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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안다리 Oct 12. 2022

떡볶이로 대접하기

손대접을 잘 못하는 어리바리 주부의 도전! 스스로에게 전하는 위로와 격려

 집에 누군가를 초대하는 일은 큰 도전처럼 느껴진다.  음식에 자신이 없기 때문에 직접 만들어서 누군가를 대접해야 하는 일에는 특히나 긴장하며 준비를 하게 된다. 

또 누군가를 집에 초대해야 한다면 집을 치워야 하는 큰 과제가 앞에 놓여진다. 

평소에 사용하고 난 물건을 아무데나 두는 편인 우리 식구들 덕분이다. 어렸을 때부터 비교적 깔끔하고 청소를 중요시 하는 엄마 밑에서 자란 나는 엄마의 깔끔함을 그닥 물려 받지 못했다. 뭔가를 하고 나면 흔적을 남기길 좋아하고 바로 치우지 않는 편이었다. 쌓아놓은 곳에 또 쌓아 놓는 것을 좋아했는데 그래서인지 어머니와의 관계는 사랑하면서도 뭔가 불편한 애증의 관계가 이어져 왔나 보다. 


 

어렸을 때 어머니에게 많이 들은 말들을 생각해 보면 사랑의 표현, 따뜻함 보다는 청소나 정리에 대한 압박과 잔소리가 대부분인듯이 느껴진다. 이건 왜 안 치워놨니? 행주는왜 빨지 않고 저렇게 아무데나 던져 놓았니 .. 퇴근해서 오신 어머니는 계속 이런 말들로 나를 옥죄었다. 혼자서 집안 살림을 책임져 가셔야 했던 어머니가 가게일을 마치고 밤 9시가 넘어서야 집에 왔을 때 마주 하는 것들이 정리 안된 지저분한 집이라는게 얼마나 힘들고 짜증나는 일이었을까를 서른이 넘어 내 살림을 해보고서야 이해하게 된 것 같다. 그러나 어렸을 때는 그런 어머니에대한 이해함을 가지기 힘들었기 때문에 그냥 엄마는 잔소리만 계속 해대고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 처럼 서럽게 느껴졌었다. 성향의 차이로 인해 깔끔한 어머니에 비해 정리 정돈 청소를 잘 하지 않았고 관심도 없었던 나는 보통 어머니의 잔소리에 못이겨 겨우 엉덩이를 들었다. 그리고 대충 어머니가 하라는 것들을 하는 척 하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척 하면서 살아왔지만 그 시간들이 적잖은 스트레스가 되어 왔다. 


그래서 결혼을 하고 내 가정을 꾸리게 되면서는 나의 가족들에게는 그런 스트레스를 주고 싶지 않았고 나 자신도 청소와 정리정돈에 그다지 메이지 않고 편하게 살아 왔다. 마침 시댁이나 친정과는 먼 곳에 살아서 결혼 후에 남편과 자녀들과만 살아왔기 때문에 이 살림에 대한 책임은 나 혼자에게 오롯이 있었다. 그래서 그냥 내가 편한대로 살림을 하면서 살아왔다. 하기 싫으면 설거지는 다음날 아침, 또는 그 다음날 까직도 그대로 있기도 했다. 내가 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 즐기면서 하자! 이것이 내 나름의 살림 모토이다. 남편도 그닥 깔끔병, 정리벽이 있는 스타일이 아니다 보니 우리는 그냥 치우고 싶을 때 치우고 정리하고 싶을 때 하는 식으로 편하게 그렇게 산다.  그러다 보니 아들과 딸 마저도 엄마 아빠 처럼 바로 정리하거나 청소를 자주 하는 편이 아니게 되었나보다. 아이들도 천성적으로 정리벽이 있거나 깔끔병을 가지고 있지 않다보니 우리집은 항상 좀 너저분한 편이다. 


그래서 손님을 집에 초대한다는 것은 단지 음식 준비, 접대 정도가 아니라 너저분한 집을 다 청소해야 한다는 것부터 시작된다. 때로는 손님이 와야지 비로서 청소기를 돌리나 싶기도 하다. 함께 일을 하다가 먼 곳으로 이동하게 된 직장 동료들을 집으로 초대해서 밥을 먹고 싶었다. 떠나기 전에 꼭 한번 가져야 하는 자리이기에 집에 초대하기로 하고 메뉴를 물어봤다. 집에 있는 재료와 내가 할 줄 아는 몇 안되는 메뉴 중에서 고르다 보니 스파게티와 떡볶이 중에서 어떤 것을 원하냐고 물었다. 떡볶이를 먹겠다고 해서 라볶이를 하기로 결정했다. 전에 아이들이 먹고 싶어해서 유튜브를 보면서 백종원님이 알려주는 쉽게 성공할 수 있는 라볶이 레시피로 몇 번 아이들에게 만들어 주었는데 아이들이 맛있어 했다. 그래도 손님을 초대하는 것이니 신경을 쓴다고 멸치 육수까지 내면서 라볶이를 만들었다. 라면 면을 일찍 넣으면 불을까봐 도착하면 넣어야지 생각하면서 떡을 먼저 넣어서 끓이는데 아이들과 해 먹는 양보다 많은 양을 하다보니 뭔가 좀 이상하다. 생각했던 것 보다 양이 많아 냄비가 꽉 찬다. 면을 같이 넣을 자리가 없어 보여 급하게 작은 냄비에 물을 올려서 라면 면을 따로 끓였다. 마침 시간에 맞추어 손님이 도착하고 급하게 익힌 면을 떡을 볶아 둔 것에 넣어 섞었는데 이런! 맛을 보니 처음부터 같이 끓이지 않아서 인지 너무 싱겁고 맛이 없었다. 게다가 접시에 담아서 낼 때에 나름 신경쓰다고 깨도 송송 뿌렸는데 식탁에 앉아 먹으려 보니 깨의 색이 영 평범하지가 못하다. 깨가 얼마 남지 않아서 깨 통 밑에 남아 있는 것을 뿌렸는데 오래되다 보니 색도 이상하고 상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작아서 신경 안쓰면 모르겠지만 손님을 초대했는데 깨 상태가 안좋아 통을 확인해 보니 진짜로 상한 듯 하다. 급하게 깨의 상태를 설명하고 걷어 내는데 얼굴이 화끈 거렸다. 


우리 끼리 집에서 해먹을 때는 그래도 맛있었기에 이 메뉴를 정한건데 손님을 초대해 신경쓴다고 준비한 것들이 오히려 대충 해먹는 것보다 못하게 되어 버렸다. 게다가 손님을 초대한다고 아침부터 청소에 물건 정리에 이미 에너지를 많이 쏟은 터라 정작 손님과 앉아서 먹고 시간을 보내면서는 진이 빠져서 너무 졸려온다. 설상가상 배까지 자꾸 꿀럭꿀럭 가스가 차는 느낌이다. 누굴 초대하고 대접하는 건 나랑은 너무 안 맞는 일일까? 어떻게 어떻게 손님 접대를 마치고 뒷 정리를 하고 나니 완전히 뻗어버려서 꼼짝 못하고 한참을 누워있는다. 고작 떡볶이로 손님 접대하는 게 뭐라고 이렇게 진이 빠지는 건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집에 초대하고 싶었던 것은 그만큼 오래 함께 해 온 동료들에게 사랑을 표현하고 싶어서 였겠지만, 역시나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붓게 된다. 그래도 누군가 집에 초대하고 함께 시간을 보내며 사랑을 나누는 시간을 가지려 노력한 내 자신에게 박수를 보내줘야 겠다. 잘했어! 수고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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