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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쇠책방 Jan 14. 2024

추운 날은 몸보다 마음이 시리다

화기가 온기가 되는 시간

아주 추웠던 날이었다. 자동차에 노란 램프가 들어왔다. 타이어 공기압이 29다. 추운 날씨가 공기까지 쪼그라들게 만드는구나. 정비센터 가는 김에 엔진오일도 갈고 타이어 앞뒤 자리도 바꾸고 공기압을 35에 맞추었다. 기다리는 동안 실내에 있었지만 추웠다. 밖에서 차를 들어 올리고 바람을 맞아가며 수고하시는 것을 보니 실내에 있으면서 춥다는 말은 하면 안 될 것 같았다. 30분 사이에 터리를 급히 갈러 오신 분도 있고 마찬가지로 타이어 공기압 때문에 훅하고 바람 넣고 가시는 분도 계셨다.


남편은 도어록을 설치하려 한 데로 나갔다. 아, 춥겠다. 추운 날 차가운 쇠를 잡는 손이 얼얼하겠다 싶다. 이런 날은 드릴이 손에서 헛놀아서 손을 다치기도 하는데 조심하소.


친정아버지는 오래도록 오토바이를 타셨다. 특수 목적 퀵서비스라고 해야 하나. 자동차 부품을 긴급하게 배달하는 일이라고 보면 된다. 아무튼 여전히 나이 든 라이더시다.  76세나 되셨는데 사무실에서 가장 젊은 동생이라고 하셨다. 시니어들의 일자리였구나. 오토바이가 위험해서 그동안 사고도 많았다. 가벼운 찰과상부터 다리 골절, 갈비뼈 골절, 협착증, 디스크까지 자주 병원 갈 일이 생겼다. 평생 일은 했지만 마이너스 통장이었다. 덕분에 엄마가 구멍을 메꾸느라 늘 힘드셨다.


지금 타시는 오토바이는 아버지의 4번째 오토바이인데 앞번엔 사위가 할부로 사드렸고 이번엔 아들이 현금으로 사드렸다. 나는 오토바이의 수명이 그렇게 짧은 줄 몰랐다. 그래서 일하는 만큼 아프거나 큰돈이 나간다. 그래도 아버지가 아직은 할 수 있는, 어쩌면 유일한 일이라서 여태껏 하고 계신다.


한 겨울에 바람을 맞아가며 다니신다. 그 생각하면 내 온몸이 언다. 겨울 방한 장비들을 어떻게 쓰고 계신지 저번에 친정 갔을 때 오래전에 사드린 것을 꿰매고 계신 모습을 보았다. 오토바이 방한 장비 다시 사드렸다.  방수 방한화, 방한 토시, 방한 마스크, 방한 발토시 같은 것들이다.



큰돈이 드는 장비들은 아니지만 겨울에 꼭 필요한 장비다. 이런 것들을 사서 친정으로 배달되게 했다.  아버지가 이것들을 모두 장착하시고 일을 다녀오셨다. 전화가 온다. 따시게 일을 잘하셨단다. 고맙다 하신다. 추위를 막기에 부족하셨을 텐데도 이렇게 말해주시니 더 죄송하다. 그리고 다음날은 날도 추운 김에 미뤄둔 건강검진과 대장 내시경을 하러 가셨는데 잘하셨나 모르겠다. 병원이란 곳이 보호자가 같이 가야 할 곳인데 이번에도 혼자 가신다. 부모님 병원에 같이 가드리지 못하는 것이 참 죄송하면서도 그것은 참 어렵다.


엄마는 뭐 하고 계시려나. 밥은 좀 드셨나 모르겠다. 시래깃국에 휘익 밥 말아 드셨을까. 가족들이 집에 없고 엄마 혼자 계시면 보일러를 잘 안 트시는데 어찌 계시는지. 밖에서 추울 식구들 생각에 마음이 시리실 게 분명하다. 


엄마가 집에 계신 줄 알았는데 아버지 병원에 함께 가셨구나. 평생 토닥거리고 싸우시면서도 늘 함께 하는 늙은 아내, 늙은 남편은 한 몸이 되어있다. 한 때는 두 분이 차라리 이혼이라도 하셨으면 하고 생각한 적도 있었는데 돌아보니 참아오신 세월이 역사가 되었다. 아플 때 곁에서 물이라도 떠다 입에 넣어줄 수 있으니 두 분이 함께 계신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아이들의 마음이 다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만 가득했던 날이 지나고 이젠 세상의 아빠, 엄마들의 마음이 다치지 않았으면 시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더 크다. 아무리 추워도 얼지 않았으면 좋겠다. 무뚝뚝할지라도 나름의 다정한 말로 서로를 녹여주면 좋겠다. 세상의 부모 마음이 시리지 않다면 아이들의 마음도 시릴 일이 없지 않을까.



내가 있는 매장 온도는 바깥보다야 따뜻하지만 

가만히 앉아 있자면 바람이 스며들어와 발이 시리곤 다. 그래도 삼한사온을 참 잘 지키는 날씨라 삼일 떨고 나면 또 언제 추웠나 싶게 따뜻해져서 매번 잊게 되는 추위다. 후의 기억이 따뜻하면 앞의 추위는 견딜만했던 것이 되어 있다.

살다보면 이 추위가, 이 서러움과 고통이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날이 있다. 지나고 보면 알게 되는 것은 그일들이 모두 지나갔다는 것이다.


잊고 싶은 것들이 있거나 기억해 내고 싶은 것이 있거나 물들고 싶은 감정이 필요하면 책을 읽거나 글을 쓴다. 브런치로 요즘 사람들이 쓴 글도 읽는다. 비교는 않는다. 저마다 반짝인다.  어떤 글은 내면을 향하고 어떤 글은 위트로 가득하고 또 어떤 글은 뻗어나가 만인의 손을 잡는다. 좋아하는 이의 글을 읽으며 마음따뜻해져서 마음풍선이 부푼다. 그렇게 빠져있던 공기를 채우고 추위를 잊는다. 


모닥불 사진을 보다가

마음속의 화기가

온기가 되어 있는 것을 보고

웃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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