적했다. (나중에 간호사에게 물어보니 이 건물에 들어온지 1년 되었고 기계들도 모두 최신형이라 했다.)


장소는 바뀌어도 절차는 항상 똑같다. 체크인하고 기다리면, 간호사가 준비방으로 안내한다. 가운으로 갈아입고, 조형제를 위한 주사바늘을 삽입하고, 기다리면 차례가 온다. 그러면 영상을 찍는다.


항상 MRI, CT 순으로 찍는데, 아무래도 MRI가 오래걸리니 (40분), MRI 일정을 우선순위에 맞추어서 찍고, 남는 시간을 CT로 찍는다 (10분). 급하게 일정을 바꾸다보니 이 빌딩에서 MRI를 찍고 이동해서 다른 빌딩에서 CT를 찍기로 되어있었다. 첫번째 빌딩에서 MRI를 준비하는 도중에 간호사랑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CT 기계가 이 빌딩에도 있는것을 알게 되었고, 도움을 받아 위치를 변경하여, 빌딩 이동없이 연이어 찍을 수 있었다.


평소보다 일회용 식염수(항암을 한지 한참 지났어도 일반인은 못 느끼는 일회용 식염수의 소독약 냄새는 항상 역하다) 을 더 많이 넣었는지, 아니면 조영제가 평소보다 더 많이 들어갔는지 (실제로 CT 조영제 주사시 몸이 따뜻한 기운을 넘어서 뜨겁다고 느꼈다) 하루가 지났는데도 속이 메스껍다. 아내는 항암의 트라우마라고 단정지었다.


바로 다음날 My Health앱에 알림이 오길래, 영상결과인가 하여 빠르게 확인했는데, 혈액종양 교수의 메시지였다. 대장내시경을 예약잡아 추가로 확인하자는 짧은 내용이였다. 자초지종 없이 대장 내시경을 하자고 하니 불안이 엄습해 왔다. CT결과가 나쁘게 나온건가? 혹시 재발했을까? 등등 온갖 상상을 다 했다. 더불어 하루빨리 내시경 예약을 하고 싶어서, 거의 2시간을 전화통에 매달려도 예약을 할 수가 없었다. 병원 내부적으로 교수의 정식 레퍼럴이 아직 등록되지 않은 탓이였다.


다행이도, 그날 밤 CT 결과가 나왔고, 대장과 소장 사이에 10cm의 감염증상이 확인되는데, 대장내시경으로 확인하자는 내용이였다. 결과를 AI로 돌려보니 일반적인 감염 증상일 것이라는 설명이 그나마 위안이 되었다.

그 주에 해외 출장이 있어, 출장 중에 전화를 받아 대장내시경 일정을 잡을 수 있었는데, 연말에 겨우 일정이 잡을 수 있었다.


내시경 예약과는 별개로 일주일이 지나도 MRI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혹시 문제가 있어서 판독에 오래걸리나 싶어서 애간장을 태우다가 간호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확인해 달라고 하니 그제서야 MRI 결과가 공유되었다. (담당교수가 결과 공유를 까먹었었다.) 다행이도, MRI 결과는 좋았다. 방사선에 의해 회손된 조직들의 범위가 축소되었으며, 다리부위가 점점 힐링되어 간다는 내용이였다.


참고로, CT 단층 촬영 이미지로 갈비뼈 수술 부위(에피소드 41 참고​)를 확인할 수 있었다. 척추부터 뻗어있는 왼쪽 11번 갈비뼈를 스크롤을 통해 따라가다 보면, 정확하게 떼어낸 2cm 부분만 사라졌다가 나머지 뼈 조각이 다시 나타났다. 즉, 남아서 떠 있는 뼈조각은 다른곳으로 이동하지 않고,또는 붙지 않고, 그 위치 그대로 있었다.


출장을 다녀와서 시차가 극복되고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보내고 난 뒤, 내시경 날짜가 다가왔다.


