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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경제, 그리고 Factfulness

지향을 택하고 편향을 피한다

2020년 세계 경제 포럼 (WEC) 이 막을 내렸다. 글로벌 경제 동향 및 전망에 대한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다보스 포럼에서, 올해에는 이례적으로 환경 및 기후 문제를 핵심 주제로 다뤘다. 포럼이 본격적으로 개막하기 전에 세계 경제 포럼에서 발간한 Global Risk Report 2020에서는 2020년대 세계 인류와 경제에 가장 결정적인 위협으로 환경 문제로 인한 기상 이변을 꼽았다. 그 외의 주요 리스크로 자연 재해, 기후 변화 대응 실패, 생태계 손실 등을 다뤘는데, Global Risk Report에서 환경 문제를 이토록 중점적으로 다룬 점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환경 문제가 경제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환경 문제, 그리고 지속 가능성 문제까지 핵심 주제로 다뤘다고 볼 수 있겠다. 생태계가 파괴되면 원재료를 얻기가 어려워지고, 자연에서 얻는 원재료에 의존하는 농수산업이나 요식업 등은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생활의 근간이 되는 농수산업, 요식업 등이 타격을 입으면 소비자 경기도 악영향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환경 문제와 그에 대한 대처는 각 산업군 별로 다른 형태를 띤다. 해운업의 경우, 국제해사기구 (IMO) 측의 환경 규제, 일명 'IMO 2020'이 업계 최대의 이슈로 떠오른다. 2020년부터 모든 선박들은 황 함유량 0.5% 이내의 선박 연료만 사용해야 하며, 기존의 연료를 계속 사용하려면 탈황 장치인 스크러버 (Scrubber) 장착을 통해 연료 내 오염 물질을 제거해야 한다. 국제해사기구는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08년 대비 50% 감축한다는 UN의 방침에 적극 동참하는 입장이다.


물론 IMO 환경 규제를 포함한 친환경 정책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만 존재하지는 않는다. 세계해양포럼 (Global Maritime Forum) 연구에 의하면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08년 대비 50% 감축하려면 대략 1조 달러가 소요된다. 2018년 대한민국의 GDP가 1조 7천억 달러 정도 되니, 상당한 액수라고 볼 수 있다. 더구나 저 1조 달러는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축에만 해당되는 액수이니, 친환경 경제로 전환하려면 저 정도의 고비용은 기본으로 감수해야 한다는 의미가 되겠다. 


아직 환경 문제가 구체적으로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 지, 숫자로 명확하게 확인된 것은 별로 없다. 물론 한국 사람들이 미세 먼지 때문에 최근에 부쩍 고통을 받고 있으며, 일부 시민 단체에서 지속적으로 환경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경고 중이다. 21세기 이후에도 지속된 대기 오염, 수질 오염 등의 사례를 들면서, 조치의 필요성을 촉구한다. 그러나 이들의 경고 중에는 공포심 조장도 일부분 섞여 있기 때문에, 환경 문제가 당장 일상 생활을 위협할 정도라고 판단하는 것은 오류가 있다.


NGO들의 활동을 폄하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심각성 인식을 확대시키기 위해 사람들의 공포심까지 자극한다면 활동의 의미가 퇴색된다. 최근에 환경 NGO인 Transport & Environment에서 세계 2위 해운사인 MSC가 EU 소속 기업 중에 8번째로 탄소 배출량이 많다는 자료를 내놓았다. 하지만 해당 자료에는 탄소 배출량 측정에 대한 정확한 근거가 없었으며, MSC 측의 반박 자료를 내놓자 해당 NGO는 아무 반응도 내놓지 못했다. 팩트를 왜곡하는 사례가 발생 중이다. 


비슷한 사례로 나는 어릴 적부터 석유가 70년 뒤에 고갈된다며, 친환경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교육과 공익 광고를 여러 번 접해 왔다. 그런 말을 들은 지 20년이 지났으니, 이제 50년 뒤에는 전세계의 모든 원유가 고갈이 나야 한다. 하지만 세계 그 어디에도 원유 고갈의 얘기는 없으며, 산유국들의 원유 생산량은 해가 갈수록 늘어난다는 통계 자료만 있을 뿐이다. 더구나 미국의 셰일 오일 생산이 본격화되면서, 한동안 원유가 고갈되는 비극은 발생할 가능성이 극히 낮다. 


