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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T 50] 의사를 의심하는 환자들

#하루에한꼭지

by 연쇄살충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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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를 의심하는 환자들


언제부턴가 병원이 의심받기 시작했다. 많은 의사들이 자신을 상업적인 의사로 오해할 수도 있는 환자들 때문에 적극적인 진료를 자제하고 있다. 좋은 검사, 필요한 검사가 있어도 떳떳하게 제안하지 못한다. 보험이 적용되지 않지만 효과가 좋은 약이 있어도 행여 비싸다고 성토하지 않을까 우려하며, 처방을 자제하게 된다. 많은 환자들이 의사의 처방에 대해서 꼭 필요한 것인지를 의심하기 시작했고, 그 원인에는 소위 ‘돈 되는 진료’만을 추구한 일부 병원의 행태도 한 몫 했다.


상업적 오해 부분이 아니더라도 환자의 의심은 확산되고 있다. 항생제 처방에 대해서도 의심한다. 보청기, 백내장수술, 척추질환 관련수술 등 선택적 시술에 대한 의사의 권유에 대해서도 의심한다. 심지어는 처방약의 성분을 가지고도 의심하는 환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인터넷과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권리의식으로 공급자와 소비자의 대표적 정보불균형 시장의 대명사 격이었던 의료시장은 이제 완전히 달라졌다. 이런 환경에서 병원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필자는 윤리와 사명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실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누가 뭐라 하든 병원은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신성한 곳으로 윤리를 의심받아서는 안 된다. 필자는 병원이 히포크라테스 선서 등의 윤리 선언을 하고, 윤리를 지킨다는 내용을 원내 홍보하기를 권장한다. 윤리실천과 선언은 직원들에게도 뿌리깊게 인정받아야 한다. 설문조사를 해보면 직원들이 스스로 병원이 윤리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는 병원이 있는데, 이는 옳지 않다. 자신의 과에서 흔히 생길 수 있는 여러 가지 윤리적 문제를 구체적으로 나열하고, 이를 윤리강령으로 선언하고, 강령을 내부 규칙으로 만들어 직원들에게도 충분히 교육시켜야 한다.


또한 필자는 병원이라면 규모와 관계없이 윤리를 넘어 사명을 가져보기를 권한다. 사명이 거창한 포부처럼 느껴질 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윤리강령 같이, 한 번쯤은 생각해봐야 하는 주제이다. 한 지역에서 15년을 진료한 내과 원장님들은 흔히 계시다. 그 분들은 본인이 인정하든 하지 않든, 해당지역의 환자의 건강을 책임지셨다. 그리고 그 분은 그 결과로 어느 정도 병원도 유지하고, 한 가정도 유지했을 것이다. 해당 지역의 주민들은 어떤 문제가 생긴다면, 의례 그 병원을 찾는 것이 상식인 사람들이 수 천명일 수 있다. 이런 경우, 그 내과 원장님은 소위 지역의 건강에 대해서 어느 정도 사명이 있다고 봐야 한다.


의학은 날로 발전하고, 여러 검사장비도 발전한다. 새로운 약이 지속적으로 개발되고 백신이 발표된다. ‘우리 병원은 병원 주변 5Km 범위 내 주거하는 주민을 위한, 1차 의료기관으로써 부족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며 계속 공부하고 계속 새로운 검사장비의 도입을 통해 지역의 의료 수준을 높이고자 노력하는 병원입니다’ 개원한 지 몇 년이 지났건, 우리는 지역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고, 일종의 사명을 수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그 사명은 반드시 환자들도 알 수 있게끔 홍보해야 한다.


# 연쇄살충마 생각


진상환자는 항상 있어왔고 지금도 미래에도 있을 것입니다. 그것이 의사 또는 의료업의 숙명이지요…지금은 더 정밀한 정보를 가지고와서 진상을 떤다는 차이가 과거와 다른 점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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