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여행
아침 일찍 앙코르와트 일출을 보고 온 나는 바로 숙소인 르메르디앙 호텔로 들어와 아침 조식을 먹기 시작했다. 내가 묵고 있는 호텔은 캄보디아 씨엠립에서도 손꼽히는 호텔로 호텔 주변은 앙코르와트를 모방하듯이 주변에 해자가 있다. 해자에는 연꽃이 피워있어서 제법 앙코르와트 모양새를 갖추고 있었다. 우리 부부가 프랑스나 이탈리아를 여행했을 때도 르메르디앙 같은 특급호텔에 가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호텔도 관광지가 아닌가 하는 착각을 느꼈다.
뷔페식 아침 조식을 부랴부랴 빨리 먹고 오늘의 일정인 앙코르와트 여행을 준비하였다.
오늘은 서울에서부터 예약하였던 톡톡이 기사 쌈밧을 기다렸다. 어제는 쌈밧 친동생이 앙코르 톰을 비롯하여 프놈바켕 일출, 크메르 왕국의 역사와 신화 문화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공연인 '더 스마일 오브 앙코르' 등을 다니는데 많은 수고를 해주었다. 나는 쌈밧을 만나자마자 "안녕하세요! 쌈밧 선생님"하고 반갑게 인사하였다. 구릿빛 피부의 아주 잘생긴 쌈밧은 "안녕하세요" 하며 인사하는데 한국어를 아주 잘해서 현지인 같지 않았다.
가이드와 함께 앙코르와트로 출발했다. 어제 날씨도 좋았는데 오늘 날씨는 열대지방 같지 않게 청량감 있는 시원한 바람을 느끼면서 앙코르와트 사원 앞에 도착했다.
앙코르는 산스크리트어로 '도시'를 의미하고 와트는 태국어로 '사원'을 의미한다고 한다. 앙코르와트는 한마디로 '도시 사원'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이 앙코르와트는 크메르 왕국의 위대한 왕 가운데 한 사람인 수리야바르만 2세가 12세기 초에 건설하였는데 오늘날 태국, 라오스, 말레이반도까지 세력을 확장하였다가 참파족(베트남)의 공격으로 파괴되었다고 한다. 그 후 자야바르만 7세가 참파족을 물리치고 앙코르 톰을 건설하였다고 한다. 아마 역사적으로 우리나라 옆에서 수없이 괴롭혔던 일본과 같이 크메르 제국 옆에 베트남이 있었던 것 같다.
약 40년에 걸쳐 3만 명의 인력으로 건설한 앙코르와트는 힌두교의 3 대신 중 하나인 비슈누 신에게 바쳐진 사원이기도 하지만 수리야바르만 2세의 무덤이기도 하다. 그 당시 건설에 참여했던 백성들의 고통은 어떠했을까? 가이드는 "그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어서 수리야바르만 2세가 죽었다는 말 한 마디에 신하든, 돌을 조각하는 기술자들, 돌을 나르는 인부들 모두 그 자리에서 모든 연장을 놓고 도망갔다고 합니다" 가이드는 갈증 나듯이 생수를 목에 넘기면서 마치 그 당시에 어려움을 겪였던 사람처럼 강한 어투로 말해 주었다(나중에 앙코르와트에 완성되지 못한 부분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어서 가이드는 "앙코르와트는 동서 1.5, 남북 1.3킬로미터로 총면적은 2제곱키로미터라고 합니다". 나는 천 년 전에 자로 재듯이 정확하게 정사각형 비슷하게 지은 앙코르와트 그림을 20년 전 '뉴우턴'이라는 과학월간잡지를 통해서 자세히 알게 되었다.
뉴우턴에 실린 '앙코르와트'에 대한 특집기사로 사진과 함께 일러스트로 그린 앙코르와트는 하나의 충격이었다. 열대우림 속에 정사각형 모양의 사원 주변에 거대한 연못인 해자가 있고 한 방향의 거리가 1.5킬로 미터라니... 정말 서프라이즈 한 사진들을 보면서 "반드시 꼭 한번 가볼 것이다"하던 30대 시절에 한 다짐이 있었는데 이제 50대 중반에 오게 되었다(이 잡지가 나중에 이탈리아 폼페이를 가게 된 이유도 되었다).