한스 로슬링의 저서 <팩트풀니스 (Factfulness)> 에서는, 현재 인간들의 합리적 사고를 방해하는 10가지 극단적 본능을 소개하고 있다. 아래 그림을 보면, 빈부 격차가 심하다는 인식, 세계의 상황이 점점 나빠진다는 부정적 인식부터 '지금 아니면 안된다'는 극단적 명령에 이르기까지 팩트를 바라보는 눈을 방해하는 본능이 표현되어 있다. 나는 이들을 인지 오류라고 부른다. 생각이 극도로 기울어져 있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환경 문제 역시 이러한 오류를 피할 수 없다.


극단적 사고, 확증 편향, 비난 본능, 단일화된 해결책 등과 같은 인지 오류는 일상에서는 물론, 그 어떤 비즈니스 환경에서도 피해야 한다. 환경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는 것은 당연하나, 그 심각성이 현실 인지의 왜곡으로 변질되는 것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 지구의 환경이 피해를 입고 있는만큼, 세계 곳곳에서 친환경 비즈니스를 위한 노력의 흔적이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 노력의 흔적은 환경 문제 대처에 따른 결과를 입증하는 자료에 반영된다.      


세계 4대 메이저 테니스 대회인 윔블던 오픈은 작년 7월 대회부터 눈에 띄는 친환경 행보를 보이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일회용 플라스틱이 없앤 점이다. 관중과 선수들이 직접 사서 마시거나 증정받는 대회 공식 생수 페트병은 100% 재활용 플라스틱이다. 후원사인 에비앙은 페트병 로고를 ‘나는 재활용합니다(I recycle)’로 바꾸고 오는 2025년까지 윔블던에 재활용 플라스틱 소재의 페트병만 공급하기로 했다. 동시에 금속이나 불투명한 용기 반입을 올해부터는 허용했는데, 이는 재사용 가능한 개인 물병 사용을 유도하기 위함이다. 이를 위해 경기장 곳곳에 총 100개의 음수대를 설치했고, 현재 위치에서 가장 가까운 음수대 위치를 대회 공식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안내하고 있다.


게다가 코트에서는 라켓 포장용 비닐이 사라졌다. 2018년까지는 느슨해진 줄을 다시 동여맨 새 라켓을 선수에게 제공할 때 비닐 포장을 씌웠으나, 2019년부터 비닐 포장을 없앴다. 대회 조직 위원회는 윔블던 기간 사용되는 비닐백이 약 4,500개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참고로 라켓 포장 제거는 2019년 윔블던을 시작으로 올해 호주 오픈에서도 공식 적용됐다. 테니스 선수 협회에서 강하게 요청했고, 또 선수들이 적극 동참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지난 2018년에 총 47만5,000명의 관중이 찾은 윔블던은 2019년에도 총 50만 명이 넘는 관중이 찾을 정도로 흥행이 지속됐다. 향후 윔블던을 찾는 관중이 많아질수록, 윔블던이 내세운 친환경 대회 기조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퍼질 것이다. 어딘가에서 환경이 훼손되고 있는만큼, 어딘가에서는 환경을 지키기 위한 행동이 실천되고 있었다.

에비앙의 로고는 '나는 재활용한다 (I recycle)'

요점은 확실하다. 세계 경제가 주목해야 할 정도로 환경 문제는 핵심 이슈다. 그렇기 때문에 친환경 경제 체제 전환을 위한 행동도 필요하고, 환경 문제에 대해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는 점도 충분히 일리가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편향적으로 환경 문제를 바라볼 명분은 없다. 현재의 심각성을 인지하되,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한 행동이 존재하고, 또 그 행동이 상황 개선에 기여한다는 점도 알고 있어야 한다. 팩트를 확인하며 생각의 균형을 잃지 않는 것, 그것이 친환경 시대에 가져야 할 혜안이다.


패러다임이 변하는 시대에 가장 필요한 것은, 결국 균형 감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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