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 = 사고 = 죽음
이것이 트라우마로 나의 마음 깊은 곳에 자리를 잡아버려서 나는 운전하는 게 두려웠다.
분명히 지금의 상황은 운전의 필요성이 큰데 그냥 두려웠다.
어느 날 면허를 따고 운전을 하고 다니는 내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그런데 그 상상 속에서 나는 운전대를 붙잡고 덜덜 떨고 있었다.
운전석에 앉아서 핸들만 붙들고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덜덜 떨고 있는 내 모습..
그게 머릿속에 그려지고 또르륵… 눈물이 흘렀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상처, 아픔, 그 후에 변해 버린 우리 가정의 모습들..
아버지 없는 아이로 자라나야 했던 외로움과 시선들..
가슴에 뻥 뚫려버린 구멍..
많은 것들이 머릿속을 지나간다.
그리고 눈물은 하염없이 흘렀다. 내가 운전을 하면 곧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나를 옥죄어 온다.
또 내가 누군가를 쳐서 그 사람을 죽게 만들 수도 있다.
그러면 나와 내 가족에게 일어난 일들이 다른 가족에게도 일어나고
난 그런 일을 일으킨 가해자가 될 수 있다.
이런 생각들이 결론적으로 ‘할 수 없어!’라고 자꾸 말하는 것 같았다.
‘넌 할 수 없어!’
그래, 운전면허를 굳이 따지 않고도 살 수 있어. 평생 운전을 안 하고 사는 사람도 많잖아.
나는 타협하기 시작했다. 실제로도 그렇긴 하니까..
운전을 못하지만 그냥 그러려니 살아가는 사람도 많으니까.
하지만 태국에서 운전 못하는 생활은(오토바이조차도) 실질적으로 너무 불편한 게 많았다. 나만 불편하면 모르겠는데 내가 기동성이 없기 때문에 늘 남편이나 다른 사람이 나를 태우러 오고 데려다주고 해야 하는 것이 미안했다. 뭔가 변화가 필요하다!
(조금 긴 이야기이다 보니 여러 편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다음 편에 이야기가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