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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안다리 Mar 12. 2023

아직 서툴지만 괜찮아 더 좋아질 거야

쉬는 날이면 아이들은 집에서 하루 종일 스마트폰 게임만 하고 있는다.

아이들을 어떻게 하면 게임에서 떼어낼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내가 요리를 할 때 함께 해 보자고 제안하기 시작했다.


아들의 반응은 심드렁하니 도와 달라는 것만 빨리 해주고 다시 게임으로 돌아가 버린다.

하지만 딸아이는 재밌어하면서 옆에 붙어서 요리를 함께 해주기 시작했다.

김밥, 피자, 떡볶이, 팬케익 등등을 함께 만들면서 재밌어하고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크면 요리사가 되겠다고 하기까지 한다.


이 아이의 꿈은 자주 바뀌는데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된다고 했다가 쿠키나 케이크를 만드는 파티셰가 되고 싶다고 했다가 요리사로 또 갈아탄다.

그러다가 다시 또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돌아가기도 한다.

하나 같이 손을 많이 사용하는 직업들인데 아이는 그런 쪽으로 재능이 있는 것 같다.


엄마의 요청에 반응해 주어서 고맙기도 하고 함께 요리하는 것을 즐거워해 주니 좋아서 여러 가지 요리를 함께 했는데

사실 아이가 함께 요리를 하는 것은 조금 귀찮기도 하다.

혼자서 한다면 그냥 후다닥 빠르게 할 수 있는 것도 아이가 옆에서 함께하니

초등학교 3학년 아이의 수준에 맞게 준비물을 준비해 주어야 하고 시범도 보여야 한다.

훨씬 더 번거롭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당근은 이렇게 껍질을 벗기면 돼.

이걸 할 땐 손을 다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해.

씻은 야채는 이렇게 두고.

불을 사용할 때 항상 이런 점들을 조심해야 해.


요리 백지인 아이에게 많은 것들을 처음부터 설명하면서 가르쳐 주어야 하는 게 조금 귀찮게 느껴지기도 했다.

아이는 서툰 솜씨로 플라스틱 칼을 가지고 당근을 썰고 야채를 다듬었다.

많은 경우 내가 다시 해야 하기도 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어렸을 때 우리 엄마는 나를 데리고 요리를 한 적이 없었다.

요리 솜씨가 좋은 어머니는 가게 일을 하시면서도 항상 집 냉장고에 반찬을 가득 채워 두셨다. 언니와 내가 학교에서 돌아왔을 때 집에 먹을 것이 준비되어 있었고 우리는 그저 꺼내어 데워 먹기만 하면 되었다.

그러나 항상 엄마는 혼자서 요리를 하셨고 우리에게 함께 하자고 하거나 가르쳐 주신 적이 없었다.

나나 언니도 요리에 크게 관심이 없어서 같이 하자고 한 적도 없었던 것 같다.

요리 똥손인 나의 모습을 돌아보니 흥미를 가질 만한 기회를 가져본 적이 없다는 생각도 들긴 한다.


아이가 서툰 솜씨로 옆에서 요리를 하면 귀찮기도 했지만

그래도 함께 하는 그 시간이 참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기대감이 생겼다.

이 아이의 서툰 솜씨는 시간이 가면서 분명히 나아질 것이다.

한 번, 두 번, 경험치가 쌓이게 되면 분명히 어제보다 나진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기대가 생겼다.

귀찮고 번거롭지만 나는 계속 아이를 요리에 초대했다.

그리고 말한다.


아직 서툴지만 괜찮아 더 좋아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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