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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안다리 Feb 21. 2023

장롱면허 탈출을 위한 두려움 극복기(4)

장롱 면허로 지낸 지 한 참 후에 다시 불편함을 이기고자 운전대를 잡아 보았다. 

몇 번 해보니 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내가 운전해서 갈 거야!” 하면서 까불다가 또 사고를 냈다. 

이번에도 100% 나의 과실로… 후진하다가 전봇대를 박아서 차 뒤편이 많이 망가졌다. 

하지만 첫 번째처럼 큰 사고가 아니었고 차도 며칠 만에 고칠 수 있었다. 

그러나 남편은 첫 번째 사고 이후처럼 다시 운전을 못하게 했다. 


그렇게 오랜 기간 장롱 면허로 다시 지내야 했다.

두 번이나 차를 망가뜨리고 난 후에 운전에 대한 나의 두려움이 또다시 커져서 나도 운전을 하고자 하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운전은 너무 무서운 거야’

운전 = 사고= 죽음..


이 공식이 다시 내 마음 깊숙한 곳에서 꿈틀거렸다. 

그러다가 한 번은 한국에서 언니를 만나서 외식을 하러 가게 되었다. 

언니가 자기 차로 가자고 했다. 

처음으로 언니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이동을 했는데 아주 잘하지는 않았지만 그럭저럭 다닐 만했다. 

언니에게 자기 차가 있는 것도, 운전을 하고 다니는 것도 처음 알았던 나는 조금 놀랐다. 

아버지의 사고.. 

분명히 우리는 같은 사고를 함께 겪었는데 왜 언니는 운전을 하고 다닐 수 있지?

언니는 왜 그 트라우마가 없지? 

하긴 엄마도 아버지의 사고 이후 가족 부양을 위해서 5번이나 도전을 해서 운전면허를 따셨고 지금까지 운전을 아주 잘하고 다니신다. 

남편이 한국에 왔을 때 엄마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서 감탄할 정도로 엄마는 운전을 아주 잘하신다. 


엄마와 언니는 괜찮은데 왜 나는 아직까지 이렇게 그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살아가는가? 오히려 그때 나는 언니 보다도 더 어렸었는데…

아마도 개인이 가지고 있는 사고에 대한 쿠션이 달라서가 아닌가 혼자 정리해 보았다. 

같은 공을 맞아도 어떤 사람은 뼈가 부러지고 어떤 사람은 그냥 좀 아프네.. 하면서 넘어갈 수 있는 것처럼. 

같은 상황이지만 반응할 수 있는 쿠션의 무게가 달라서가 아닐까?


아무튼... 그렇게 언니가 운전하는 모습을 보고서 태국에 돌아와 한동안 운전에 대해서 또 생각해 보았다. 

나는 어떻게 이 두려움을 극복해 낼 것인가?

엄마도 언니도 극복해 낸 이 두려움을 나도 꼭 극복해 내야 할 텐데…

조금씩 연습이라도 해보자.. 하면서 아는 동생에게 운전 연수를 해 달라고 했다. 

공원에 가서 주차 연습을 해보았다. 평행주자, 후방주차, 전방주차..

각종 주차 연습을 했다. 

그리고 그 동생이 이렇게 말했다. 


“사실 운전 실력으로 봐서는 누나가 OO보다 훨씬 나아요.”


우리 사이에 얼마 전 차를 차서 운전을 하고 다니는 동생이 있었는데 그 친구도 운전 연수를 해줬었는데 

그 친구보다 실질적인 운전실력은 내가 더 낫다고 한다. 

그러나 그 친구는 두려움이 없이 잘 다니고 나는 두려움에 운전을 하지 못하고 있는 바로 그 차이였다. 

그래서 나는 이 트라우마를 극복해 보고 싶었다. 

마침 상담 실습 같은 시간이 있었다. 

파트너와 30분 정도씩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해 주며 감정의 치유가 일어나도록 도와주는 실습 같은 것이었는데 

나는 나의 주제를 “왜 운전을 두려워하는가?”로 정했다. 

나의 사고 트라우마에 대해서 아버지의 이야기부터 찬찬히 나누면서 내가 느끼고 있는 감정들에 대해서 나누었다. 나의 파트너는 나에게 


“운전을 하면 어떤 좋을 것을 얻게 될 것 같아요?”


라고 물었다.  

이 질문에 한 대를 확 맞은 것 같았다. 

운전을 해서 얻게 될 좋은 것??


그렇다! 나는 단 한 번도 운전을 통해서 내가 얻게 될 것을 생각해 보지 않았다. 

운전을 하면 내가 잃게 될 것들, 

그것도 아주 희박한 확률로 일어날 일들에 대해서만 생각해 왔기 때문에 

운전은 두렵고 무서운 일이 되었던 것이다. 


운전을 하면 내가 얻게 될 좋은 것??

아주 많았다. 

특히 남편이 아주 편해질 것 같았다. 

남편이 일을 하다 가도 아이들 학교 픽업을 혼자 다 해야 했다. 

(이곳은 주택단지 근처에 학교가 있는 게 아니라 시내에 있기 때문에 많은 학부모들이 아이들을 픽업하러 가야 해서 등, 하교 시간에 학교 주변에 교통 체증이 생긴다.)

내가 장을 보러 가야 할 때도 남편이 데리고 가서 장을 다 볼 때까지 기다려 줘야 하는 등등 

많은 부분을 희생해 주고 있었기 때문에..

또 나 역시도 많이 자유로워질 것 같았다. 

차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사고 싶은 것, 가보고 싶은 곳이 생겨도 

그냥 생각만 하지 실지로 사거나, 가보지 못할 때가 많았다. 


나는 짧은 상담 실습이었지만 그 시간을 통해서 운전에 대한 나의 개념을 바꿀 수 있었다. 

생각의 전환이 일어나니 흥미가 생겼다. 

그래도 두려움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라서 주저주저하고 있었는데 계기가 생겼다. 


(조금 긴 이야기이다 보니 여러 편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다음 편에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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