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3인 아들이 높은 성적표를 받아 왔다.
거의 만점에 가까운 점수이다.
지난 학기에는 학년 통틀어 수학 1등을 했다.
태국에 살면서 학원 한 번 보내 본 적이 없고
학교에서 공부하고 집에 바로 오는 게 다인데 아이가 공부를 곧잘 한다.
학교에 빠지는 것도 아주 싫어한다.
우리의 일정 상 학교를 하루 정도 빠지고 어디를 가고 싶어도 아이가 워낙 진도가 친구들보다 늦어지는 것을 싫어하는 나머지 우리는 학교 일정에 딱딱 맞추어서 살 수밖에 없다.
아이의 교육에 대해서 생각할 때 항상 스스로 다짐해 온 것이 있다.
"성적은 안 좋아도 상관없다.
그저 행복하고 바르게 자라라.
정말로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그것을 발전해 나가라.
꼭 대학 안 가도 된다.
대신 진짜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그것을 발전시키고 싶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평소에 이런 교육관을 가지고 있다 보니 아이에게 공부를 꼭 잘해야 한다고 얘기해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사교육을 시키는 것에도 그다지 관심을 가져보지 않았다.
그런데 요즘 내가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할 때 나 자신의 모습을 관찰해 보니,
아이가 공부를 잘하는 것, 사교육 없이도 높은 성적을 받아오는 것에 대해서
은근히 자랑하고 신나 하는 내 모습을 보게 된다.
아이의 높은 성적에 대해서 입꼬리가 슬쩍 올라간다.
그러다 ‘앗차!’ 하는 마음이 들었다.
아이가 자기가 성적을 잘 받아와야지만 자랑스러운 인간이 된다고 착각하면 어쩌지?
엄마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둘째가 자기는 성적을 오빠만큼 잘 받아오지 못하니 자신이 가치 없다고 느끼면 어쩌지?
이제 아들의 성적 자랑은 그만하려고 한다.
정말로 원하는 것은 공부를 잘 하든 아니든지 간에
자신을 정말로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으로 자라 가는 것이니까.
아이들이 알게 되길 바란다.
조건을 통해서가 아닌 존재만으로 가치 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