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by 시기화


문을 나서자 땅바닥엔 고운 가루처럼 눈송이가 떨어져 있었다.

대문 앞 잊힌 지 오래돼서 축 늘어져 죽어있는 선인장 화분 위에도 자동차 위에도 그건 곰팡이처럼 얇게 쌓여있었다.

눈이 왔어도 집 근처 공원 쪽에서 아이들이 시끄럽게 뛰어노는 소리가 들렸다. 안쪽으로 들어가자 한 여성은 벤치에 앉아 휴대폰을 보고 있었다.

여느 때와 다를 게 없었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봐도 구름은 떠다녔고 선명했다. 바람은 이따금 불며 볼을 스쳐갔지만 어제와 그저께와 같았다. 아마도 매일 같겠지. 밤이 되면 길고양이들은 공원에 하나둘씩 모여서 있을 테고 그걸 본 누군가는 가엾게 여겨서 먹이를 주겠지. 그리고 나는 그 모습을 무신경하게 본 든 만 듯하며 공원을 가로질러 집으로 향하고 있을 것이다. 정말 무미건조한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