가이드는 앙코르와트 해자를 건너자마자 입구에 들어가지 않고 해자를 바라보면서 잠시 앙코르와트 주변 설명을 해주었다. 나와 아내는 가이드 이야기를 듣던 중에 갑자기 원숭이가 나타나 지나가는 관광객이 든 비닐봉지를 낚아챘다. 관광객은 너무나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는 사이는 원숭이는 달아났다. 순식간의 일이었다. 평화로운 사원 앞에서 원숭이들의 눈빛은 몹시 매서웠다.
나는 앙코르와트 출입구에 오면서 바로 비슈누 상을 만날 수 있었다. 많은 현지인들이 여러 가지 제물을 바치며 기도하는 모습을 보았다. 우리 가이드도 비슈누 상다리를 만지면서 기도를 드려고 있었다. 주변이 사람들로 인하여 복잡했지만 나도 나와 아내의 건강과 행복한 여행을 위해서 조용히 기도를 올렸다.
우리는 중앙 참배로 를 따라서 사원으로 향하다가 가이드의 안내를 받아 오늘 아침 일찍 다녀온 바 있는 북쪽 연못으로 방향을 돌렸다. 북쪽 연못가에는 일출 포토존도 되지만 낮에는 매점도 있고 각종 옷가게도 즐비했다. 가이드가 우리에게 코코넛을 시음해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1달러 하는 코코넛을 먹는 둥 마는 둥 하여 가이드가 혹시 섭섭했을지도 모른다. 나는 마음이 급했는데 우리 가이드는 마음이 느긋한 것 같았다. 가이드의 해설을 다 들으려면 과연 오늘 일정을 순주롭게 마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나는 마음속으로 대충 일정을 확인하면서 가이드에게 "씻완 선생님. 앙코르와트 1층에 약 800미터 길이의 부조물에 대해서는 간략하게 이야기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시간이 좀 없어서..." 말했는데 가이드는 8개 테마로 나뉜 부조 중에 스펙터클한 수리야바르만 2세의 승리 전쟁 이야기와 우유 바다 휘젓기 등만 설명하고 바로 2층 회랑으로 올라왔다. 많을 것을 해설하고 싶었던 가이드 선생은 다소 풀이 죽은 모습이었다.
1층과 2층 사이 십자 회랑에 모셔져 있는 불상에 향을 꽂고 불을 받친 후 절을 했다. 우리 가족의 행복을 기원해본다. 나는 앙코르와트 꼭대기에 사는 신들이 사는 세계에 빨리 올라고 싶었다. 그래서 아까부터 마음이 급했던 모양이다.
2층에 올라오니 수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었다. 나는 속으로 좀 더 빨리 올라올걸... 하는 아쉬움 속에서 30분 이상을 대기하였다. 마침 순서가 왔는데 올라가는 계단이 약 70도에 가까울 정도이다. 나와 아내는 가파른 계단을 조심스럽게 올라갔다.
"아하 여기가 앙코르와트 중앙 성소라는 곳이네... 여기가 메루산! 신의 세계이다!"하고 아내에게 말했다.
나는 3층 중앙 성소에 오르기 전에 가이드에게 " 가이드님 '메루산', '수미산'이라는 말을 하는데 '메루산'은 뭐고 '수미산'은 뭐여요?"물었다. 한국어를 잘하는 가이드는 "메루산, 수미산은 둘 다 같은 말입니다. 힌두교에서는 메루산! 불교에서는 수미산!, 둘 다 뜻은 같은데 이는 히말라야에서 가장 높은 산을 뜻 합니다.라고 말했다.
나는 "히말라야? 여기하고 히말라야하고 무슨 관계가 있나요?"라고 물으니 바로 가이드는 "여기 신들이 사는 곳이 바로 히말라야에 있거든요" 나는 "아! 그래서 씨엠립의 모든 사원에서 가장 높은 곳은 메루산을 형상하고 있는 거군요" 했다. 가이드는 "하하하 대충 맞는 말입니다. " 가이드는 내가 말하는 뜻을 알듯 말듯한 표정으로 웃고 있었다.
나와 아내는 머릿속에서만 상상했던 앙코르와트를 직접 돌아보면서 잠깐이나마 가벼운 감회에 빠져 들었다. 여기는 인간이 만든 곳이 아닌 신이 직접 만든 곳이라는 생각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