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을 기다리는 동안 10/21
아침부터 구급차가 병원으로 왔다. 병원에서 마지막 소독을 하고 정산을 했다. 구급대원이 구급차의 침대에 나를 고정하고 새로운 병원으로 이송이 시작되었다. 아빠는 차를 타고 오시고, 누나는 나와 합께 구급차를 타고 이동했다. 이송 도중에 차가 조금만 덜컹거려도 마음이 출렁거렸다. 수술한 발에 충격이 가해져 잘못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고맙게도 구급차의 사이렌 소리를 들은 차들이 양보해 주는 것 같았다. 보통이었으면 1시간 넘게 걸릴 거리는 30분 만에 도착했다.
구급차에 실려 서울 한복판에 내리니 많은 사람들이 쳐다보았다. 병원 안의 환자들도 나를 신기해 하였다. 입원 수속을 마치고 나는 병동으로 들어갔다. 새로운 병원의 병동은 간호, 간병 통합 시스템이라 병동에 환자의 가족들이 상주를 못한다. 하지만 편한 점은 침대 옆의 벨만 누르면 간호조무사님들이 환자가 할 수 없는 일들을 대신해 주신다. 그렇게 나는 새로운 병원에서 본 수술 할 날짜를 기다리게 되었다.
벌써 사고 난 지 13일이 흘렀다. 하루종일 누워 있으니 머릿속을 맵 도는 부정적인 생각들은 여전히 많아졌다. 혼자 병실의 침대에서 이것저것 생각하면서 좌절도 많이 했다. 의사 선생님은 만약을 위해 최악을 이야기할 거야라고 생각하며 내가 나를 위로하기도 했다. 그리고 조심하지 않은 나를 원망도 해봤다. 하지만 수술을 기다리는 방법 밖에 없었다.
병원에 있는 동안 회사일도 소홀히 하지 않으려 했다. 내가 빠지면 대체할 수 없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출근하지 않아도 무리 없이 돌아가도록 거래처 사장들을 병원으로 불러서 샘플들을 확인했다. 거래처가 병원으로 올 수 없는 곳은 택배로 받아 직접 확인하고 거래처와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사진으로 소통하면서 의견을 정확하게 전달하였다. 침대에 않아 있으면서도 원래 하던 일을 컨트롤할 수 있게 되었다.
새로운 병원으로 이송된 지 5일이 지났다. 이전 병원에서는 응급수술 후 부기가 빠져야 2차 수술이 가능하다고 했다. 이 의견은 새로 옮긴 병원에서도 같은 의견이었다. 새로 옮긴 병원에서는 개방성 골절이기 때문에 상처부위에 균이 없어질 때까지 항생제 치료를 한다고 했다. 그리고 고압산소 치료도 병행했다. 작은 잠수함 같은 작은 통속에 들어가 2 기압 늦은 상태에서 산소마스크를 쓰고 100% 산소를 들이마시는 것이다. 공기 중에는 산소가 20%밖에 없어서 더 많은 산소를 들이켜 신선한 피를 상처부위에 공급할 수 있다고 한다. 수술을 하기 전 할 수 있는 치료를 해 나갔다.
오늘은 드디어 결정 난 2차 수술의 수술동의서를 받는 날이다. 하지만 의사 선생님이 상처를 본 후 붓기가 조금 더 남아 있고, 균 검사 결과도 아직 안 나와서 하루 더 미루기로 했다. 심란한 마음이 더욱 증폭되는 기분이었다.
내가 다친 곳은 거골이라고 하는데 여러 조각으로 분쇄 골절 되어서 수술하고 나서도 어떤 후유증이 있을지 예측할 수 없다고 한다. 또 수술 후 후유증이 있는지 주기적으로 병원을 방문해 평생 체크해야 한다고 한다. 이상한 점이 발견되면 빠르게 대처해야 한다고 한다.
지금 너무 심난하고 앞으로 수술이 잘 되더라도 평생 관리해야 하는데 막막하다. 일단 수술이 정말 잘 되어서 뼈도 잘 붙고 후유증이 없었으면 좋겠다. 하루빨리 걷고 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