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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dcat혜진 Apr 05. 2016

'대화'라 쓰고,
'수다'라 읽는다.

일상이 지속 되기에 가능한 대화, '수다'에 대하여...

20160320





PM 11:23

주제1. 화성거주 가능성은 사실인가?!


- 인간이 직접 가지 않아도 건물이 세워져 있는 거지. 이제 기계도 자가 복제가 가능한 시대가 되었으니까. 탐사도 미리하고, 도시 계획도 싹 해두면 준비 된 그 때 인류의 미래 세대가 출발하는 거야. 

- 그래도 가고 싶지 않을 것 같은데. 그리고 우리 말고 또 다른 뭔가가 있을지도 모르잖아.

- 그건 여기나 거기나 마찬가지지. 지구에도 아직 발견되지 않은 무언가가 있을지 어떻게 알겠어. 우리 다음 세대는 환경오염문제도 심각할거고, 자원문제도 있고.

- 인간의 몸은 진화가 더 되었을지도 모르지. 그런 환경에 맞춰서.

-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멸종이 빠를 거야. 진화된 새로운 생명체가 생겨날지도 모르고. 엑스맨처럼.


말을 하면 할수록 두 사람 앞의 썬데이 아이스크림이 점점 사라진다. 초코맛.




PM 11:33

주제2. 이 땅의 자연과학과 인문학은 왜 망했는가.


- 자연과학이라는게 자유롭고 창의적인 의문점에서 시작해야하는데, 이건 뭐. 전부 책으로 배우니. 정부라는 곳은 돈만 쏟아 부으면 유명한 과학자가 펑!하고 나오는 줄 알아요. 인재 유출이 괜히 되겠어? 

- 과학도 과학이지만, 인문학도 문제야. 과학 발달 아무리 잘 해 봤자, 사용하는 인간들의 본질이 올바른 쪽으로 나가야 하는데, 지금 뉴스에서 나오는 걸로 봐서는 전혀 가능성이 안 보인단 말이지. 

- 올바른 철학은 커녕 올바른 도덕조차도 어른들이 안 보여주는데 그게 어떻게 가능하겠어. 기본적으로 학문의 선택이 돈 못 버는 쪽, 돈 잘 버는 쪽으로 나누는 이분법부터가 나빠.

- 본질적인 건 전부 놓치면서 결과만 빨리 나오기를 바라니까, 그 와중에 허둥거리면서 정작 변화에는 빠르게 대처도 못 해. 그러면서 전문가들만 뭉쳐 두면 뭔가가 나오는 줄 알아. 완전 이상한 모습인거지.


맥도날드 토마토 치즈버거도 결론 없는 말과 함께 사라진다. 우물우물.




PM 11:38

주제3. 올해의 CES?


- 올해 CES에 나선 우리나라 업체들은 또 대기업 위주더라. 중소기업에서 나서기는 했는데, 확실히 자본력은 무시를 못하는 것 같아. 

- 돈을 쓰기는 쓰는데, 올바른 방향으로 써야 말이지. 그냥 따라가기에 급급한 것 같이 보이잖아. 대 놓고 남의 디자인 베껴 오라는 회사는 뭐냐.

- 중국은 드론을 왜 자꾸 1인용 자가용처럼 만들려고 하는지 모르겠더라. 

- 난 드론의 발전은 좀 반댈세. 자꾸 무기화 시키려고 하잖아. 아직 법체계도 안 맞는 것 같고. 

- 그래도 그 쪽은 계속 발전 할 것 같던데. 막을 수 없다면 어떻게든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야지.

- 결국은 무슨 기술이든 보급형이 되기 전까지는 소수의 사람들만 가지는 것들이 될 텐데. 이제껏 그랬던 것처럼.

- 그 말, 의학기술에 접목하는 부분이 제일 무서워.

- 결국은 그렇게 되겠지. 무서워한다고 해결 될 일도 아니고.


이제 더는 먹을 것도 없으니, 한가하게 그냥 노닥노닥.




PM 11:58

주제4. 공놀이의 계절이 다가온다! 시범경기가 다가온다!


- 올해는 정말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시즌이다. MLB간 선수들 다 잘 되면 좋겠다.

- 우리만 입 안 열면 됨. 우리가 잘 할 것 같다고 하면 죽 쑤잖아. 뭘 좋아할 수 없어. 좋아하면 못하거나, 져. 하나 같이. 이제부터 완전, 츤데레하게 좋아해야 함. 순페이님은 우리한테 명함도 못 내밀정도로 소름 돋았잖아, 지난번에. 

- 새 구장으로 이사하는데, 첫해부터 경기력이 저질이면 어쩔.

- 뭔가, 허름한 집에서 몇 십 년 살다가 막상 새집으로 이사 갔는데, 능력 있는 오빠는 이제 안 오는 그런 느낌?

- 어쩔. 크크크크크.

- 그나저나 문제 있는 선수들은 털고 가야 할 텐데. 우리 살구 아재 어쩔. 


휴지로 종이접기를 했다. 콜라에 꽂혀 있던 빨대로 링을 만들었다.




