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키안다리 Mar 30. 2023

좌절을 마주하는 축복

태국의 교육 시스템과 한국은 다른 점이 많이 있는데 이번에 아들을 중학교에 보내게 되면서 크게 느꼈다. 

아들이 초등학교를 졸업하면서 우리는 이 아이가 진학했으면 하는 학교에 원서를 넣고 시험을 봐야 했다. 

(한국에서는 그냥 배정되는 학교로 진학을 하면 되는데..)


이 도시의 시내에는 크고 유명한 중, 고등학교가 세 군데 정도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다 그 학교에 아이들을 진학시키고 싶어 한다. 

그래서 이 세 학교는 시험을 봐서 들어가야 한다. 

우리도 그중에 가장 공부를 잘한다는 학교에 아이의 원서를 넣었다. 

시험을 보고 와서 아이의 반응은 “뭐 그렇게 어렵진 않았어”였다. 

남편은 아이가 꼭 붙었으면 하는 마음에 매일매일 기도하며 합격자 발표날을 기다렸다. 

드디어 약속된 날짜가 되고 합격자가 홈페이지를 통해서 발표되었다. 

350여 명을 뽑았는데 어디에도 우리 아들의 이름은 없었다. 


남편은 너무 속상한 나머지 눈물까지 보이려 했다. 

아이가 이 학교를 못 가는 것도 서운하긴 하지만 다른 친구들은 붙었는데 

자기는 떨어진 것에 대해서 속상해할까 봐 그렇다며 아빠가 더 슬퍼하는 듯해 보였다. 

아들이 워낙 공부를 잘하는 편이라서 당연히 붙을 거라 예상하고 있었기에 

나도 처음엔 좀 충격이긴 했지만 이내 마음을 정리하고 지원할 수 있는 다른 학교를 알아보자고 했다. 

그리고 아이가 인생 처음으로 경험하는 좌절에 대해서 어떻게 반응해 주어야 할지 

혼자 정리하며 편지를 써 보았다. 


아들아, 

네가 그 학교에 가지 못하게 되었지만 엄마는 정말로 아무렇지 않아

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많은 좌절을 경험하지.

원하는 것을 얻는 것보다 얻지 못하는 때가 훨씬 더 많아. 

엄마는 네가 이번 기회에 좌절을 마주 하는 방법을 배웠으면 좋겠다. 

인생에 실패와 좌절이 찾아올 때 

어떻게 그것을 이겨내고 다시 일어나 

다음 기회들을 감사해 할 수 있는가 

이것이 삶에 있어서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좌절했기 때문에 주저앉아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다잡고 다시 일어나는 법을 배울 수 있다면, 

그런 마음의 근육이 다져질 수 있다면, 

네가 그 학교에 진학할 수 있게 되는 것 이상으로 소중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 

인생은 늘 아름답진 않지만 우리가 선택할 수 있단다.

우리가 어느 관점에 서서 인생을 바라볼 수 있을지. 


오늘 너의 좌절과 실패를 축하해. 

이로 인해 네가 좌절을 이기는 법을 배울 수 있게 된 것을.. 


너를 너무나도 사랑하는 엄마가..

이전 11화 그대가 누구이든지 간에..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