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수술
**수술 부위 사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새로 옮긴 병원에서 다친 발의 부기가 빠지기를 기다리고 있다. 부기가 빠져야 본 수술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요일인 오늘도 담당 원장선생님께서는 회진을 도셨다. 상처부위에 균검사진행 한 것이 균이 없음으로 나왔다고 하셨다. 나의 상처를 보고 수술하기에 괜찮다고 하셨다. 그동안 마음을 졸이며 수술할 날을 기다렸는데 드디어 하게 된다니 다행이기도 하고, 걱정이 되기도 하였다. 사고를 당하고 응급 수술 후 약 3주 간 부기가 빠지길 기다린 후 드디어 수술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번에 할 두 번째 수술은 첫 번째 응급 수술에서 다리에 고정시킨 k강선과 부러진 거골을 감싸고 있는 철사를 재거한다. 그리고 나사로 거골을 원래 형태로 고정시킨 후 좀 더 단단한 철제 외고정기로 발목이 움직이지 않게 발과 다리를 고정하는 수술이다.
두 번째 경험하는 수술이라도 수술실에 들어서니 긴장되기는 마찬가지였다. 수술실에서는 마취가 되기 전의 기억 밖에 없었다. 수술을 마친 후 마취에 깨어나니 발에 붕대를 감고 있었다. 그리고 더 큰 철로 된 외고정기가 나의 왼쪽 다리를 감싸고 있었다. 예전에 뉴스에서 본 키크게하는 수술한 사람이 차고 있던 외고정기와 똑같이 생긴 것 같았다. 거골에 6개의 핀, 그리고 인대파열로 종아리에 있는 뼈 두 개를 고정하는 핀을 1개, 총 7개의 핀을 박았다. 다리의 상태를 확인했을 때 첫 번째 수술보다는 덜 놀랐다. 두번째 경험하는 수술이기 때문이다.
아빠가 6시간 동안 수술실 밖에서 기다리셨다. 엄마의 말로는 입주의가 허옇게 부르텄다고 했다. 아버지는 오랜 시간 밖에서 기다였지만 병실로 옮겨질 때 잠깐 본 것 이 그날의 아버지를 본 것이 전부였다. 간호간병통합병실이라 환자만이 병실에 들어갈 수 있어서 나는 곧장 병동으로 옮겨졌다. 사고를 당한 후 아버지가 계속 고생하셨다. 가족이 아니면 이 세상에서 아무도 이렇게 헌신적으로 해줄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간호사가 수액을 교체해 주기 위해 내 침실로 왔다. 내가 수술이 잘 됐냐고 간호사에게 물으니 잘됬다고 걱정 말라고 했다. 수액과 함께 상시 주사되고 있는 진통제와 아프면 내가 직접 버튼을 누르면 주사되는 또 다른 진통제가 함께 걸려있다. 팔에 연걸되어있는 튜브가 여러 개라 움직이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저녁 회진 때 원장 선생님이 오셔서 수술이 잘 되었다고 했다. 열어보니 거골이 박살나 있었는데 인공뼈와 나의 골반에 있는 뼈를 이식해서 최대한 맞춰 놓았다고했다. 뼈만 잘 붙으면 괜찮을 가능성이 있다고 하셨다. 다행이라 생각했지만 앞으로 갈길이 멀다는 것을 알고 있다. 거골은 연골로 둘러 싸여있어 피 공급이 잘 안되 뼈가 붙지 않고 함몰될 가능성이 있다는 말을 여러 번 들었기 때문이다.
수술 당일 수술부위가 저린 느낌이었다. 그리고 점점 아파왔다. 조금이라도 아파오면 진통제가 주입되는 버튼을 눌렀다. 내가 누를 때 주입되는 진통제는 한번 주입되면 30분을 기다려야 다음 주입을 할 수 있다. 이 진통제를 주입하고도 아프면 간호사를 불러 주사기로 직접 맞는 진통제를 투입해야 한다. 하지만 나는 진통제 투입을 위해 간호사를 부르는 일은 없었다.
이날은 새벽 늦게 까지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수술부위가 저린 느낌이긴 한데 아픈 것 같기도 했다. 새벽에 가만히 누워있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계속 나왔다. 아픈 게 맞는 것 같았다. 아마 진통제 때문에 아픈지 저린건지 햇갈리는 것 같았다. 갑자기 다리에 무거운 철제 고정기를 차고 있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이 외고정기를 4주간 착용해야 하기에 막막하기도 했다. 의사 선생님은 엄청 단단하게 고정해 노은 것이라 했다. 물리치료사가 발을 디뎌보라고 해서 수술한 발로 잠깐 서있기도 했다. 물리치료사는 300kg도 버티는 외고정기라고 했다.
수술 할 때 절개 후 봉 합한 부위가 잘 아물고 있는 것을 확인한 의사 선생님은 퇴원해도 좋다고 하셨다. 그렇게 나는 외고정기를 찬 채로 퇴원을 하게 되었다. 4주 후 외고정기를 제거하는 수술을 다시 해야 한다. 퇴원 후 집으로 돌아온 나는 누워서 아빠가 차려 주신 밥을 먹는 것뿐 다른 것은 할 수가 없었다. 아빠는 잘 걷지 못하는 나를 데리고 일주일에 한번 병원에 가주셔서 물리치료를 받게 해 주셨다.
수술 후 부작용도 없어서 뛰는 것까지 가능했으면 좋겠다. 이전처럼 해외여행 가서 이골목 저골목 발길 따라 하루종일 걷고, 작년 겨울에 가고 싶었던 한라산 정상에 등반해 백록담을 보고 싶다. 이 모든 게 이루어지는 날이 오길 간절히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