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부터 부산하게 움직여서 서울역에 도착한 우리 부부는 새벽 05:11분 KTX산천 801편 강릉행 열차를 타고 1시간을 달린 후 강릉역을 내리자마자 택시 타고 강릉 안목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우리는 08:00 출발 예정인 씨스타 11호 선박 앞에 섰다. 오늘처럼 날씨가 좋다면 약 3시간 20분에울릉도에 도착할 수 있다고 한다.
예상보다 약 40분을 단축할 수 있고 뱃멀미도 면할 수 있는 좋은 날씨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1천원짜리 배 멀리 약(여객터미널 매점에서 구입)을 먹고 만전의 준비를 다했다.
우리 부부는 우등실 티켓을 예약해서 2층으로 올라갔는데... 쾌속선의 여건상 밖에 나갈 수 없고 창을 통해서 밖을 내다봐야 해서 1층 일반실과 다를 게 없었다. 오히려 넓게 트인 여객실로 밖을 조망하기 더 좋은 것 같았다.
새벽 4시에 기상, 5시에 기차 타고 와서 아침 8시 약 4시간 만에 울릉도행 좌석에 앉았다. 앞으로 약 4시간가량 쾌속선을 타고 가야 한다. 안도감도 잠시... 눈꺼풀이 무거워지기 시작했는데 바로 잠이 들었다.
나는 나무로 만든 작은 목선을 타고 있었다. 옆에는 한번도 보지 못한 사람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열심히 노를 저으면서 약 50미터 거리밖에 서있는 배로 열심히 다가가고 있다. 아니 이건 뭐 시간여행도 아니고 분명 조금 전에 초 현대식 쾌속선에 탔는데...
꿈에서 안용복도 등장하고 일본 어부들도 나타나고...
"그대들은 어디에서 왔는가?" 안용복이 고함을 친다.
그런데 상대편의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더욱 당당하게 "여기는 우리 섬인데 너희들은 조선인 아닌가? "
"여기에서 빨리 물러나라"
"이 땅은 일본땅이니 썩 물러가라" 하는 격한 음성이 내 귓가에 쩌렁쩌렁 울리는 소리에 순간 잠에 깼다.
옆에 있는 아내가 나의 코 고는 소리가 시끄러운지 깨웠던 것이다. 그런데 꿈은 무척이나 현실감이 있었다.
그동안 울릉도ㆍ독도 여행을 계획하면서 독도 관련 자료를 공부했다고 꿈에도 나타나다니...
독도에 대해서 어떠한 역사적 근거도 없이 "독도는 일본땅"이라고 집요하게(딱따구리처럼 지속적으로 두들기면 구멍이 나는 것처럼) 집적거리는 기분 나쁜 행위 때문에 오히려 우리가 "우리 땅을 계속적으로 우리 땅이라고 외치는" 그런 비정상적인 노력과 쓸떼없는 피해망상을 겪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혹시 이런 것을 일본인들이 노리는 것이 아닌가?
아마도 잠깐 동안 기분 나쁜 개꿈을 꾼 것은 역사적으로 1693년(숙종 19년)에 일어난 '울릉도 쟁계'사건 때문일 것이다. 당시 일본 돗토리번의 오야 및 무라카와라는 일본인들이 조선 영토인 울릉도에서 불법 어로행위를 하다가 안용복을 비롯한 조선인들과 만나게 되었다. 이때 일본인들은 안용복을 납치하고 일본 정부(에도막부)에 조선 선인들의 울릉도 도해를 금지해 달라고 청원하였다. 이에 막부가 조선 정부와 교섭을 한 것이 "울릉도 쟁계"라고 한다. 에도막부는 1695년 12월 25일 돗토리번에 대한 조회를 통해 울릉도(다케시마)와 독도(마쓰시마) 모두 돗토리번에 속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돗토리번 답변서), 1696년 1월 28일 일본인들의 울릉도 방면 도해를 금지하도록 지시하여 종국적으로 울릉도와 독도가 우리나라 영토임이 확인되었다(외교부,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영토 독도', 7쪽 인용).
이후에도 일본은 메이지 시대인 1877년에 독도가 일본 영토가 아니라는 공식 확인한 '태정관 지령'도 있었고
1943년 2차 세계대전 종전 후 일본의 영토에 대한 카이로 선언("일본은 폭력과 탐욕으로 탈취한 모든 지역에서 축출될 것"),
1946년 1월 연합국 최고사령관 각서(SCAPIN) 제677호(제3항에서 일본의 영역에서 "울릉도, 리암쿠르암(독도)과 제주도는 제외된다", 또한 일본의 선박 및 일본 국민의 독도 또는 독도 주변 12해리 이내 접근을 금지한다),
1951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제2조(a)에서 "일본은 한국의 독립을 인정하고 , 제주도, 거문도 및 울릉도를 포함한 한국에 대한 모든 권원 및 청구권을 포기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 수많은 역사적 진실 앞에 눈을 감고 오로지 "이것"... 위 샌프란시스코 조약 문건에 독도 지명을 열거하지 않았다는 단 하나의 이유로 지금까지 일본 역사교과서를 고치면서 독도가 일본땅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바로 "이것"하나 가지고...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고 우리나라가 한순간이라도 힘이 없어질 때 바로 침략할 수 있는 분위기를 먼지 하나 하나 쌓듯이 준비하는 것이다.
어느 덧 순조로운 항해 덕분에 11:20분에 울릉도 저동항에 도착했다. 1시간후 12:20분에는 독도 출발이 예정되어있어서 맛집을 찾아갈 여유도 없이 항구 바로 뒤에 있는 분식집으로 가서 김밥과 라면을 주문해서 부랴부랴 먹었다. 오늘의 첫끼! 여행와서 라면이라니...
출발전 많은 여행객들이 태극기와 태극기가 그려진 머플러를 사고 있다. 독도입도하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태극기를 멋지고 흔들고 싶은 것이다. 우리부부도 2개(1개당 1천원) 구입하였다.
출발 1시간 50분만에 그토록 보고 싶었던 독도가 내 눈앞에 나타났다. 순간 짧은 신음과 탄성이 흘러 나왔다.
선내에서 선장의 안내멘트가 흘러나오는데 "독도여행은 독도를 선회관광하는 여행이지 꼭 입도하는 여행은 아닙니다. 그러나 날씨와 파도여건이 좋으면 입도할 수 있습니다." 라고 혹시나 입도하지 못했을때 느끼는 여행객들의 실망감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2편 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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