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전후 몸의 변화
'출산 후 몸매'라는 검색어를 치면 출산한 여자 연예인들이 '출산 후 6개월 만에 완벽히 되찾은 몸매' 등의 기사 제목과 함께 날씬한 몸매로 포즈를 취한 사진을 본다. 그들을 보며 드는 생각은 아마 모르긴 몰라도 그 6개월은 굉장히 피나는 노력을 한 기간이 아니었을까 하는 거다. 그들도 나와 똑같은 출산한 여자이니 말이다.
출산 직후 내 몸은 최악이었다. 출산 후 3-4일이 지날 때까지 온몸이 부어올라 얼굴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또 임신 증상으로 생긴 알 수 없는 트러블이 얼굴과 등을 뒤덮고 있었다. 몸의 붓기는 조리원 마사지 선생님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심했다. 나의 몸은 모든 세포를 다 건드린 부작용으로 터지기 직전인 느낌이었다. 그게 아니라면 몸이 그토록 부어오른 걸 달리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만삭 때 손발이 매우 저렸는데 그 손발 저림이 출산 후 한 달까지 갔다. 출산 한 달쯤 후부터는 예전에 이상이 있었던 왼쪽 무릎이 다시 아프기 시작했다. 아이를 안거나 앉았다가 일어날 때마다 무릎에 무리가 가는 게 느껴졌다. 기력이 없어 되도록 아이를 안지 않으려고 했지만, 밤마다 아이가 울어대는데 안고 들지 않을 재간이 없었다.
난 운동을 시작할 날만 기다렸다. 몇 년 전 피트니스 센터에서 꾸준히 운동을 하며 개인 트레이닝을 받은 적이 있다. 그때 단 3개월 만에 6kg 정도를 감량했고, 몸이 가뿐해지고 생활에 활력이 도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에 운동에 거는 기대가 컸다. 운동만 시작하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고, 출산 후 2개월이 지나자마자 피트니스 센터에 등록했다.
운동을 시작하고 트레이닝을 받았지만 몸이 회복되는 속도는 생각보다 더뎠다. 몸무게도 좀처럼 빠지지 않았다. 일단 무릎이 정상이 아니어서 어떤 운동도 하기 힘들었다. 고장 난 무릎을 되돌리는 게 급선무였기 때문에, 트레이너는 무릎 주위의 근육을 강화시키는 일종의 재활운동을 시켰다. 그 외 할 수 있는 운동은 자전거 타기, 걷기가 전부였다. 그마저도 조심조심해야 했다. 무릎이 괜찮아지는 듯해서 운동의 강도를 올리면 또 무릎이 아팠다. 트레이너는 병원에 가보라고 조언했다.
병원에서 x-ray를 찍었다. 의사는 '슬개골 연화증'이라고 진단했다. 찾아보니 슬개골 연화증은 '무릎뼈 골절, 탈구 같은 외부 충격, 무리한 운동 등이 원인으로 무릎뼈 관절을 덮고 있는 연골이 닳아 나타나는 질병'이라고 나와 있다. 증상은 계단을 오를 때나 앉아있다가 일어날 때 시큰거리고 통증이 생기는 것으로 나의 증상과 유사했다. 말하자면 출산은 나에게 무릎뼈 골절, 탈구에 비견될 만한 '사고' 였던 셈이다.
어떤 치료법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의사는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산에 올라가지 마세요.
계단도 오르지 말고요.
산에 안 가는 건 그렇다 쳐도 계단을 오르지 말라니. 계단을 오르지 않고 사는 건 생각하기 어려웠다. 약물치료는 안 하냐고 물었더니, 고개를 젓는다.
"치료가 안된다는 말씀이세요?"
"퇴행성이에요. 무릎뼈와 뼈 사이에 있는 연골이 점점 얇아지는 거죠. 퇴행성 관절염의 전 단계로 봅니다."
‘퇴행성’이라는 말이 가슴에 와 박혔다. 속도를 늦출 수는 있어도 되돌릴 수는 없다는 것 아닌가. 그저 무릎 주변의 근육을 강화해 연골이 닳는 속도를 줄이며 조심조심 사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애 하나 낳고 내 나이 마흔도 되기 전에 산에도 오르지 못하게 되는 건가. 절망적이었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고 싶었는데, 걷지 못하게 되는 걸까. 갔는데 하루 걷고 절뚝거리다가 결국 걷기를 포기하게 되는 것일까. 산티아고 순례길이 문제가 아니라 어디 여행도 못 다니는 거 아니야. 울고 싶은 마음이 되었다.
운동에 매달릴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었다. 무릎 주위에 어느 정도 근육이 붙어 스쿼트를 할 수 있게 되니 벌써 출산 후 6개월이 훌쩍 지나 있었다. 몸무게를 출산 전으로 되돌리는 데는 꼬박 1년이 걸렸다. 그 사이에 무릎은 좋았다 나빴다를 반복했다. 더디지만 몸은 좋아지고 있었다. 출산 후 1년 반이 지난 지금은 짧은 계단은 망설임 없이 오르며, 임신 증상으로 몸과 얼굴에 생겼던 피부 트러블은 거의 사라졌다.
운동이 그나마 육아의 무게를 견딜 수 있게 해 준 것은 분명하다. 점점 무게가 늘어나는 아기를 안고 들어 올리는 걸 가능케 한 것도 운동이다. 하지만 지금도 몸은 완벽하게 예전으로 돌아와 있지 않은 것 같다. 운동을 일주일만 안 하면 무릎이 아파오는 게 느껴지고, 아이를 안다가 허리를 삐끗하기도 한다. 복부살은 여전히 불룩하다. 아이를 늘 들어 올려서 그런지 팔뚝은 굵어지고 등은 넓어졌다. 임신 전과 몸무게는 비슷하지만, 몸매는 예전 같지 않은 것이다.
출산 후 운동으로 건강을 회복하는데 1년도 넘게 걸렸고 여전히 예전 같지 못하다고 느끼는 나의 사례를 일반화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나의 경우 출산 시 38살로 노산이었고, 산고가 심해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젊은 엄마들은 확실히 회복 속도가 빨라 보였다. 난 무릎이 아파 외출 시 아기띠를 거의 이용하지 못했지만, 어떤 엄마들은 아기띠에 아기를 매달고도 지치지 않는 듯 보였다. 또 때로는 아기를 낳고 산후조리를 잘해 몸이 좋아졌다는 엄마들도 있긴 하다.
하지만 결국은 건강을 되찾고 날씬한 몸매를 과시할 수 있게 되더라도, 임신과 출산이 여자의 몸에 드라마틱한 변화를 주는 건 분명하다. 그 널뛰는 변화의 결과, 출산한 여자의 몸에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흔적이 남기도 한다. 무릎과 허리 통증, 제왕절개 흉터, 튼살 같은 것들 말이다.
나름대로 준비를 하고 임신을 했다고 생각했는데도, 난 임신과 출산이 가져올 몸의 변화에 무지했다. 그것은 '임신 출산 대백과'를 아무리 읽어도 알 수 없는 것이었다. 이 변화에 대해 미리 알았으면 과연 내가 아이를 갖기로 결심할 수 있었을지 의문이 든다. 그만큼 출산은 고통스러웠고, 회복의 과정은 지난했다. 오죽하면 엄마는 생명을 축내며 아이를 낳고 기른다는 말이 있을까. 직접 겪어보고서야 그 말이 뭔지 알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