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꿈이라는 건 그런 거예요. 그렇다고 꿈에 눈이 가려져 그것에 휘둘리라는 건 아녜요. 뭐든 적당해야 좋으니까요. 그는 등딱지에 이끼가 낀 거북처럼 말했다. 우리는 또다시 말없이 종이만 넘겼다. 나도 그에게 어떤 말이라도 해야 하나 싶었지만 관뒀다. 딱히 떠오르는 생각도 없고 말을 하고 싶은 생각도 없어서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원래 말수가 없는 편인가 봐요?" 그는 나를 보며 말했다. 나는 딱히 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고 머릿속은 온통 그 꿈에 대해 가득 차있다고 얼버무렸다. 사실은 머릿속이 새하얬다. 정말이지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노트를 넘기는 와중에도 글이 읽히지 않았다. 나는 손가락을 미간에 갖다 대고 눈을 감고 가볍게 마사지해 주었다. 그러고 나서 시간을 봤다. 어느새 두시 사십 분을 지나고 있었다. 그는 나를 의식했는지 내일 다시 올 수 있냐고 말했다. 아무래도 곧 손님이 올 것 같다고 그런 예감이 든다고 덧붙였다. 나는 몇 시쯤 오면 될까요? 하고 되묻자 그는 오후 다섯, 여섯 시쯤이면 좋겠다고 말했다. 나는 알겠다고 하고 가격은 어떻게 되냐고 묻자 그는 몇 초 동안 생각하더니 내일 받겠다며 미소 지었다.
건물 밖으로 나와서 크게 숨을 들이마시자 가슴속에 뭉쳐있던 털뭉치 같은 것이 조금은 풀렸다. 나는 근처 정육점에 들려서 돼지고기를 사고 집으로 향했다.