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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안다리 Feb 21. 2023

장롱면허 탈출을 위한 두려움 극복기(3)

합리적으로 생각을 해 보았다. 


하나, 운전을 하다가 사고를 경험하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사망에 이르는 큰 사고를 경험하는 사람은 실제로 많지 않다. 

남편은 20대 초반부터 현재까지 십 년 넘게 운전을 해 오고 있지만 작은 접촉사고조차도 낸 적이 없다.

태생부터 좀 운전을 잘하는 편인 거 같긴 한데.. 

암튼 실질적으로 운전을 하다가 큰 사고를 경험하는 퍼센트는 정확한 통계로는 모르겠지만  

그다지 크지 않은 것 같다. 

우리 집은 불행히도 큰 사고를 겪었지만 모두가 다 그런 큰 사고를 겪는 것은 아니니까.


둘, 인간은 누구나 언제 가는 죽는다. 그렇지만 꼭 사고로 다 죽는 것은 아니다. 

아버지의 차사고가 나에게 큰 트라우마를 주었고 

운전 = 사고 = 죽음

이라는 공식이 내 뇌리에 박혀버렸지만 인간이 죽는 이유는 사실 질병이 훨씬 더 크지 않나?

내가 운전을 한다고 해서 꼭 자동차 사고로 죽는다는 법은 없다. 

오히려 질병이나 다른 원인으로 죽게 될 확률이 더 높다. 

또 운전을 한다고 해서 내가 꼭 큰 사고를 낸다고 보장할 수도 없다. 

그것은 그냥.. 

실체 없는 두려움인 것이다! 


나는 결심했다. 


‘할 수 있어! 해 볼 거야!’


그래서 2012년에 한국에 잠시 머무는 동안 면허를 땄다. 한번 떨어지고 두 번째에. 

그렇게 면허가 생기고 태국에 돌아와서 태국 면허로 변경도 하고 

본격적인 드라이버의 삶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하지만 곧 큰 사고를 냈다. 

100% 나의 과실로. 

운전 미숙으로 인해 신호를 대기하고 있는 다른 차를 크게 박고 우리 차도 그 사람의 차도 많이 망가졌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전혀 없었다. 하지만 뒤에 아이들이 타고 있었고 그날따라 나는 깜빡하고 핸드폰도 집에 두고 나간 상태였다. 

주변 가게에서 도움을 받아 남편에게 전화를 걸고, 아이들은 도로에서 피신시켜 두고 상대편 차주와 보험회사 직원을 기다렸다. 

다행히 1등급 보험이 있었기 때문에 큰 손실은 없었지만 산 지 2년밖에 안된 상대 차량과 산 지 1년 밖에 안된 우리 차가 망가져 버려서 속상했다. 

상대 차량 주인에게 너무 미안했다. 


우리 차는 한 달 동안 수리를 맡겨야 했고 급하게 시동생의 차를 빌려와서 써야 했다. 왜냐면 당장 아이들을 매일 학교에 데려다줘야 하기 때문에 차가 없으면 많이 곤란하다. 

그때에 남편이


“괜찮아 여보, 놀랐지? 차 많이 망가진 거 아냐. 처음엔 누구나 다 실수할 수 있는 거지. 그럴 수 있어. 차는 고치면 돼. 앞으로 계속 열심히 연습하면 운전 잘할 수 있게 될 거야. 내가 많이 도와줄게.”


라고 해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지만 남편은 원망스러운 얼굴로 쳐다보면서 한 달이나 차를 못쓰게 된 것, 산 지 얼마 안 된 차를 망가트려 놓은 것에 매우 불평을 했다. 그리고 다시는 내가 운전대를 잡지 못하게 했다. 

그래서 나는 장롱 면허가 되었다.  


(조금 긴 이야기이다 보니 여러 편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다음 편에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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