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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삶을 가꾸는 건축가 Dec 27. 2021

건축사 합격률과 인력난

A. 건축사 합격률과 건축사활용도를 같이 높여 상생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의대와 로스쿨 합격률에 비해 건축사 합격률은 반의 반 정도인 것이 사실이다.

저조한 합격률의 이면에서는 이미 건축사를 가진 사람들조차 시장에서 밥벌이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합격률이 높아져 건축사가 세상에 쏟아져 나오면 줄어드는 몫을 나눠 갖는 것에 찬성할 기성 건축사들은 거의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 단면은 2020년 초반에 갑자기 높아진 건축사 합격률에 대한 반응에서 드러났다. 건축사예비시험이 없어지는 상황에서 단기간 동안 1년에 2번씩 시험을 보기로 하고, 2020년 첫 번째 시험에서 갑자기 합격률이 높아지자 건축단체들이 항의를 해서 하반기부터는 다시 합격률이 곤두박질치는 사태가 있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현재 건축사 활용 차원을 높이는 방안을 고민해야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 조심스런 내 생각이다. 건축사라는 사회적자원의 활용범위와 활용도가 높아져 각자의 파이가 지금보다 커진다면 기성 건축사들도 후배 건축사의 숫자가 증가하는 것에 서로 동의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예를 들면, 대형사무소의 경우 한 명의 건축사가 1년에 약 1만 세 대 정도 허가도서에 도장을 찍는다. 1만 세대면 약 3만 명의 보금자리를 만드는 일인데, 1명의 건축사가 설계를 책임진다고 하는 것은 분명 건축사 1인의 능력을 훨씬 뛰어넘는 일이다 . 이러한 상황이라면 책임건축가는 당연히 설계가 어떻게 되었는지 알기도 어렵고 알 수도 없는 규모이다. 그렇기 때문에 업무는 건축사보(직원)들이 다 처리한다. 이러한 프로세스 속에서 건축사의 역할은 눈에 보이는 문제를 체크하거나 거의 관여를 못하는 상황이 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건축사 1인당 1년간 허가 면적을 제한하여 하나의 일을 보다 많은 건축사가 나눠 갖게 하여 다수의 건축사 활용도를 확대하고 건축사가 건축설계에 집중하여 책임감을 가지고 양질의 설계가 이루어 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21층 이상 이거나 연면적 10만 제곱미터 이상의 대형건축물의 경우 다수의 건축사가 책임제로 도서에 도장을 찍어서 설계의 질을 확보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     

또한 최근에 철거 중에 사건사고등이 많아, 건축사가 철거감리를 하도록 법적으로 갖추어져 있다. 이러한 건축과 관련한 사회 안전을 위한 방안으로 철거감리를 도입하는 제도는 건축사의 활용도를 높이는 방안 중에 하나일 것이다.     



B. 건축사 취득 자격을 조정, 보완해야 한다.     


요즘 설계사무소에는 신입도 없고 중간연차도 적다. 이 연차의 직원을 구하려고 하면 구할 수조차 없다. 회사는 신입을 채용해서 채용한 인력을 키워나가야 하는데, 당장 프로젝트 공백을 메워줄 저렴한 경력자만 찾았기 때문으로 설계사무소들이 자초한 면도 분명 있다.

건축사 합격률을 높이는 것이 당장의 혜안이 될 수 있을까. 또 그렇게 한다고 해서 5년제 졸업하는 학생들이 설계사무실로 다시 온다고 생각하지지도 않는다. (그들이 설계시장으로 오지 않는 것은 다른 이유가 더 크고 차라리 설계시장의 열악함이 그들을 다른 곳으로 몰아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차라리 임시방편일수도 있고 다소 거칠지도 모르나, 5년제 졸업하고 3년 실무수료를 한 자에게 그리고 기존에 4년제를 졸업한 자도 그 후 4년 실무수료를 한 자에게 건축사를 준다고 하면 국내 설계사무소가 다시 활성화되지 않을까. 설계를 계속 하던 안하던 5년제를 졸업하면 90%이상은 잠시 동안이나마 설계사무실로 갈 것이니 설계시장 인력공급은 해결될 것이고, 그중에 그래도 절반은 설계시장에 남지 않을까. 그리 유쾌한 상상은 아니지만, 이러한 방법이 지금의 인력난을 해결할 수는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더 나아가 3년제를 졸업한 자도 그 후 몇 년 실무수련 등의 자격요건을 갖추면 건축사를 취득할 수 있게 제도를 조정하고 유연하게 할 필요가 있다.



C. 건축사의 비전    

 

4+2나 5년제를 하면 되는 상황에서 초반에는 건축전문대학원들이 힘을 받았으나, 현재는 5년제 안하면 사장되느니 것처럼 너도나도 5년제를 인증받고 있다. 양질의 건축사를 위한 5년제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건축사 합격률이 낮은 것은 문제이다.

5년제를 졸업한 학생들이 건축사사무소에 100% 취직하지도 않고, 그들에게 100% 건축사를 주지도 않는다면 미래의 건축학도들에게 어떻게 5년제를 강요할 수 있을까. 건축사의 위상과 건축학도를 건축사의 길로 이끄는 방법은 숫자나 합격률의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나를 비롯한 기성 건축사들이 가고 있는 길에 대한 비전과 가능성, 건축사란 자격을 활용할 수 있는 시장이 문제이며 원론적으로는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 실무에서의 노고를 인정하지 않고 쌓은 시간과 별개로 시험을 위해 또 다른 시간과 돈을 투자해야하는 제도자체에 있음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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