AM 00:12

주제5. 범죄스릴러물과 실제로 일어나는 사건들.


- 크리미널 마인드 보니까. 테러조직이 어린애들 이용하는 부분 나오더라.

- 애들은 꾀임에 넘어가기 쉬우니까. 자아가 아직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조금만 흔들어도 금방 넘어오겠지.

- 요즘은 SNS같은 걸 이용해서 애들을 조직으로 모은다던데. 완전 무서워.

- 그런 쓰레기 같은 !%#^***($#^*&* 끼들은 그냥 아주 !%$$^^&#@@! .....<중략>

- 드라마나 영화에서 나오는 일들로만 그쳤으면 하는 것들이 있는데, 그런 사건들 보면 정말 서글프다. 진짜.


휴지로 접었던 종이접기가 쓰레기가 되었다. 빨대는 손가락으로 튕긴다.




AM 00:40

주제6. 다큐멘터리에 나온 ‘쓰나미를 극복한 사람들’


- 다큐멘터리 보니까, 몇 년 전에 발생한 지진해일에 사람들이 많이 죽었잖아. 살아남은 사람들 인터뷰 한 걸 봤거든. 그 사람들 대부분이 다시 그 지역으로 가서 구호 활동을 했대.

- 정말?

- 물에 휩쓸려갔던 상황 이야기 하는데, 쓰레기 더미랑 같이 세탁기 안에서 돌려지고 있는 기분이더래. 어디에 부딪히는지도 모르고, 머리에 부상입고, 탈골 되고. 어떤 가족은 아들은 살았는데, 딸은 죽은 거야.

- 아이고, 그 부모는 어떤 심정일까.

- 오빠는 그 때 여동생 구하지 못해서 죄책감 때문에 몇 년 동안 정신과 치료도 받고. …자연재해라서 막을 수는 없었지만, 예보가 조금만 더 빨랐다면 사람들이 피할 시간을 벌었을 텐데.

- 그런 쪽에서 과학은 발달이 꼭 필요하지.

- 그런 것 같더라. 그래서 지진 연구소에 있는 사람들은 1분 1초라도 더 알아내서 알려 주는 일이 자신들의 역할이라고 하면서 매일 같이 그것만 연구하더라.

- 그렇게 생각하면 참…, 하루하루 행복하게 열심히 살아야 해. 


더 이상 두 사람은 테이블 위의 것들을 건드리지 않는다. 




AM 01:12

주제7. 기타 등등


- 육룡이 나르샤는 눈을 뗄 수 없다.

- 그만큼 재미있어?

- 완전. 몰입할 수밖에 없음. 50부작인데 벌써 끝나감. 아쉬워. 

- 이번 주 무한도전은 뭐한다고 했지?

- 뭐한다고 했더라.

- 나 니드 포 스피드 게임에서 메르세데스 벤츠 땄음. 도색 합시다. 너의 미적 감각을 보여줘.

- 비주얼 포인트를 많이 따둔 관계로 마음껏 질러도 괜찮겠지요?

- 야, 나 게임에서는 완전 만수르거든?




드디어 시계을 본 두 사람. 서둘러 나왔다. 시간이 이렇게 된 줄 몰랐다며. 얼마나 즐겁게 노닥거린 건지.


24시간 하는 맥도날드 햄버거 가게에서 두 시간이 넘게 이야기를 한 두 여자. 나와 친구. 우리가 이상한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주제가 많은 건 그만큼 이야기 할 거리가 많다는 것이고, 난 우리의 대화가 늘 재미있다. 그런데, 오늘 그런 이야기들을 여자 둘이서 나누는 건 흔치 않다는 말을 들었다. 그런가. 내 주변의 여자들은 흔치 않은 사람들의 집합소인건가. 흔치 않다는 것이 기분 나쁜 건 아니지만, 기분이 묘하기는 했다.


친구와 내가 같이 있을 때는 직업상 한 명은 문제집을 풀기도 하고, 한 명은 게임을 하기도 한다. 오래된 친구라서가 아니라, 인간적으로 우린 모든 일에서 늘 서로에게 존중을 해준다. 다른 일을 한다고 해서 딱히 재미가 없는 것도 아니고, 무거운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 한다고 해서 지루하지도 않다. 사실은 한 번도 해 본적 없는 생각이었는데, 문득 깨달았다. 그런 사람이 내 주변에 제법 많다는 건 어찌 보면 참으로 복 받은 일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런 일상적인 대화를 지속할 수 있는 평범한 날들이라서 고마웠다. 


대화의 주제가, 그리고 깊이 있는 공감이, 늘 웃어주고 때로는 걱정해주는 그 마음들이 나와 같아서 정말 다행이다. 그래서 일요일로 넘어가는 새벽이 오늘도 이렇게나 감사하다.


오늘도 고맙다, 친구. 항상 감사하다, 내 주변 사람들.





곁에 있을 때는 당연시 되어 잘 모르는 것들이 있다. 

주제는 바뀌더라도 '일상적'인 대화가 이루어지는 이 시간들이  언제나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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