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괜찮아요, 다신 오지 말아요.
20160301
깊게 잠이 든 것은 아니었다. 오래도록 잠이 들어있었다. 확실했다.
왜냐하면 꿈을 꾸었고, 그 꿈이 너무 선명하게 깊어서이다.
꿈에서 나는 그를 보며 기뻐서 웃었고, 꿈인 줄 알면서도 행복했다. 예전의 현실과는 다르게 내가 아닌 그가 화를 냈고, 그가 아닌 내가 울었다. 꿈에서 그를 두고서 뒤돌아 걸으면서도 나는 슬펐다. 이것이 꿈인 것을 알면서도 용기내지 못하는 스스로가 너무나 슬펐다. 꿈에서조차 나는 바보였고, 겁쟁이였다. 쫓아온 그가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괜찮아.’라고 말해주었지만, 나는 울음을 멈출 수 없었다.
하나도 괜찮지 않았다. 그건 너무나도 분명한 꿈이었으니까.
선명한 꿈, 그래서 슬프면서도 기뻤다. 기쁘면서도 슬펐다.
이것은 일어나지 않은 일이니 기뻤고, 한 편으로는 일어나지 않을 일이니 슬펐다. 그래서 눈을 뜨고도 그 선명한 꿈의 기억을 오래 끌어안은 채 누워있었다. 꿈이 너무나 깊어서, 그 깊은 꿈이 너무나 깨고 싶지 않은 슬픈 기쁨이라서…. 선명하게 남은 그의 표정이 현실에서는 다시는 볼 수 없을지도 모를 허상 같은데, 그 허상은 꿈이 아닌 현실에서도 나를 쫓아다니며 온종일 이렇게 마음을 어지럽힌다. 다시 꿈을 꾸기 두려울 만큼….
한 번 더 이렇게 선명하고 깊은 꿈을 만나게 된다면, 현실에서도 그에게 손을 내밀며 다시 와 달라고 하고 싶어질 만큼, 꿈과 현실을 구분하기 싫을 정도로…. 이제는 그를 만날 용기도 없으면서, 차마 꿈에서조차 용기를 낼 수도 없는 나이면서, 그런 생각을 끊임없이 안고 있도록 만든다. 오랜만에 경험한 휴일의 긴 잠은 너무나 깊은 꿈으로 하루를 가득 채워 버린다.
꿈이라서 기쁘고 고마웠지만, 꿈이라서 슬프고 미안했다.
괜한 후회, 괜한 슬픔, 괜한 공허함, 괜한…, 미련.
마지막은 행복이어야 한다. 당연히 그도 나도 그래야 하는데, 이런 괜한 꿈을 꾸었다.
또 다시 ‘그 때 그와 나’의 계절이 돌아오고 있는 모양이다.
눈이 아플 정도로 잠을 잤는데, 꿈은 마음이 아플 정도로 기뻐서 힘들다.
차라리 감기처럼 앓고 낫는 병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온 몸에 평생을 지고 살아가는 지병처럼 한 번씩 나를 괴롭히면서, 온 마음이 힘들어지는 것을 어쩌면 좋을까. 결국은 그것 또한 내 몫인 것을 어쩌면 좋을까. 그는 모르게 이런 내 지병을 혼자 앓는 것은 다행이라 여긴다. 현실에서의 그가 나에게 ‘괜찮아.’라고 말해주지 않아서 다행이라 여긴다.
그건 결국 이루어지지 않는 꿈이라는 것을, 결국 돌아올 곳은 여기라는 사실을 나에게 알려주니까.
이 모든 순간도 지나가겠지. 현실과 꿈의 경계에서 눈이 아릴 정도로 아파하면서 잠을 청하는 내가 나에게 매번 되뇌는 말들….
괜한…, 괜한…, 괜한…, 괜…, 찮아.
괜찮아. 다시 꿈을 꾸더라도 그건 꿈일 뿐이야.
고마워, 그리고 고마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