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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리 Aire Aug 20. 2020

이 아파트를 사면 3,500만원 벌고 시작하는 거야

<제11편> 중소기업 월급쟁이, 강남아파트 투자로 조기은퇴하다

“사장님, 8층 물건 아직 있어요?”

“이게 아까 오전에 계약금이 들어갔는데, 계약이 깨질 거 같아.”

“그게 무슨 뜻이에요?”

“계약금 보낸 매수자한테서 계약 파기한다고 연락이 왔거든.”

“계약금 얼마 들어갔는데요?”

“1,950만원. 매도인은 계약금 안 돌려준다고 하고 매수인은 돌려달라고 하고 그러는 중이라서 조금 기다려봐야 될 거 같아.”  

“그럼 제가 산다고 하면서 계약금 보낸 사람한테 그 액수만큼 쏴주면 되잖아요?”

“그럴래요? 그럼 일단 와서 집 한번 보고 얘기해요.”


8층 물건이 1억 9,500만원에 나온 것을 발견했다. 최근 실거래가는 4층 2억 3,000만원이었다. 3,500만원이 싼 급매였다. 게다가 층도 8층이다. 동향이지만 낮에는 출근하고 집에 없으니 상관없었다.


이 물건을 잡으면 사는 순간
3,500만원 벌고 시작하는 거야.

부동산 책을 많이 읽은 효과가 나오는 것 같았다. 100여 개의 아파트를 본 보람이 있었다.


사실 많이 보고는 있었는데 막보고 있었다. 기준이 없었다. 집을 고르는 기준이 필요했다. 책에서는 아파트를 구할 때 출퇴근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나는 종로로 아내는 광화문으로 출근하고 있었다. 그래서 3호선 라인으로 찾기 시작했다. 독립문역, 무악재역, 홍제역 주변을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뭔가 체계적인 느낌이 났다.


24평, 매매 2억, 전세 1억, 잔금 1억인 물건을 찾고 있었다. 역세권 아파트는 예산이 안 맞았다. 문화촌현대가 2억 중반, 홍제원현대가 3억 초반, 인왕산벽산 3억, 그리고 홍제한양이 2억 후반이었다. 철저하게 지하철역까지의 거리에 따라서 매매 가격에 등급이 있었다. 지하철 역세권의 힘의 대단함을 느낄 수 있었다.


지도를 보다가 상명대 방향에 있는 한 아파트가 눈에 들어왔다. 매매시세가 놀라웠다. 24평이 1억 후반 대였고, 28평은 2억 초반이었다. 물론 싼 이유가 있을 것이다. 역시 홍제역에서 걸어서 15분가량 떨어진 곳이다. 하지만 생각을 바꾸면 종로구에 가장 가까운 아파트였다. 역세권 대단지 홍제원현대 보다 1억이나 싼데 평수는 오히려 더 넓었다.


부동산 책에서 공부한 대로 주변에 학교가 있는지, 환경은 좋은지, 개발 호재는 있는지 살폈다. 아파트 뒤로는 중학교가 공사 중이었다. 주변에 초등학교 3개도 있다. 근처에 고등학교가 없는 것은 아쉬웠다. 학군이 중요하다고 했다. 고등학교 입학에 맞춰 다른 동네로 이사를 간다면 결국 시세에도 영향을 줄 것 같았다. 실거주 수요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뉴스를 검색해봤다. 아파트 앞에는 홍제천이 있다. 여기를 복구해서 한강까지 연결하는 개발 계획을 발견했다. 또한 유진상가 주변은 균형발전 촉진지구로 지정되어 있었다. 또 다른 균형발전 촉진지구인 합정역 주변은 이미 공사에 들어갔고, 최고 130미터에 이르는 주상복합 건물들이 들어선다고 한다. 홍제역 주변도 조만간 개발이 시작된다고 한다. 대형마트와 영화관이 들어올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그렇거 고른 곳은 서대문구 홍제동 유원하나 아파트였다. 아파트를 고르는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서 최선의 선택을 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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