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분업이 답일까?

by 꺽정

경제학을 공부하면 분업에 대하여 배운다.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지향하는 경제학의 입장에서 분업만큼 효과적인 것은 없다. 분업의 철학은 간단하다. 각 나라가 잘하는 것에 집중하여 생산하여 서로 교환하면, 더 많은 생산을 할 수 있고 상호 간에 더 큰 이익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갑'이라는 국가가 농업에 경쟁력이 있고 '을'이라는 국가가 수산업에 경쟁력이 있다면, 각각의 국가에서 농업 수산업을 다 할 것이 아니라 '갑'국가는 농업에 집중하고 '을'국가는 수산업에 집중하자는 것이다. 그러면 분업 이전보다 농업생산량 수산물생산량은 늘어날 것이고 늘어난 생산량을 서로 교환을 하면 '갑'국가와 '을'국가는 좀 더 많은 농산물과 수산물을 소비할 수 있는 효용을 누릴 수가 있을 것이라는 것이 분업이론의 기본바탕이다.


이 이론은 국가뿐만 아니라 개인에게도 적용이 된다. 한 개인이 필요한 물건이 주택, 식량, 의류라고 하자. 이런 물건들을 자급자족을 해야 한다면 매우 힘든 일이 될 것이다. 농사를 지어야 하고, 집도 짓거나 수리해야 하고, 목화를 재배하고 실을 잣고 옷감을 만들고 옷도 직접 바느질해야 한다.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개인이나 가족들이 해내야 하는데 하루 종일 일해도 시간이 모자랄 것이다. 여가생활이란 꿈도 꾸지 못할 것은 자명하다. 우리나라도 산업화 시대 이전에는 자급자족사회에 가까웠다. 그 당시 우리의 어머니들은 못하는 것이 없었다. 목화를 따서 물레로 실을 잣고 옷감을 만들고 그 옷감으로 옷을 만들 줄 알아야 했다. 베틀로 베를 짤 줄 알아야 했다.. 메주를 떠서 직접 간장을 만들고 된장을 만들었다. 두부를 직접 만들어 먹었다. 젓갈을 직접 발효시켰다. 도토리묵도 직접 만들어 먹었다. 생활에 필요한 거의 모든 것을 직접 해결했으니 돈이 필요 없었다. 다만 하루 종일 꼬박 일을 해야만 했다. 이러한 일을 한 마을에서 사람들이 자기가 잘하는 일을 분담하여 생산한다면 더 짧은 시간에 더 많은 생산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결과물을 나누면 마을사람들은 예전보다 더 풍요를 누릴 수 있고, 쉴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더 많이 갖게 될 것이다.


이러한 분업효과는 매우 효과적이어서 경제발달에 큰 영향을 미쳤다. 미국의 자동차회사인 포드사는 자동차를 제조할 때 이 분업이론을 효과적으로 적용했다. 컨베이어에 사람들은 배치하고 배치된 사람들은 수백 가지 공정 중에서 한 가지 공정만을 수행했다. 그 결과 더 많은 자동차를 더 짧은 시간 내에, 저비용으로 생산할 수가 있었다. 이를 경영학에서는 테일러시스템이라고 한다.


산업시대에 접어든 이후 분업은 우리의 일상생활이 되어 버린다. 사람들은 특정 직업을 갖고 거의 평생 그 일을 한다. 내가 의식주와는 전혀 상관없는 직업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의식주 생활을 무리 없이 영위할 수 있는 것은 누군가가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을 분업을 통하여 생산해 주거나 대신해주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 현대사회가 매우 조직적으로 세밀하게 분업화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분업은 좋은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만 하면서 돈을 벌 수도 있고 그 돈으로 의식주를 해결할 수 있고 부를 축적할 수도 있다. 가수들이 평생 동안 노래만 부르면서 살 수 있는 것도 분업이 발달된 사회 덕분이다. 분업이 발달되지 않은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이러한 것은 꿈꾸기 어려웠다. 분업이 발달하면서 사람들은 점차 일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분업은 인류에게 신의 선물과 같은 것이다. 분업에 바탕을 둔 현대사회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한 가지 전제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교환이 원활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이유에서든 교환이 원활해지지 않으면 고도의 분업에 바탕을 둔 사회는 바로 붕괴한다.


회사원이 월급으로 식료품을 사려고 하는데 시장에서 이 물건을 팔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굶어 죽을 수밖에 없다. 만약 한국전력이 석탄 수입불가로 전기를 생산할 수가 없다면 아파트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20 ~ 30 층까지 걸어서 올라가야 하고, 물도 공급이 안되고 난방공급도 중단이 된다. 아파트에서 얼어 죽을지도 모른다. 국가 간에도 마찬가지다. 싱가포르와 같은 나라는 농업생산이 매우 미약한 나라이다. 그들은 국제금융 또는 정유업, 전자제품 제조업으로 돈을 벌고 그 돈으로 식량을 수입하여 먹고사는 나라이다. 이 나라는 분업의 장점을 100 % 활용하여 살아가고 있는 나라의 전형적인 예이다. 그런데 만약에 기후변화로 인하여 전 세계적으로 식량생산이 급감하여 싱가포르가 식량수입을 못하게 되면 싱가포르 국가는 지속되기가 어려울 것이다.


여기에서 분업의 치명적인 약점이 발견된다. 분업은 개인의 생존능력을 퇴화시킨다. 크게는 한 국가의 지속가능성을 취약하게 만든다. 어떤 위기가 발생했을 때 자급자족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개인이나 국가는 견디어낼 수 있지만 외부와 교환을 통해야만 생존할 수 있는 개인이나 국가는 버티어 내기가 어렵다.


현대사회는 분업을 통하여 성장하였고 이로 인한 경제적 풍요를 누리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분업 때문에 우리는 더 위험해진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다. 따라서 모든 분야에서 고도로 분업화된 사회보다는 일부 필수재에 대해서는 효율성을 포기하더라도 자급자족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한 사회가 훨씬 더 안정된 사회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개인도 마찬가지다. 한 가지만 할 줄 아는 사람보다는 여러 가지를 다양하게 할 줄 아는 사람이 더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은 나만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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