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키안다리 Feb 21. 2023

장롱면허 탈출을 위한 두려움 극복기(5)

바로! 코로나19로 인한 격리!!

남편은 치앙마이에 세미나를 참석하러 다녀오다가 같이 간 사람들과

다 같이 코로나에 걸려서 집에서 차로 20분 정도 걸리는 곳에서 열흘 정도 격리를 하게 되었다. 


상담 실습이 있고 난지 얼마 안 되어서 이런 일이 생겨난 것이 우연일까??


남편의 발이 묶여 버리고 나니 내가 운전을 해서 가족을 돌보아야 했고 

격리 장소까지 필요한 물품도 사다가 갖다 주어야 했다. 

나는 기쁜 마음으로 운전을 했다. 운전을 해서 내가 얻을 것에 더 집중하면서..

서툰 솜씨라서 무섭고 아슬아슬하기도 했다. 

주차장에서 혼자 차 대느라고 한참을 헤매고 있기도 했고 

김여사 짓으로 다른 차가 빵! 하고 화를 내기도 했지만 그럭저럭 운전을 잘하고 다녔다. 

그리고 나 자신에게 계속 말해주었다. 


“괜찮아! 잘하고 있어. 계속 이렇게 하면 돼. 점점 더 나아질 거야. 

너는 참 대단해!! 아주 잘했어! 걱정하지 마!!”


운전을 하면서 중얼중얼… 

그러나 이 격려 요법이 효과가 있었는지 점점 더 자신감이 생겼고 별문제 없이 잘 다녔다. 

그러다가!!

남편의 격리도 해제가 되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식사를 준비해 주려고 

혼자 운전해서 음식을 가지러 가던 날. 

도로 한 복판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차의 시동이 꺼져버렸다. 

그즈음에 차 배터리 교환을 해야 할 거 같다고 남편이 말했던 것 같은데 

배터리 문제로 시동이 다시 걸리지 않았다. 

신호는 파란색으로 바뀌었는데 차는 움직이지 않고 

뒤에서는 다른 차들이 빵빵 거리더니 슝- 슝- 앞질러 가버리고.. 

그야말로 멘붕이 왔다. 

어차피 차가 나랑 있으니 남편에게 전화해 봐야 도우러 올 수가 없으니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배터리가 방전된 것 같다고.


우선 차에서 나와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다행히 낮이라 밝아서 다른 차들이 알아서 문제를 인식하고 잘 피해 갔다. 

그런데 지나가던 전기국 직원 8명 정도가 달려와 무슨 일이냐며 도와주기 시작했다. 

우선 차를 도로 밖으로 이동해야겠다며 아저씨들이 밀어서 이동시켜 주었으며 친구가 오고 있다고 하니 안심시켜 주며 이렇게 이렇게 하면 된다고 하시면서 끝까지 지켜보다가 떠나셨다. 

나에게 하나님이 보내주신 천사들 같았다.

다행히 친구 차로 배터리 점핑을 할 수가 있었고 다시 별일 없었다는 듯이 시동이 걸렸다.  


차에 시동이 안 걸려서 당황했을 때 지난 두 번의 사고가 생각나면서 

왜 내가 운전만 하면 이런 일 생기지? 나는 운전을 하지 말아야 하는 건가? 했다. 

하지만 이내 ‘그냥 이렇게 대처하면 되는구나? 좋은 거 배웠네!’ 하면서 넘어가졌다. 


이후에도 나는 계속 기회가 될 때마다 운전을 했다. 

우리 집에는 차가 한 대 밖에 없어서 대부분 남편이 사용하지만 

내가 사용할 수 있을 때는 최대한 혼자서 운전을 해서 움직였다. 

내가 운전을 하기 시작하니 확실히 남편에게 많은 자유가 생겼다. 

아이들 픽업도 나눠서 할 수 있고 장도 나 혼자 보러 가니 남편에게 여유 시간이 생긴 것이다.

아이들을 태워서 집에 오고 나면 꼭 아이들에게 물어본다. 


“엄마 운전이 괜찮았어?”


반신반의하는 모습으로 물어보지만 아이들의 평가가 점점 괜찮아지고 있다. 

사실 첫 번째로 사고를 냈을 때 아이들이 차 뒤에 앉아 있었고 아들은 그 상황을 다 기억하기 때문에 

보통 “엄마가 운전하는 차 안 탈 거야!” 했었다. 


남편의 일이 많이 바빠져서 이제는 아이들 픽업 자체를 내가 맡아서 하게 되었다. 

학교가 시내를 지나 저 건너편에 있기 때문에 학교까지 좀 멀고 오래 걸린다. 

시내를 지나갈 때는 차도 많고 복잡하다. 태국의 신호등은 참 헷갈리게도 만들어 놨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중얼중얼 나를 격려하면서 운전을 잘하고 있다. 

다행히 별다른 사고 없이.. 


이제는 운전에 대한 트라우마와 두려움을 극복해 냈다고 해도 될 것 같다. 

진작 이겨내서 운전을 하고 다녔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럼 더 많은 자유와 즐거움을 누릴 수 있었을 텐데. 

내가 오랫동안 장롱면허로 살아야 했던 것은 운전 실력이 없어서 가 아닌 

나를 옭아매고 있던 트라우마와 두려움 때문이었다. 

그 두려움을 끊어내니 자유가 생겼다. 


어떤 일이 두렵고 해 볼 용기가 안 난다면 한번 생각해 보자. 

그 일을 통해 잃을 것보다는 그것을 통해 얻어질 좋은 것, 즐거움들을!!

작가의 이전글 장롱면허 탈출을 위한 두려움 극복기(4)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