대장 내시경 절차는 한국과 비슷하다. 하루전 저녁과 당일 새벽에 두 차례 내시경 약을 먹고 장을 깨끗하게 비우면 된다. 다만 미국의 경우, 워낙에 다양한 음식들을 먹는 여러 인종들이 살기에, 조심해야 하는 음식들을 A4 여러장에 걸쳐 적혀있고, 이는 7일전부터 신경써야 한다. 주로는 씨앗류나 빨간색이나 보라색이 든 음료를 금지하고 하루전부터는 육수만 마시도록 가이드 한다. 대장내시경 약을 마시는 것은 힘들지 않았으나, 오랫동안 공복으로 행그리 상태를 이겨내기 쉽지 않았다.


시키는데로 모두 따르고 장을 깨끗이 비우고, 당일 아침 대장 내시경 병원을 찾았다. 대장 내시경은 스탠포드 병원에서 하지 않고, 연계된 근처 대장 전문의에게 보내졌다. 팔로알토에 수술과 내시경을 전문으로 하는 대장과 마취 전문의가 있는 병원이였다. (내시경만 전문으로 하는 듯 보였다.)


새벽 첫 내시경 환자였고, 사전 준비 절차를 거쳤다. 가운을 갈아입고, IV를 연결하고, 약을 언제 먹었냐는 기본 질의응답과 혈압 등 기초검사를 마쳤다. 마취과 의사가 마취는 문제없이 잘 될 테니 걱정 말라는 안심의 대화를 마치고 나서도 30분을 더 기다렸는데, 알고보니 대장 전문의가 그만 지각을 한 것이다. 아내 말로는 이 의사의 지각으로 많은 환자들이 밀려서 대기실에서 불만을 가졌다고 한다.


지각한 의사가 헐레벌떡 내시경실로 들어왔고, 나 역시 내시경실로 이동했다. 의사는 절차를 간단히 설명하고 나를 안심시키려 했다. 설명을 듣고 있다보니, CT 결과 상 문제가 있는 부위를 살펴보겠다는 내용이 없어서, 약간 퉁명스러운 대답으로 대장과 소장 사이 10cm 염증은 확인할 것이냐고 되물었다. 안경을 안 써서 의사 얼굴을 자세히 볼 수 없었지만, 아마도 나는 인상을 쓰면서 (찡그리며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대답했을 것이고, 지각한 의사는 퉁명스러운 환자의 반응에 다소 당황했을 것이다. 그는 나의 의료기록을 다시 살펴보겠다고 이야기하고, 가방에서 노트북을 꺼내 의료기록을 재차 확인 후에, 10cm 염증을 포함해서 확인하겠다고 약속했다.


그 이후로는 회복실에서 깨어 났는데, 약 40분이 지나 있었다. 아무래도 20분 정도 검사하고, 20분 정도 수면에 들었는 듯 하다. 간호사가 애플주스와 크래커를 가져다 주었고, 약간의 허기가 가실때 쯔음, 대장 전문의가 나에게 와서 결과를 자세히 설명해줬다. 이때는 안경을 쓰고 있어서, 의사의 얼굴을 자세히 볼 수 있었는데, 키는 컸고, 까무잡잡한 피부에, 50대 정도되는 인상 좋은 (인도계인지 남미계인지 헤깔리는) 의사 선생님이였다. 원래 친절했는지, 나에게 더 친절했는지, 용종 하나를 포함 총 4군데 조직을 떼어내어 조직검사를 맡겼다는 내용과 대장은 카메라로 봤을때 이상 없었고, CT에서 있었던 염증은 발견하지 못했다는 내용을 매우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3~4일 뒤에 조직검사 결과도 MyHealth 앱에 나왔는데, 떼어낸 조직들이 지극히 정상적이였다는 내용이다.


아직 혈액종양 교수의 면담이 남아 있으나 이미 결과를 알고 있기에 다음 영상 일정을 잡는것 이외의 추가적인 상담은 크게 없어 보인다. 이로써 불안했던 대장 내시경을 동반했던 네번째 follow-up이 끝났고, 몇개월 뒤 다음 follow-up을 할 예정이다. 다음에는 별일 없이 무사히 넘어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