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고 싶은 당신에게
혼연일체
자동차 타면서 자신이 운전을 하고 있다고 늘 의식하는 건 아니다.
이야기도 하고, 먹기도 하고, 음악도 듣고 한다.
그게 바로 차와 내가 혼연일체가 된 것이다.
글쓰기도 그런 혼연일체의 순간이 온다.
그것이 습관이 되면 글을 쓸 때마다 매 그런 순간이다.
혼연일체라고 해서 내가 글이 되고 글이 내가 된다고 하면
좀 어려운 말이 될 수 도 있다.
쉽게 말하면 글을 쓰는 동안 나 자신을 잊어버리는 것이다.
나 자신만 잊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세상만사 모든 일을 잊어버린다.
불교에는 법열이라는 말이 있다. 法悅, 깨닫는 기쁨이라는 말이다.
마치 그것과 같은 기분이라 생각이 된다.
글을 쓰다보면 그 순간에 다른 세상에 살고 왔다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집중했다는 말이다. 그 집중한 순간을 생각해 보면 마음이 마치 뭔가를 깨달았을
때와 같은 느낌이다.
성석제의 소설집에 ‘번쩍하는 황홀한 순간’이라는 제목의 책이 있다.
물론 내용은 약간 다르지만 제목만 보면 그런 순간이다.
세상살이가 그리 만만하지가 않다.
피곤하고, 고달프고, 스트레스 받는 일이 한 두 가지 인가.
어디 멀리 떠나고 싶다. 아니, 떠난다기 보다 달아나고 싶다는 것이 더 맞는 표현일지 모른다.
그렇지만 목구멍이 포도청이고 팔다리는 꼭두각시 인형처럼 여기저기 묶여 있다.
그럴 때는 글을 써라.
세상살이가 왜 이리 고달픈지 한 번 생각해 보라.
자신은 누구이며 왜 이러고 있는지 한 번 생각해 보라.
생각에만 멈춰있으면 안 된다.
그것을 종이에 옮겨 적는 순간, 당신은 새로운 세계로 날아간다.
날개가 없어도 좋다. 글이 당신을 날게 해 줄 것이다.
그렇게 한 동안 궁시렁 대며 글을 다 쓰고 나면 마치 먼 세계를 다녀온 듯이
마음이 정화되고 머리가 정리가 될 것이다.
혹시 누가 아는가. 번쩍하는 황홀한 순간을 맞이하면서 깨달음을 얻을지.
직장을 때려치우는 깨달음이라도 좋고, 계속 다녀야겠다는 다짐이라도 좋다.
그것이 잘 되든 아니든 나에게 책임을 묻지는 말아라.
나는 단지 그 황홀한 순간이 있다는 것을 말 해 줬을 뿐이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 글을 쓰기 위해 펜을 들었을 때.
그러한 순간이 온다고 장담 또한 할 수 없다.
좋은 것은 금방 오는 법이 아니라는 것은 살아오면서 깨닫지 아니했는가.
그 순간이 올 때까지 그냥 쓰는 것이다.
그러나 약속은 한다. 결국 그 순간이 온다.
당신과 글이 혼연일체가 되어 글이 당신이 되고 당신이 글이 되는 그 순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