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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일호 Apr 28. 2018

마음 가는대로

글 쓰고 싶은 당신에게

글을 쓸 때 첫 문장이 중요하다고 한다.

첫 문장이 중요하다는 것은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가느냐에 대한 시발점이기 때문에 그렇다. 

또한 첫 문장이 좋으면 이야기에 빨려 들어가기가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말한다. 첫 문장에 신경 쓰지 마라. 좀 더 심하게 말하면 첫 문장이 최악의 문장이 되어도 좋다. 우리는 전문 창작가가 아니다. 이야기의 주제와 구조를 미리 생각해 두고 풀어가는 것이 아니다. 생각나는 대로 그냥 이야기를 할 뿐이다. 첫 문장을 잘 써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말을 믿기 시작하면 첫 문장을 쓰기 위해서 며칠을 보내다가 마침내 단 한 줄도 쓰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첫 문장을 쓰기 위해 고심한다는 것은 마지막 문장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는 말이다. 친구와 만나서 이야기를 하는데 무슨 말부터 시작해야 될까를 고민하지 않는다. 그러나 발표를 하거나 중요한 안건으로 사람을 만나면 무슨 말부터 해야 할지가 중요해 진다. 우리가 글을 쓰는 것은 고민을 하거나 긴장을 하려고 쓰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고민이나 긴장을 풀기 위해서 쓰는 것이다. 그냥 툭툭 내 뱉어라. 글쓰기에서 일반적으로 실수하는 것 중의 하나가 프로들의 세계를 답습하려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전교 꼴등을 하는 학생이 전교 1등의 공부법을 따라 한다고 성적이 오르겠는가. 꼴등은 꼴등대로 일등은 일등대로의 방법이 따로 있다. 마찬가지다. 이제 글을 좀 써보려 하는 사람이 수 십 년동안 글에만 매달려온 사람들의 방법이 통하겠는가. 그러나 대부분의 글쓰기 안내 책들에서 첫 문장을 강조하고 있다. 한 마디로 웃기는 얘기다. 그 사람들은 자신이 처음 글 쓸 때의 모습을 잊어 버렸음에 틀림없다. 아니면 개구리 올챙이 때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든지. 글과 말은 다른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처음에는 글과 말의 구별이 없어야 한다. 우리는 글보다는 말에 더 익숙하기 때문이다. 말에서 글로 옮겨 가야지 글부터 시작하려 하면 어려워진다. 그리고 당신이 글을 쓰는 목적은 전문작가가 되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냥 쓰다보면 어느 날 전문작가가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지금은 지금대로 쓰고 그 때가 되면 그 때에 맞게 쓰면 된다. 나의 첫 문장은 최악의 문장이 될거라는 생각으로 쓰면 최소한 그 보다는 나은 문장이 나올 것이다. 그러나 첫 문장을 최고로 쓰려고 하면 그 보다 나은 문장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써라, 그냥, 당신의 마음이 가는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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