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 펠라다산 언덕 위에 위치한 구엘공원에 왔다. 1900년 건설되기 시작된 구엘공원은 에우세비 구엘이 영국을 여행한 후 영국식 콘도미니엄 같은 주택단지(60가구)를 짓기 위해 안토니 가우디에게 의뢰하였다고 한다.
지금이나 옛날이나 산 언덕 위에 집을 짓고 바르셀로나의 도시의 전경과 저 멀리 바다를 보면서 살고 싶은 마음은 같을 것이다.
구엘공원은 건설 초기 빠른 속도로 진행되었지만 분양지 매입 조건의 문제, 주택단지의 미분양(가파른 경사의 언덕위에 있어 그 당시 마차가 오르기 힘들었다는...), 적합한 운송수단의 부족으로 프로젝트의 원활한 진행이 불가능해짐에 따라 1914년 건설을 중단했다고 한다. 구엘 사후에 바르셀로나 시청이 매입하여 1926년에 대중들에게 개방하였다(스페인 발행, 구엘공원 유적지 방문 리플렛 참조).
나는 입장권 문제(입장권을 오늘 날짜가 아닌 내일 날짜로 구입)로 어렵게 입장해서 그런지 다른 곳에 비해 더욱 자세히 보고 싶었다.
우선 구엘공원 동선은 비탈길과 까사 라라르드에서 빨래하는 여인의 포르티코(주량 현관), 자연의 광장(나투라 광장), 물결모양의 벤치에 앉아보고 밑으로 내려와 살라 이포스틸라 내부, 기념비적 계단(조각상의 계단), 구엘공원의 랜드마크인 정문 경비실과 경비 사택 순이다.
구엘공원에서 제공한 리플렛(한국어판) 나사모양의 기둥이 있는 나선 비탈길 구엘공원의 비탈길 모습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비탈길은 돌과 진흙으로 쌓아 만든 2층 구조의 기둥인데 조금 새삼스러웠다. 가우디가 택지를 조성할 때 땅에서 나온 돌을 쌓아 기둥을 세웠다고(전혜진 저, 스페인 데이. 236p) 하지만 현재까지도 아주 견고하다고 한다.
빨래하는 여인의 포르티코 물결모양의 벤치
우리나라 초등학교 운동장같이 흙먼지 날리는 나투라 광장 주변에 물결모양의 형형색색 예쁜 타일 벤치가 여러 개 있었다.
1910년에서 1914년까지 주셉 마리아 주홀이 설계하여 콘크리트 블록에 깨진 세라믹조각과 타일을 붙여 놓았다고 한다. 그런데 좀 자세히 알고 보면 무척이나 과학적이다. 벤치마다 조금 한 구멍이 있어서 우천 시 빗물을 아래로 흘러내리게 되어있다.
그 빗물은 다시 아래층 이포스틸라 홀(Hall) 원기둥 안으로 흘러내린다고 한다. 마치 그리스 신전의 원기둥같이 만들었지만 원기둥 안이 배수통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포 스틸라 홀 : 위에 있는 나투라 광장을 지탱하고 있으며 우천 시 배수통 역할을 하는 기둥들 원래 이포스틸라 홀(Hall)은 주택단지가 들어서면 시장(market)으로 사용하기 위해 만들어졌는데 86개의 도리스식 원기둥이 일률적인 밀도로 세워져 있다. 또한 중간중간에 '트랜 카디스'라는 특이한 문양이 있는 원형이 붙여 있어 유럽 분위기보다는 이슬람 분위기를 느끼게 된다.
천장의 열쇠 모양으로 보이는 트랜카디스
이포스틸라 홀을 나오면 구엘공원의 마스코트로 유명한 '도마뱀 조각상'이 있는데 수많은 여행자들이 사진에 담기 바쁘다. 나도 한참이나 기다렸다가 아내와 인증샷 한 장을 남겼다.
구엘공원의 마스코트 도마뱀 조각상 분수
조각상 계단에는 구엘공원의 랜드마크인 정문 옆 경비초소 건물인데 "헨젤과 그레텔"속의 과자로 만든 집을 모티브로 만들었다는 예쁜 집(이재환 저. 베스트 오브 스페인 101. 36P) 2동이 있다. 마치 동화 속을 찢고 나온 모습처럼 예쁘다.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지친 여행자들을 다시 한번 일으켜 세우는 동화마을이다.
우리 부부는 구엘공원 내 식당에서 간단한 피자빵(ENROLLATS)과 시원한 맥주(COPA CERVESA)로 점심식사를 했다.
우리 앞 테이블에는 유럽인으로 보이는 노부부가 주섬주섬 서로를 챙겨주며 다정하게 음식을 먹는 것을 보았는데 참 보기가 좋았다.
"우리도 늙으면 저렇게 해야지..." 하고 말하며 아내를 바라보았다.
아내는 "지금도 행복해..." 하는 눈빛이다.
나는 속으로 "앞으로 더 좋은 곳으로 더 많이 다녀서 아내에게 좋은 추억을 주고 싶다"는생각을 해본다.
아무튼 어느 나라인지 모르는 외국인 노부부는 오늘의 여행을 무척이나 만족스러워하는 것 같은데 우리 부부도 그들 못지않게 기분이 좋았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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